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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체의 시대’를 사는 법|프리랜서

일·취미·휴식 구분없는 ‘테마 마니아’로 변신하라

  • 권삼윤 tumida@hanmail.net

일·취미·휴식 구분없는 ‘테마 마니아’로 변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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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곳에서는 적어도 밑도끝도 없는 보고서를 쓰느라 소중한 시간을 흘려보내지도 않고, 관련부서와 협의하느라 진을 다 빼고 정작 할 일은 소홀히 하는 짓은 하지 않는다. 시간과 에너지를 가능한 한 할 일에만 집중한다. 따라서 벤처야말로 질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최적의 기업조직이라 부를 수 있다. 진정한 마니아가 아니라면 벤처의 역군이 되기가 쉽지 않다.

마니아들의 행동 특징에 ‘창조적 경쟁(creative competition)’이란 말을 붙이고 싶다. 흔히 경쟁이라면 ‘네가 죽어야 내가 사는’ 제로섬 게임을 연상하기 쉽지만, 개체 시대의 경쟁은 너도 살고 나도 사는, 다시 말해 모두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상생(相生)의 경쟁이다. 나는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하고, 너는 네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하기에 서로 부딪칠 이유가 없는데다, 사회에도 보탬(+)을 주는 것이 절대 바람직한 일이기에 그러하다.

지금은 디지털 시대다. 디지털은 문화적으로 해석하면 오직 ‘알짜’만 원하는 특이한 괴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분명하지 못한 것, 시원찮은 것, 세상에 도움을 못 주는 것들은 다 버린다. 그 동안 우리를 알게 모르게 옥죄던, 허울은 그럴듯하나 알맹이가 부실했던 많은 것들은 이제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여기에선 국적도, 인종도, 성별도, 직위도, 나이도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 오직 알맹이만이 의미를 갖는다.

그런 알짜를 우리 사회에 선사할 수 있는 유일한 부류가 바로 마니아들이다. 그들이 창조적 경쟁을 통해 그 일을 해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들에겐 우선 가식이 없다. 스스로 좋아서 하는 일인데다, 그 일을 평생에 걸쳐 해야 하기에 그렇다. 또한 순수하지 못하다면 처음부터 아예 그 길로 나서지도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남을 해칠 리도 없다. 그들은 창의력과 열정, 책임감으로 자신이 맡은 일에 임한다. 만약 우리가 그런 그들에게서 알짜를 구하지 못한다면 달리 그것을 얻을 길은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당신이 이 개체의 시대에 떳떳한 주인공이 되려 한다면 당신의 목소리에, 어깨에, 행동에, 그리고 생각에 구태의연하게 쓸데없는 힘이 들어가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만약 그러하다면 먼저 그것부터 없애야 한다. 그것도 지금 당장, 아주 말끔하게. 알짜는 의식과 행동이 합쳐질 때 나오는 것이다.



평소에 지하철을 잘 타지도 않고 관심도 없는 사람과, 틈만 나면 지하철로 달려가 타고 어딘가를 향해 떠나기를 밥 먹듯하면서 역사(驛舍)의 구조, 안내판과 승차권의 디자인, 검표방식, 승객의 태도, 심지어 차량 사이를 오가며 그때그때 들려오는 소리를 통해 어디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아보는 게 취미인 사람에게 지하철 광고 일을 맡겨 맞대결을 시키면 어느 쪽에 더 승산이 있을까.

언젠가 KBS TV의 ‘제3지대’란 프로그램에서 지하철에 관한 것이라면 모르는 게 없는 이런 마니아들을 보면서 자동차에 미쳤다가 결국 세계적인 렌터카 체인을 일군 존 헤르츠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도 저런 친구들이 있으니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다. 주위를 살펴보면 우리 젊은이들 중에는 자기가 좋아하는 한 가지 일에 몸과 마음을 온통 바치는 마니아가 참으로 많다.

그들은 평생을 걸 테마를 이미 갖고 있다. 테마란 일생의 업(業), 바로 그것이다. 돈을 벌기 위해 일시적으로 대드는 단순한 일거리가 아니다. 개체의 시대란 자기 나름대로 일생의 테마를 가진 이런 인간들이 사회의 주류를 이루는 시대다.

나만의 테마를 갖고 산다

이제 평생직장은 사라지고 대신 평생의 일만 남았다.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되, 그때그때 상대를 바꿔가면서 그 일을 평생 하며 살아가는 시대가 온 것이다. 조직도 그렇게 변하고 있다. 그러므로 개체의 시대를 사는 제1의 조건은 자신만의 테마를 갖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기초해서 자신의 라이프 플랜을 세우는 것이다.

테마를 갖고 평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자기 세상 돌아가는 것을 바라볼 수 있는 나름의 안목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인간에 대한 배려가 절실하게 요구되는 지금과 같은 서비스시대, 진정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간에 대한 성찰이다.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왜 그걸 원하는지, 그가 가슴 아파하는 문제는 무엇인지를 모르고선 그에게 아무런 도움을 줄 수가 없다. 불행하게도 우리 사회는 아직 인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우리는 삶의 질과는 너무 먼 거리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라도 우리 사회에는 테마를 가진 인간이 많아야 한다.

한때는 이런 안목이나 창의성, 열정, 전문성보다는 인간 됨됨이, 더 구체적으로 말해서 회사의 지시와 명령에 군말 없이 따를 수 있는 인간인지, 아니면 회사에 등을 돌릴 인물인지를 먼저 따진 적이 있었다. 어떤 대기업은 신입사원을 뽑는 면접장에 회장이 직접 용하다는 관상쟁이를 데리고 나왔다는 얘기도 있지 않은가. 그때 기업은 직원이 평균적인 능력만 가졌으면 괜찮다고 생각하던 시절이었다. 더욱이 회사와 직원은 평생을 함께 하는 운명공동체라는 전제가 깔려 있었기에 그런 시각이 가치를 지닐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기업은 당장 내일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처지에 있다. 회사가 아예 없어질 수도 있고 다른 회사에 합병될 수도 있으며, 일부 부서가 모기업에서 빠져나가 독립할 수도 있다. 기업의 변화가 이 정도라면 그 내부 구성원들의 처지는 어떠하겠는가.

따라서 기업이 직원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때그때 일의 성격에 맞춰 사람을 뽑게 되는 것이다. 조직에 대한 충성도나 사교성은 고려의 우선순위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을 미리 간파한 미국의 기업들은 오래 전부터 직원에게 맡길 과업을 먼저 정한 다음 그에 필요한 자격요건과 선발방법을 마련해 적격자를 선발해왔다.

우리 기업들 역시 최근 들어 발 빠른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 동안은 신입사원을 일괄 채용, 단체연수를 통해 ‘삼성맨’ ‘현대맨’ ‘LG맨’ 등으로 교육시켰는데, 요즘은 특화된 인재를 필요할 때마다 수시 채용하는 방식으로 인사전략을 바꿨다. 공채자를 우대하는 ‘순혈(純血)주의’로는 기술다변화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경우 채용의 포인트는 대개 문제해결 능력에 두게 된다. 그래야만 곧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누가 그 일에 마니아라고 한다면 더 볼 것도 없이 그를 선택할 것이다. 이렇듯 마니아는 자영업뿐 아니라 조직의 일원으로 선발될 가능성에서도 경쟁력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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