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계란으로 바위치기…그러나 진실은 살아 있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680일의 명암

  • 김남권 south@yna.co.kr

계란으로 바위치기…그러나 진실은 살아 있다

3/8
문제가 계속되면서 유가족 단체들은 위원회에 더욱 강력한 내부개혁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조사활동 기조에 찬성하지 않는 기관파견 조사관들은 원 근무지로 복귀시키고, 새로 조사관들을 구성해 실질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특별법을 개정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위원회가 법 개정에 난색을 표하면서 유가족들과의 대립이 시작됐다. 유가족들은 “기관을 조사하는 데 소극적인 파견 조사관들과 이에 대해 ‘어쩔 수 없지 않느냐’며 동조하는 간부들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여기에는 대부분의 민간 조사관들이 동의했다.

반대 의견도 있었다. 기관파견 조사관들과 직원들 일부는 과장의 “사표 제출은 민간 조사관들 사이의 내부갈등에서 빚어진 것인데 공연히 기관파견 조사관들을 걸고 넘어졌다”며 이 간부를 비난하기도 했다. 1년간 서로 사이에 파인 골이 상당히 깊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유가족과 의문사위 사이의 연락창구 역할을 맡아왔던 대외협력팀의 민간 전문위원 3명이 사표를 던지며 “대외협력팀 축소방침은 유가족을 배제하고 기관에 면죄부만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집행부에 항의한 일도 신뢰가 무너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때부터 유가족들은 지금까지의 관망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의문사위의 조사활동 기조와 지도부의 운영방식에 대해 본격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기 시작했다.

그 전초전은 2000년 12월에 처음 시도된 기무사령부 실지조사였다. 대학생 강제징집 및 녹화사업 관련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기무사를 방문했던 조사관들이 부대 측의 거부로 성과 없이 돌아왔다. 이후 양승규 위원장 등 위원회 고위관계자 3명이 기무사령관을 면담했지만 결과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유가족 단체 관계자들은 기자들을 만날 때마다 “위원장이 기무사령관에게 제대로 항의도 하지 못하고 돌아온 것은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불만을 털어놓곤 했다. 유가족들은 “기무사가 조사활동에 협조하지 않으면 대통령에게 보고라도 해서 이를 바로잡아야 하는데, 위원장에게는 그런 적극적인 의사가 없다”고 비판했다.

“위원장은 사퇴하라”

이같은 기류는 결국 사흘 뒤 위원장의 퇴진이라는 파국으로 표면화됐다. 유가족들은 대다수 사건 조사가 진척되지 못한 채 종결되는 상황인 만큼 위원장이 모든 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날 것을 촉구했다. 유가족들이 기자회견 직후 급기야 위원장실을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가면서 출범 이후 곪아왔던 종기는 결국 터지고 말았다. 유가족 측은 급히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활동쇄신을 위한 비상대책위’를 조직하는 등 빠르게 움직였다.

유가족들의 위원장에 대한 불만은 농성중에 가진 위원장과의 대화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유가족들이 “도대체 진상규명을 하려는 의지가 있는 거냐”며 양위원장을 매몰차게 몰아붙이는 모습은 법 제정 전 국회 앞 농성장에서 울부짖던 바로 그 모습이었다.

이들은 이해 중순부터 시작된 ‘유가족들을 위한 사건 중간설명회’에 위원회가 성실하게 응하지 않은 데는 위원장의 ‘미적지근한’ 태도가 결정적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양위원장은 법학자답게 “법을 무시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 자신들의 주장과 다르다고 해서 물리력을 동원하는 것은 결국 위원회 활동을 방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제3자의 입장에서 보면 유가족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 되고도 남음이 있다. 이들에게는 ‘투쟁 끝에 얻어낸 위원회가 몇몇 명망가의 의문사에 대해서만 언론플레이를 펼친다면, 다른 의문사는 영원히 풀지 못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이런 유가족들이 법적 한계라는 원칙론을 납득할 것을 기대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민간 조사관들도 유족들의 주장에 비공식적으로 지지의 뜻을 표했다. 당시 민간 조사관들 사이에서 위원회의 전면 쇄신을 요구하는 단체 행동의 움직임도 있었음은 출입기자들 대부분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3/8
김남권 south@yna.co.kr
목록 닫기

계란으로 바위치기…그러나 진실은 살아 있다

댓글 창 닫기

2021/11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