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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명심 수사 지양하고 인권검찰로 거듭나라”

검사 출신 함승희 의원 직격 발언

“공명심 수사 지양하고 인권검찰로 거듭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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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에 있었던 대구 지하철 참사 사건 때도 처음에 경험 없는 검사로 하여금 현장지휘를 하게 했다가 현장보존에 실패해 곤욕을 치르지 않았던가. 분노한 시민들과 유가족들이 검찰청, 경찰서로 몰려가 연일 항의농성을 할 때, 본 의원이 대구에 내려가 현지 검사장과 경찰청장을 상대로 초동수사와 현장보존의 실패 책임을 엄하게 추궁한 후, 뒤늦게 검찰총장이 현장에 다녀가고 수사지휘 책임자를 격상해 대검 강력부장에게 맡기는 등 법석을 떨고, 당시 그 지역 검사장은 좌천됐다가 끝내 검찰을 떠났던 사실을 벌써 잊었는가.

수사검사의 명예와 소신은 최대한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제 마음대로 날뛰게 해서도 안 된다. 정회장은 수십만 식구가 생계를 의존하고 있는 대기업의 총수일 뿐만 아니라 국가 신인도와도 직결되는 현대그룹이라는 기업 이미지를 책임지고 남북경협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수행하던 사람이기 때문에 보통의 변사사건처럼 예사롭게 처리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권노갑 전 고문을 서둘러 연행하면서 “의혹이 있는 곳에 수사 있다”고 강변하려면 그 의혹이 ‘자의적·선택적 의혹’이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 또한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한 건 하겠다’는 공명심 버려야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는 검찰을 군 지휘관의 법무참모쯤으로 여기고 통치권 행사의 보조수단으로 삼기도 했다. 그 시절 검찰 독립은 주로 외부세력에 의해 침해당했다. 따라서 검사들은 그야말로 투사나 우국지사와 같이 사표를 써서 호주머니에 넣고 다녀야만 소신을 관철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정권이 문민화, 민주화된 지도 어언 10년이 더 지났다. 그럼에도 검찰권의 독립이나 정치적 중립이 아직 실현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수십 년에 걸쳐 통치권의 보조수단으로 길들여짐으로써 자생능력이 없어진 점을 들 수 있다. 특정 정권이나 특정 정파로부터의 확고한 지지가 없으면 허전하고 불안해하는 것이다. 또 다수당으로부터의 해임결의나 탄핵소추를 겁낸다. 특검법안이나 진상조사특위도 두려워한다. 이래서는 안 된다. 정권은 유한한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검사 시절 가장 강한 권력에 맞서는 것이 검사의 멋이라고 생각했다. 가장 강한 권력은 때로는 대통령으로 보일 수도 있고, 때로는 다수당으로 보일 수도 있고, 때로는 시민단체나 언론으로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러나 가장 무섭고 강한 권력은 바로 국민이다.

정치권의 풍향을 살피고 여론의 향방을 의식하는 수사는 결코 공정한, 국민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검찰권의 행사로 보기 어렵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법무부와 대검이 한총련 수배학생들의 수배해제 방침을 밝힌 것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스스로 포기한 조치로 보인다.

누가 이렇게 하라고 했나? 아니다. 검찰 스스로 그렇게 한 것이다. 미국과 같은 동맹국들은 반미를 외치는 젊은이들보다 이를 방치하고 때로는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그런 정권, 그런 위정자들을 더 위험하게 보고 있다.

검찰은 국가 안보와 국가 기강확립의 최후의 보루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이 강조되는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정권이 출범한 후 검찰이 달라진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어떻게 달라졌느냐고 물으면 “좋은 현상인지 나쁜 현상인지는 모르지만 검사들이 과거에는 상사들의 눈치를 봤는데 요즈음은 제 마음대로 하는 것 같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정의감과 의협심이 충만해 법이 규정한 절차와 형식을 지키면서 열심히 수사하는 검사의 모습은 드라마의 한 장면 같다. 젊은이들의 우상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 건 하겠다’는 공명심에서 ‘네가 뭔데’ 하는 오기에 사로잡혀 막무가내로 법과 절차를 무시한 채 피의자를 몰아붙이는 것은 민주국가의 검찰상이 아니다.

여론에 민감한 위험한 검사들

지난번에 대통령과 검사들의 TV토론을 지켜보면서 대화를 통해 검사들을 설복하겠다는 대통령의 나이브한 발상도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대통령을 면전에서 공박하는 검사들의 모습에서 섬뜩함마저 느끼며 이 나라 검찰의 앞날이 걱정됐다. 소신과 정의감 넘치는 검사가 아니라 오기와 공명심으로 똘똘 뭉친 검사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50년 검찰사를 되돌아보면 양식 있고 정의감 넘치던 많은 검찰 선배들이 검찰을 지키려고 애써왔고, 사회정의 구현을 위해 청춘을 불사르며 헌신해 온 분도 적지 않다. 그러나 검사 관련 독직사건이나 축소·은폐수사, 혹은 위법·부당한 수사가 문제돼온 것 또한 사실이다. 그 경우 과거에는 그래도 스스로의 잘못을 시인하고 홀연히 검찰을 떠나는 분도 있었고 후배들의 올바른 처신을 당부하는 선배도 있었다.

그런데 근래 무슨 게이트 사건이 터질 때마다, 심지어는 국정감사장에서 의원들로부터 법 집행과 관련해 잘못을 지적받고서도 구차스러운 말로 강변하거나 피의자들마냥 잡아떼기 일쑤인 검사들을 종종 목도한다. 결국 오래 지나지 않아 진실이 드러나 쓸쓸히 검찰청사를 떠나는 검사들의 모습을 수없이 보아왔으면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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