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한국의 숨은 인권운동가 ⑦

“안경 쓰는 것과 휠체어 타는 게 뭐가 다릅니까?”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신용호 사무국장

  • 정호재 demian@donga.com

“안경 쓰는 것과 휠체어 타는 게 뭐가 다릅니까?”

2/8
신국장의 인상은 학자처럼 차분하다. 어린 시절 소아마비를 앓는 바람에 3급 지체장애인이 된 신국장은 1980년대 이래 장애인 인권운동의 최일선에서 싸워온 주역이다. 하지만 투쟁가가 감수했을 고난의 삶과는 어울리지 않을 만큼 언제나 온화한 표정을 잃지 않는다.

“장애인 복지투쟁은 법률 제·개정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법부터 장애인을 배제한 탓에 무슨 주장을 해도 소용없던 시절이 그리 오래전 얘기가 아니에요. 그러다보니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가장 소외된 이가 장애인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장애인 스스로 입법활동

1980년대에 국회와 주요 정당의 당사로 뛰어들어 농성을 벌인 장애인들은 “여기 이 땅에 장애인도 살고 있고 투표권도 있음을 기억하라”고 외쳤다. 지난한 정치투쟁의 결과 1989년에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이 통과됐고, 그후 1999년까지의 10년간은 제도상의 차별을 철폐하고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꿔나가는 투쟁의 시기였다. 그 시기를 거쳐 오늘날의 장애인운동은 법이 실질적으로 강제하지 못하는 구체적인 권익보호를 위해 힘쓰고 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의 초대 회장은 국회의원을 지낸 이성재 변호사였고, 김성재 문화관광부 장관, 이남진, 도창영, 고재후 변호사 등이 초창기부터 몸담아왔다. 법과 사회운동을 공부한 이들은 장애인문제를 복지의 차원을 넘어 인권문제의 차원에서 이해했다. 그래서 처음부터 장애인을 위한 법과 제도 확립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연구소를 꾸려왔다. 이후 여러 시민·사회단체들과 연대하면서 지방연구소까지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장애인 관련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특별하다. 사회복지 관련법은 대개 이해당사자보다는 전문가, 주로 학자들이 중심이 되어 법안을 만든다. 그러나 장애인 관련법의 경우 1980년대 중반 이후 장애인 스스로 법안을 만들고, 공청회를 열고, 입법청원을 하고, 투쟁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켰다. 장애인이 아닌 사람은 장애인의 고충을 속속들이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회적 편견과 차별이 너무나 오래 지속된 것도 또 다른 원인이다.

장애우인권센터 조문순 간사는 “지금까지의 장애인운동은 신용호 국장 같은 선각자들이 틀을 만든 후 이해당사자인 장애인들이 그 내용을 채우기 위해 사안별로 싸우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설명한다.

신국장은 “장애인운동을 하면서 장애인문제를 전문적으로 고민할 브레인 할 조직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한다. 연구소를 활성화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일단 제도 부문에서 기반을 다져놓으면 관련 장애인 조직들이 그 위에서 활기를 띠게 되리라 확신했다.

1990년대 이전까지 복지 중심의 관변단체 성격을 띠던 장애인 단체들은 이 연구소를 매개로 차별 철폐를 지향하는 인권 중심 단체들로 빠르게 탈바꿈했다.

“1980년대 초에는 장애인을 위한 법과 제도가 전무했기에 우선 큰 그림부터 그려야 했어요. 중증 장애인은 복지로 끌어안고, 경증 장애인에겐 일을 줘서 사회화시키자는 게 그것이죠. 그 결실이 바로 장애인복지법과 장애인고용촉진법입니다. 큰 그림은 그린 셈인데, 막상 현실에선 그림대로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게 문제죠.”

2/8
정호재 demian@donga.com
목록 닫기

“안경 쓰는 것과 휠체어 타는 게 뭐가 다릅니까?”

댓글 창 닫기

2021/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