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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혁의 교육현장|경주대학교

문화·관광 특성화로 도약에 성공

  • 육성철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ixman@donga.com

문화·관광 특성화로 도약에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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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1997년 지방소재 28개 대학을 분야별 특성화 대학으로 선정했다. 당시 교육부는 인문, 공학, 국제전문실무인력양성, 기초과학, 자유 분야로 나누어 지방대학을 심사했는데, 경주대학교는 인문 분야의 관광특성화 부문에 신청했다. 이때부터 경주대학교는 ‘경주 문화 중심의 관광교육·연구특성화 사업’을 추진해왔다. 경주대학교에 설치된 경주문화연구소, 관광진흥연구원, 박물관 등은 그러한 목표에 잘 부합하는 인프라다.

경주문화연구소는 97년 설립됐다. 말 그대로 경주지역의 문화를 연구하는 곳이다. 한 가지 특징이 있다면 일반인들이 경주를 ‘신라의 고도’로만 생각하는 데 비해 경주문화연구소는 통시적 맥락에서 파악한다는 점이다. 즉, 고려와 조선, 일제시대의 경주에 대해서도 연구하는 것이 차이일 듯하다. 이와 관련, 경주문화연구소의 김선주 교수는 “경주를 중심으로 시대를 통찰한다는 의미에서 ‘경주학’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주문화연구소는 지금까지 다양한 시각에서 경주를 연구해왔다. 대표적인 연구로는 경주와 관광을 종합적으로 개괄한 ‘경주여행’, 김동리와 박목월의 발자취를 연구한 ‘경주의 소설문학’, 그리고 현장조사 보고서인 ‘토함산 지역 불교유적 조사연구’ 등을 들 수 있다. 이 밖에 경주문화연구소는 학술논문집 ‘경주문화연구’를 발행하고 있는데, 여기에 실리는 논문에 대해서는 편당 200만원의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

관광진흥연구원은 88년 3월 경주대학교의 전신인 한국관광대학의 개교와 함께 설치됐다. 하지만 연구원이 적극적인 활동에 들어간 것은 경주대학교가 특성화사업을 추진할 무렵이다. 이곳에서는 그 동안 산학협력 프로그램 개발과 사회교육 등에 주력해왔다. 99년 상반기까지는 경주시민을 모집해서 조주사, 조리사, 제과·제빵사, 통역안내원 교육과정 등을 열었다. 하지만 최근엔 신청자가 줄어 중단한 상태.

연구원은 학술 심포지엄에도 관심을 기울여왔다. 98년엔 관광진흥을 주제로 국제학술심포지엄을 열었고, 99년부터는 두 차례에 걸쳐 영·호남 지역화합 학술심포지엄을 공동 개최했다. 또 지난해 7월엔 경주시가 주관한 ‘신라의 거리 조성 기본계획’을 연구했으며, 올 2월엔 경주세계문화엑스포 평가회를 열었다.



경주문화연구소와 관광진흥연구원이 오프라인에서 경주지역의 관광문제에 접근한다면, 문화관광정보개발실은 온라인을 통해 관광 인프라를 축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경주대학교 문화관광정보시스템(KUTIS, cybertour.kyongju.ac.kr/kutis)을 4개 국어로 제작해 경주를 홍보하고 있다. 이 사이트에 들어가 경주 관광코스를 선택하면 현장조사를 통해 자체 제작한 숙박업소 등에 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박물관도 경주대학교의 자랑거리로 꼽힌다. 경주라는 지역의 특성상 박물관은 남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경주대학교 박물관의 정병모 관장은 “경주는 아주 특별한 곳이다. 발굴을 하다 보면 2중, 3중으로 유물이 나온다. 통일신라와 철기시대 청동기시대 유물이 함께 출토되는 곳은, 경주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경주대학교 박물관은 자칫 역사에서 사라질 뻔한 벽화 2점을 살려냈다. 사찰의 보수공사로 뜯겨버릴 상황에 놓인 경남 김해 은하사의 벽화가 박물관측의 끈질긴 노력으로 마침내 빛을 보게 된 것이다. 나한도와 반야용선도가 그것이다. 경주대학교 박물관은 이 벽화의 처리과정을 담은 자료집을 발간해 학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기도 했다.

