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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려가는 탈북 여성 눈물이 내 삶을 바꿨다”

중국에서 탈북자 돕다 추방된 전도사 천기원 독점 수기

  • 정리·곽대중 editor@nknet.org

“팔려가는 탈북 여성 눈물이 내 삶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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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안원들은 계속 수갑을 채워두었다. “나는 도망가지 않는다. 도망갈 이유도 없다”고 해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화장실에 간다고 할 때만 수갑을 풀어줬다. 그러나 공안원은 화장실까지 따라왔다. 그런데 어처구니없는 일이 또 일어났다. 볼일을 보려는데 공안원이 화장실 문을 확 열어젖힌 것이다. 깜짝 놀라 삿대질하며 큰 소리로 화를 냈다.

상대도 중국어로 목소리를 높이며 대들었다. 내가 화장실 안에서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 그것마저도 지켜봐야 한다는 뜻이리라. 서로 알아듣지도 못하는 고함을 그렇게 퍼붓다 수치심과 분노에 몸을 떨며 돌아왔다. 다시 수갑을 찬 채 눈을 감았지만, 머리끝까지 치민 분노로 잠이 오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5시30분. 베이징에 도착하긴 이른 시간인데 기차에서 내리라고 했다. 창춘(長春)역이었다. 이상한 느낌이 스쳐갔다.

공안원들이 이끄는 대로 지하통로를 빠져나가니 ‘공안(公安)’이라고 쓰여있는 호송용 차량이 서있었다. 그 차를 타고 한참을 달려 창춘공항에 도착했다. 차는 공항 대합실 쪽으로 가지 않고 뒤로 빠져 공항사무실 앞에 멈추었다. 사무실에서 한 시간 동안 꼼짝없이 앉아 있었다.

7시45분이 되자 그들은 나를 다시 어디론가 끌고 갔다. 출국 수속을 밟는 곳의 뒷문이었다. 그제서야 나는 곧 한국으로 가는 8시5분 비행기에 태워질 것임을 알았다. 중국 공안원은 예상을 깨고 베이징공항이 아니라 창춘공항으로 나를 빼돌린 것이다. 베이징공항에는 벌써부터 세계 각국의 기자들이 몰려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중국은 탈북자들을 돕다가 체포돼 7개월간 옥살이를 한 한국인 전도사를 자국에서 추방하는 모습이 주요 외신에 실리는 것을 원치 않았을 것이다.



비행기에 올라타려는데 열댓명의 공안원이 다시 나를 에워쌌다. 그중 가장 상급자인 듯한 사람이 내 앞에서 무언가를 읽어 내려갔다. “피고인 천기원은 중화인민공화국 법을 어기고 비법(非法) 월경자들의 탈출을 방조한 죄로 강제 추방한다.” 일종의 ‘추방식(追放式)’이었다. 참으로 분하고 허탈했다.

그래서 마지막 싸움이라 생각하고 “너희들 정말 이래도 되는가, 베이징으로 간다고 해놓고 왜 여기로 데리고 왔는가, 법을 집행한다는 놈들이 이렇게 사람을 기만해도 되는 건가” 하고 따졌다. 조선족인 듯한 통역 담당 공안원에게 내 말을 전달해주라 했다.

돌아온 대답은 “우리는 그래도 된다”였다. 기가 차서 “너희들 양심이 있는가”라고 다시 물었다. 통역원은 내 말을 전달하지도 않고 자신이 직접 “우리는 한국 놈들처럼 그렇지는 않아!”라고 소리를 버럭 질렀다. 한국 놈들처럼 그렇지는 않다고? 동포를 돕겠다는 내 행동이 무슨 죄란 말인가. 너희들은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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