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팔려가는 탈북 여성 눈물이 내 삶을 바꿨다”

중국에서 탈북자 돕다 추방된 전도사 천기원 독점 수기

  • 정리·곽대중 editor@nknet.org

“팔려가는 탈북 여성 눈물이 내 삶을 바꿨다”

3/13
그런데 봉투를 건네면서 선생님이 조용히 한마디 덧붙였다. “한웅이 아버님. 한웅이 말을 들어보니 아버님이 북한 사람 돕는 일을 하신다는데, 자기 가정도 제대로 돌보지 못하면서 어떻게 남을 돕는다고 하십니까. 일단 가정부터 살피세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심장이 딱 멎는 듯했다. 어떻게 돌아왔는지도 모른 채 집에 돌아와 한참 울었다. 사실 맞는 말이 아닌가. 자기 식구도 못 먹여 살리는 주제에 무슨 굶주린 북한 동포를 살리고 그들의 인권을 운운하단 말인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갈등과 시련의 시기였다.

개인적인 갈등을 안은 채 계속 탈북자 선교를 추진했다. 두리하나선교회에서 한국으로 데리고 온 탈북자는 170명 정도인데, 그중 내가 직접 데리고 온 사람들이 150여 명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탈북자들을 한국으로 데려오는 단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가 하는 탈북자 선교사업 중 한 부분일 뿐이다.

선교활동 초기 우리는 쌀과 돈을 중국에 보내주고, 중국에 꽃제비들을 수용할 고아원을 마련하는 일을 추진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고아원 설립을 허가하지 않아 비밀스럽게 피난처(북한관련 NGO 관계자들은 대개 ‘쉘터 shelter’라고 부른다)를 마련해 탈북자들을 돌본 것이, 오늘날 탈북자들을 한국으로 데려오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우리는 보호를 받는 재중(在中) 탈북자들에게 한국행을 권유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가능한 한 그들이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길 바란다. 북한에서 비밀리에 신앙생활을 하면서 선교활동을 벌이도록 하는 단체도 있지만, 우리는 북한 선교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 북한에서 기독교인은 1급 정치범으로 분류되는데 그들을 억지로 사지(死地)에 몰아넣을 생각은 없다. 본인이 기어이 그렇게 하겠다면 말리지는 않지만 말이다. 우리는 한국에 가야 할 특별한 사연이 있는 사람들만 한국으로 데려온다.

물론 금전적 대가는 일절 받지 않는다. 만약 대가를 받고 탈북자들을 한국으로 데려온다면 나는 하나님에게 벼락을 맞을 것이다. 내가 탈북자들을 한국으로 데려오는 일을 시작한 계기는 두리하나선교회에서 일하는 청년 때문이었다. 그는 1997년 이른바 ‘핑퐁사건’ 때 한국으로 들어온 탈북자다.



핑퐁사건은 중국과 베트남 정부가 서로 떠맡기 싫어 국경을 사이에 두고 탈북자 13명을 탁구공처럼 주고받은 사건이다. 베트남 국경 쪽에 서있는 13명의 탈북자가 중국으로 넘어오려고 하자 인민해방군은 총까지 들이대며 이들을 쫓아내, 탈북자들은 지뢰밭을 헤매고 다녔다. 이 사건은 지뢰밭을 헤맨 13명 중 10명이 한국행 비행기를 타게 됨으로써 세상에 알려졌다. 그런데 그때 한국에 오지 못한 세 명 중의 한 명이 이 청년의 어머니다. 나는 그 청년을 위해 베트남과 캄보디아를 거쳐 17일 만에 그의 어머니를 한국에 데려왔는데, 이것이 탈북자들을 한국으로 데려오는 활동의 시작이었다.

내가 감옥에 있는 동안 탈북자들이 베이징에 있는 외국 공관에 잇따라 진입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NGO들이 지원했다 하여 이것을 ‘기획(企劃)망명’이라 한다. 기획망명 성공 이후 중국 공안은 대대적인 탈북자 검거 선풍을 일으켰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기획망명이 탈북자들의 처지를 더욱 궁지로 몰고 있다며 NGO의 행위를 비난했다. 그러나 이러한 비난은 중국 내의 탈북자 형편을 전혀 모르고 하는 소리다. 기획망명이 있기 전에도 탈북자들은 대단히 많이 잡혀갔다. 하루에도 몇 트럭씩 말이다.

기획망명이 있자 그동안 무관심했던 언론이 앞다투어 탈북자 체포가 갑자기 벌어진 것처럼 보도하고 있는데 이것이 오히려 문제다. 버스는 오래전부터 계속 달리고 있었는데, 내내 잠자고 있던 사람이 깨어나 “이제야 버스가 달린다”고 소리치는 격이다.

물론 기획망명이 중국당국의 탈북자 체포의지에 불을 댕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숨어 지내는 것이 대안은 아니지 않은가. 늘 쫓기고 당하고만 다녔던 탈북자들이 자신들의 인간적 권리를 주장하며 외국 대사관으로 뛰어드는 모습…. 수년간 탈북자들을 만나왔던 나로서는 정말 자랑스럽고 대견하게 보인다. ‘자꾸 떠들고 시끄럽게 해야’ 중국 당국도 탈북자들을 북한으로 송환하지 못하고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할 것이다.

3/13
정리·곽대중 editor@nknet.org
목록 닫기

“팔려가는 탈북 여성 눈물이 내 삶을 바꿨다”

댓글 창 닫기

2021/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