경주대학교 박물관은 지금까지 다섯 차례의 지표조사와 한 차례의 시굴조사를 실시했다. 이 가운데 94년 발굴한 황성동 유물과 97년 발굴한 동천동 유물이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경주대학교 박물관의 유물 중에는 문화적으로 연구가치가 높은 것도 많다. 우리나라 최초의 주전자 토기와 세 발 달린 솥, 청동 공방지에서 출토된 도가니 등이 그것이다.

경주대학교는 97년 관광특성화 대학으로 선정된 뒤 지금까지 정부로부터 26억8500만원을 지원받았다. 학교측이 공개한 사업계획서를 보면, 지원금의 대부분은 시설투자, 장학금, 연구지원 등에 투입됐다. ‘교육환경 개선’이 특성화 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생각에 엄정하게 집행했다는 설명이다. 특성화 사업단의 한 관계자는 “강의실의 에어컨을 포기하면서까지 실습기기를 도입했다. 번듯한 건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았지만, 철저하게 실속을 챙겼다”고 귀띔했다.

한 예로 경주대학교의 복합적인 건물 배치를 들 수 있다. 다른 대학 같으면 여러 동으로 나누어졌을 건물이 한 곳에 모여 있는 경우가 많다. 관광학관과 학생회관, 중앙도서관이 한 건물에 들어서 있는가 하면, 대학본부와 대학원, 법정학부와 경영학부, 전자계산소와 박물관도 한지붕 밑에 둥지를 틀고 있다.

몰라보게 달라진 교육환경

이러한 경주대학교의 투자방식은 겉으로 드러난 수치에서도 성과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2000년 6월을 그 기준으로 경주대학교가 작성한 특성화사업 추진 성과표엔 최근 3~4년 동안의 눈부신 성장이 잘 나타나 있다. 다음은 특성화 사업 이전과 이후의 주요 내용을 비교한 자료다(사업 전, 97년 10월 이전/사업 후, 2000년 6월 기준. 특성화사업에 포함된 학과만 분석한 자료임).

전임교수(36/52명)

겸임교수(없음/9명)

교수 1인당 학생수(42.4/29.21명)

연구지원(95∼96년 대학 전체에서 52/206건)

연구실적(97년 22.8/논문 242.5 편, 저서 43.5편)

실습실(8/18개, 평균 활용률 89%)

장학금 수혜율(10.11/37.5%)

신입생 평균 수능점수(179.7/262.8점)

순수 취업률(49.1/75.7%)

이 밖에도 경주대학교의 변화는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다. 경주문화 중심의 관광학문을 육성하기 위해 관·산·학 협력체제가 구축된 것도 그 가운데 하나다. 경주대학교는 경북도청이나 경주시청 등과 함께 각종 프로젝트를 추진해왔으며, 경주와 서울지역의 특급호텔에 학생들을 파견해 현장교육을 강화했다.

경주대학교는 관광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학교의 이미지 향상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각종 행사를 주도적으로 개최했다. 경북 도내의 고등학생을 선발해 백두산 투어에 나섰고, 국내 최초로 ‘전국 대학생 관광 조리 칵테일 대회’를 열어 관심을 끌기도 했다. 또한 국제화시대에 발맞춰 외국 대학들과 자매결연을 적극 추진하고 각종 어학연수 프로그램도 늘렸다. 특히 관광외국어학부에서 실시한 ‘SURVIVAL ENGLISH 2000’은 독특한 프로그램 구성으로 학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인터넷을 활용한 교육도 경주대학교가 관심을 쏟는 분야다. 교내에 설치된 교육매체제작소는 교수의 강의를 녹화해 곧바로 홈페이지에 올린다. 물론 아직은 일부 강의에 그치고 있지만, 차츰 비중을 늘려 강의를 전세계에 송출하는 시스템을 만들 계획이다. 학생들도 자체 인터넷방송국 KIZ(Kyongju University Internet Broadcast Zone)을 운영중이다. 여기에서는 학교활동이나 강의자료 등을 편집해서 방송하고 있다.

경주대학교의 변신이 계속되면서 주변의 평가도 몰라보게 달라졌다. 영남지역 고등학교 입시 담당자들이 경주대학교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전문대학교 재학생 사이에서는 편입 희망자가 늘고 있다. 물론 이것은 관광특성화 사업에 포함된 일부 학과에 국한한 현상이지만, 오랫동안 지방대학 콤플렉스에 시달려온 경주대학교의 처지에서는 고무적인 ‘사건’이다.

