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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입가경 문화계 保革 갈등

‘돌격 앞으로’ 민예총 ‘뒤로 돌아’ 예총

  • 글: 이지은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miley@donga.com

점입가경 문화계 保革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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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참여정부 출범 이후 문화계에 일대 변화가 일어났다. 현 정부와 이른바 ‘코드’가 맞는 개혁 성향의 인사들이 요직을 차지한 것. 지난 2월 민족문학작가회의(이하 작가회의) 이사장인 현기영씨가 문예진흥원 원장으로 취임했고, 5월 현원장은 작가회의에서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온 강형철 작가회의 상임이사를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그리고 문예진흥사업을 연구하는 핵심기구인 문예진흥행정혁신위원회에 민예총 ‘일일문화정책뉴스’ 담당 편집자인 안성배씨와 작가회의의 김형수 시인을 외부위원으로 기용했다.

또 문광부 산하단체인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장에 이영욱 문화개혁시민연대(이하 문화연대) 정책부위원장이, 한국영상자료원장에는 독립영화계에 몸담으며 문화개혁운동을 펼쳤던 이효인 경희대 교수가 각각 임명됐다. 또 문광부 내 자문기구인 문화행정혁신위원회에는 박인배 민예총 기획실장과 문화연대 문화개혁감시센터 소장을 지낸 심광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장 등이 참여했다. 장관의 ‘브레인’이라고 할 수 있는 정책보좌관은 이영진 작가회의 문화정책위원장이 맡았다. 이때부터 문화계에서는 “코드가 비슷한 특정 단체에 대한 배려가 지나친 게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연초 민예총·문화개혁시민연대(이하 문화연대)·스크린쿼터문화연대가 공동주최한 ‘새 정부 문화정책 관련 정책제안 토론회’에서 강내희 문화연대집행위원장(중앙대 교수·영문학)이 “새 정부에서는 예총 같은 단체들은 물러서고 민예총 같은 세력이 전진배치돼야 한다”고 한 발언이 문화계 ‘홍위병’ 논쟁으로 이어진 터라, 예총의 위기감은 고조될 수밖에 없었다.

예총을 비롯한 문화계 보수 성향 인사들이 행동에 나서게 된 결정적 계기는 9월초 국립현대미술관장과 국립국악원장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이었다. 두 기관 모두 개방형 공모제를 내세워 공채형식으로 국립현대미술관장에 김윤수 민예총 이사장을, 국립국악원장에 김철호 민족음악인협회 이사장을 임명했다. 그러나 심사위원 선정과정과 심사기준 등이 명문화되지 않은 데다가 문광부 주도 아래 비공개로 진행된 것이 발단이었다. 그나마 김윤수 관장의 경우 민중미술 진영의 맏형 격으로 3수 끝에 입성한 것이어서 공개적인 반발이 없었지만, 김철호 원장은 여러 측면에서 ‘짜맞추기 인사’라는 의혹을 남겼다.

특히 심사위원 선정 과정에서 막판에 예총 소속이거나 보수 성향의 인사를 배제한 것으로 알려져 반발이 컸다. 이들은 심사위원으로 선정됐다는 통보를 받고 심사비를 받을 은행계좌번호까지 알려줬는데 이유 없이 명단에서 빠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문광부 관계자는 “심사위원 정수의 2∼3배수로 뽑은 ‘인력풀’이었을 뿐 정식 심사위원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전국대학 국악과 교수 포럼’은 9월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립국악원 차기 원장 임용 무효 및 이창동 문광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김정수 공동대표는 “심사위원에 특정학교 출신과 특정세력이 포진해 정치적으로 특정후보를 밀려는 짜맞추기식 선정”이라며 “개혁적 단체에서 일했다는 경력을 앞세워 기라성 같은 선배를 제치고 원장이 된 것은 전통을 중시하는 국악계 정서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후 9월19일 코드인사에 반대하는 연극인 100인 성명이 이어졌고 이 문제는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됐다. 이처럼 문화권력이 진보·개혁진영으로 대폭 이동하고 있는 데에 위기를 느낀 예총이 심포지엄을 열고 대책을 강구하기에 이른 것이다. 예총 내부에서는 현 정부의 ‘코드 인사’가 문화계 세력 개편을 기도하는 것으로, 마치 중국의 문화혁명을 연상시킨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높인다.

정권 바뀌면 사람도 바뀐다

하지만 민예총을 비롯한 이른바 진보성향의 문화계 인사들은 현 정권의 ‘코드 인사’는 필연적인 결과라고 말한다. 민예총 정남준 사무총장은 “정권이 바뀌면 사람도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니냐”고 조심스레 반문했다.

“50년 동안 예총이 문화계에서 주도권을 행사한 것은 다 아는 일이다. 그랬기에 문화정책이 기존의 엘리트, 선각자 중심으로 추진돼왔다. 하지만 이제 진보, 개혁세력이 주도권을 잡으면서 기저에서 예술을 창작하는 문화예술인들과 이를 향유하는 국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1988년 민족예술의 발전과 문화예술운동의 대중화를 목적으로 설립된 민예총은 주로 진보적인 문학가를 중심으로 예술·영화·연극·음악에 종사하는 예술인들이 참여한 단체다. 정남준 사무총장은 “민예총은 문화정책연구소와 문예아카데미 등을 통해 문화행정 및 정책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해왔다”고 말한다. 즉 편파인사가 아니라 역량이 뛰어난 이들이 갈 만한 자리에 간 것이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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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지은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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