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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격 고발

귀환 국군포로 정착지원금 노리는 브로커들

70대 老兵 두 번 울리는 ‘한탕 비즈니스’

  • 글: 성기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ky3203@donga.com

귀환 국군포로 정착지원금 노리는 브로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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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아버지를 찾아야겠다고 결심한 정씨는 국방부에 문의해 북한에서 아버지와 한 동네에 살았다는 귀환 국군포로를 소개받았고 그를 통해 한 명의 브로커를 소개받았다. 브로커 김모씨는 정씨를 만나자마자 아버지를 데려오는 대가로 5000만원을 요구했다. 당시 정씨 형편에 5000만원이라는 돈을 마련하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 그러나 국군포로가 귀환하기만 하면 4억원 가까운 정착금을 받을 수 있다는 브로커 김씨의 설명에 정씨는 선뜻 5000만원을 주기로 약속했다.

그 후 정씨는 브로커 김씨에게 아버지의 소식을 알아다주는 대가로 500만원씩 두 차례에 걸쳐 모두 1000만원을 전달했다. 변변한 생계수단을 갖지 못한 정씨는 주변 친척들로부터 몇백만원씩 빌려 이 돈을 충당했다. 뿐만 아니라 광주에 들를 때마다 연락해오는 김씨에게 수십만원의 여비까지 챙겨 건네주었다. 하지만 정씨는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버지의 소식을 듣지 못하고 있다. 물론 브로커 김씨와의 연락은 끊겼다.

브로커에게 사기를 당했다는 걸 눈치챈 정씨는 김씨를 찾아나섰다. 중국과 북한을 오가는 브로커들은 이름이나 연락처를 남기지 않는 것이 철칙. 결국 정씨는 돈을 보냈던 계좌를 확인하고 수소문 끝에 서울에 살고 있는 김씨의 자녀들을 만났다. 그러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김씨의 자녀들은 사실상 극빈 상태로 아버지가 정씨로부터 받아챙긴 돈을 갚을 능력이 전혀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결국 정씨는 브로커 김씨를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그 후로도 정씨는 아버지를 모셔오겠다는 일념을 포기하지 않고 지난 10월경 또 다른 브로커를 소개받아 착수금조로 3000달러를 지불했다. 이 브로커는 “12월 말까지 반드시 아버지를 데려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막상 정씨는 그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반신반의하고 있는 상태.

‘탈출’이냐 ‘체포’냐



국군포로나 가족들이 받게 될 목돈을 노리는 브로커들은 국군포로의 북한-제3국 탈출 과정에 집중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일단 중국 등 제3국으로 탈출한 국군포로들의 경우에는 이미 국정원이나 군(軍)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는 경우가 많아 이권을 챙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브로커들이 국군포로 또는 포로 가족들의 북한 탈출을 유도하거나 강요하는 셈이어서 자칫하면 한국-북한-중국간 외교문제로 비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몇몇 브로커들은 “국군포로나 포로 가족들을 북한에서 탈출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북한 보위부 요원을 매수해 이들 당사자들을 ‘합법적으로’ 체포해 오는 것”이라는 이야기도 공공연히 하고 있다.

목돈을 노리고 ‘위험한 도박’을 벌이는 이들 브로커들은 중국 공안이나 북한 체포조의 ‘단골 표적’이 되기도 한다. 지난 1998년 가수 현미(본명 김명선)씨와 북한의 동생 김길자씨의 상봉을 성사시켰던 한겨레상봉회 김학준 소장도 그런 경우. 김 소장은 지난 2000년까지만 해도 이산가족 상봉 주선단체들 중 가장 많은 실적을 올릴 정도로 활발하게 활동해온 인물. 국군포로 장무환씨의 귀환을 성사시킨 것도 김 소장의 활동 덕분이었다. 그러나 김 소장은 지난 2000년 중국 단둥(丹東)에서 실종된 뒤 3년이 넘도록 아무런 소식이 없다. 중국의 한 정보소식통은 “이산가족 상봉 단체 관계자들 중 현재 연락이 끊긴 사람들은 십중팔구 북한 당국에 체포되었거나 처형되었다고 봐도 좋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군포로들의 ‘목돈’을 노리는 브로커들은 항상 위험에 노출된 채 활동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이 귀환 국군포로나 포로 가족들을 상대로 거액을 요구하는 것도 이런 ‘위험수당’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고 할 정도다. 비교적 활발한 활동을 벌여온 이산가족 상봉 주선단체 대표 S씨는 몇 년 전 북한 체포조에 붙잡혀 구금되었던 경험을 들려주기도 했다.

“북한 보위부의 끄나풀로 보이는 북한 사람에게 납치돼 어딘가에 구금된 적이 있습니다. 여권을 빼앗더니 활동 내용을 자백하라고 강요하더군요. ‘이제는 죽었구나’ 싶어 한참 고민하다가 갑자기 배가 아프다고 데굴데굴 구르면서 병원에 데려다달라고 했습니다. 마지 못해 병원으로 옮겨주더군요. 그 사이 감시가 소홀해진 틈을 타서 구사일생으로 도망쳐 나올 수 있었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S씨를 납치했던 북한 사람이 다름아닌 지난 2000년 당시 한국으로 귀환한 국군포로 김모씨를 탈출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브로커였다는 것이다. S씨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처럼 국군포로 탈출에 관여하는 브로커 중에는 북한 당국과도 깊숙한 관계를 갖고 활동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브로커들의 이러한 ‘이중 플레이’ 때문에 국군포로나 가족들이 선의의 피해를 넘어 치명적 위험에 처할 가능성도 큰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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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성기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ky32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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