경주 고속버스터미널에서 경주대학교로 가는 길은 마치 ‘신병훈련소’를 연상케 한다. 산을 끼고 돌아가는 길이 그렇고, 학교에 가까워질수록 인적이 드문 것도 그렇다. 서천교를 지나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왼편으로 가면 태종무열왕릉이고 오른편엔 김유신 장군 묘가 눈에 들어온다. 삼국통일의 기틀을 다진 두 영웅호걸을 뒤로 하고 영천 방향으로 곧장 달리면 선도산이 나타나는데 이곳에 학교법인 원석학원(이사장 김일윤·국회의원)이 설립한 세 개의 학교가 있다. 신라고등학교, 서라벌대학, 경주대학교다.

경주대학교는 주변이 온통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래서 경주대학교를 처음 찾는 사람들은 학교라기보다 공원에 들어온 느낌에 젖는다. 교문에서 본관을 향해 걸어가다 보면 특이한 입간판을 하나 발견할 수 있다.

‘Kyongju Boot Camp’

‘boot camp’는 영어로 ‘신병훈련소’라는 뜻이다. 군인이 되기 위해 반드시 밟아야 하는 기본적인 훈련…. 그렇다면 경주대학교는 학생들을 군대의 신병처럼 교육한다는 뜻일까? 경주대 한정곤 총장은 ‘boot camp’의 의미를 이렇게 해석했다.

“‘boot camp’의 핵심은 의식개혁입니다.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결코 자신감을 얻을 수 없습니다. 비록 지방대학에 들어왔지만 해낼 수 있다는 의지를 가져야 합니다. 대학을 졸업했지만, 사회에 진출해서 자기 몫을 못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요. 이것은 학생들의 경쟁력을 키워주지 못한 대학의 책임이라고 봅니다.”

입간판 오른쪽에 나붙은 현수막에서도 한 총장이 말하는 의식개혁의 의미를 읽을 수 있다.

“형설지공(螢雪之功). 학문사관학교.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것입니다. 열심히 꾸준히 학업에 정진하여 성공하는 세계시민 시대를 준비합시다.”

KBC(Kyongju Boot Camp). 이것은 경주대학교가 대도약을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신입생 때부터 확실하게 공부시키자는 취지로 출발한 KBC는 현재 경주대학교의 모든 학사업무에 영향을 주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통과시험 제도. 경주대학교에 입학한 모든 학생들은 외국어와 컴퓨터 시험에 합격해야만 졸업할 수 있다. 2000년 3월부터 시행하고 있는데, 학생들의 실력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경주 ‘신병훈련소’

한정곤 총장이 부임한 이후 새롭게 등장한 교육과정이 바로 ‘리더십’이다. ‘리더십’은 1학년 전교생 교양필수 과목으로 한 총장이 직접 강의하는 시간도 편성돼 있다. 한 총장은 ‘리더십’ 수업에 각별한 애정을 쏟는데, 그 이유는 의식개혁의 필요성 때문이라고 한다. 이쯤 되면 경주대학교를 ‘신병훈련소’라고 부르는 것도 무리는 아닐 듯하다.

“결국 이루지 못할 거라는 패배의식을 깨뜨리고 한번 해보겠다는 도전정신을 키워야 합니다. ‘리더십’은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과목이죠.”

양지가 있으면 음지도 있는 법. KBC를 비롯해 각종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으나 불만을 터뜨리는 이도 의외로 많다. 특히 특성화사업에서 뒤로 밀려난 학부의 학생들은 학교측의 집중적인 투자방식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특성화사업 관련 학과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반면, 나머지 학과의 경쟁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런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도 경주대학교가 관광특성화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현실’은 대체로 인정한다.

5월31일 본관에서는 제2회 법정학부 학술대회가 열렸다. 서울지역 대학이라면 법정학부가 학교의 중심을 이루는 경우가 많겠지만, 경주대학교에서 법정학부는 소외된 학부 중 하나다. 이것은 특성화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지방대학에서 흔히 나타나는 이른바 학부간 불균형 현상이다.

학술대회는 무난하게 진행됐다. ‘원자력 발전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찰’이나 ‘부동산업의 변화와 부동산 투자신탁’에 대한 주제발표는 나름대로 내용이 잘 정리돼 있었다.

하지만 학술대회는 경주대학교 학생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 채 ‘그들만의’ 행사로 끝났다. 법정학부 신희영 교수는 “특성화 사업은 나름대로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문제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플러스 요인이 더 크다고 본다. 앞으로는 특성화사업에서 밀려나 있는 학과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그것이 경주대학교가 발전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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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철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ix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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