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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은 善이고 매장은 惡인가

無로 돌아가는 ‘아름다운 죽음’에 대한 단상

  • 글: 김기덕 건국대 연구교수·문화재전문위원 kkduk1551@hanmail.net

화장은 善이고 매장은 惡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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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인간의 가치개념마저 끊고자 한 불교적 가치관에서 추구하는 최고의 방법은 일체의 인연을 끊어버리고 즉시 환원되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동기감응(同氣感應)하는 후손을 두지 않은 불가에서 매장을 통한 후손과의 교류는 어차피 무의미했다. 따라서 화장은 고대부터 존재했지만 본격적인 성행은 불교의 영향권하에서 이루어졌다.

우리나라는 일찍부터 풍수지리와 관련하여 매장을 선호했다. 국토의 70%가 산악지대이며 대부분의 산들이 지기(地氣)가 융기되어 형성됨으로써 어떤 나라보다도 생기(生氣)에너지를 많이 획득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매장이 항상 풍수지리와 관련된 것은 아니다. 시신을 불 태우는 화장은 결코 자연스럽지 않다. 따라서 풍수의 영향이 아니라도 사람들은 자신이 살던 근처의 땅에 묻히고자 했다. 한국인의 매장문화에는 한국인의 자연관, 우주관, 그리고 조상숭배사상이 알알이 맺혀 있었다.

문제가 되는 것은 현재의 국토상황이 매장을 허용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죽음의 본질에 대한 의식 없이 단순히 매장에 문제가 있으니 화장으로 가자는 양자택일의 이분법은 곤란하다.

매장이든 화장이든 궁극적 목표는 인간이 본래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이므로, ‘무(無)로 돌아간다’거나 ‘자연으로 돌아간다’고 표현한다. 그러므로 그 본질을 이해하는 한 어떤 경우에도 자연을 파괴해서는 안 된다. 매장을 반대하고 화장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가장 큰 명분이 국토의 효율적 이용이다.

이와 관련해 흔히 호화분묘를 예로 드는데 어떤 이유로든 호화분묘가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는 데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으리라. 그러나 호화분묘가 매장 금지나 매장 반대로 이어지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다. ‘호화’는 어느 시대 어느 분야에나 있었다. 지나치게 ‘호화’에 해당하는 것은 국민정서로 비판하고, 더 나아가 불법적 요소는 강력하게 처벌하여 금지시키는 방향으로 가면 된다. 개인묘지의 경우 현행 법령은 9평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최소면적 지정과 함께 위치선정이나 부대시설 등과 관련해 자연파괴적 요소가 있다면 강력히 규제하면 되는 일일 뿐 그것이 곧 화장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납골당, 납골묘, 납골탑의 자연파괴

묘지문화에 대한 또 다른 비판으로 묘지가 반(半)영구적이어서 국토를 잠식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여기에도 논리적 모순이 있다. 지금 존재하는 묘지 가운데 1000년 된 묘지가 몇 기나 있을까. 사실상 200년 이상 된 묘지도 찾기가 쉽지 않다. 묘지는 세월이 흐르면 풀이 나고 나무가 자라 저절로 자연화된다. 당장 산에 가면 나무 사이로 옛무덤의 흔적을 볼 수 있다. 한편 묘역이 차지하고 있는 토지의 절반 가량은 생산농지로 전용할 수 있는 땅이라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생산용지로 전용될 수 있는 묘지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또 생산용지 때문이라면 놀고 있는 땅을 이용하거나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골프장을 비난하는 것이 낫다.

실제 자연파괴의 주범은 매장 자체가 아니라 석재의 사용이다. 석재는 생산과정에서 산의 중심부를 파괴한다. 단순히 눈앞에 보이는 석재의 크기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가공되어 그 정도 크기의 석재가 나오기까지 그 대상이 되는 산은 이미 결딴났다고 보면 된다.

그러므로 호화분묘든 아니든 간에 석재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한다. 현재 납골당, 납골묘, 납골탑 할것없이 지나치게 석재를 많이 쓴다. 특히 납골탑의 문제는 심각하다. 우리의 문화유산 가운데 1000년 넘게 유지되는 것은 대개 석탑처럼 돌로 만든 문화재다. 돌은 그 수명이 다른 재료와 비교할 수 없이 영구적이다. 요즘 유행하는 납골탑의 500년, 1000년 뒤 모습을 상상해보라. 자랑스런 문화재가 아니라 천하 꼴불견 중에 꼴불견일 것이다. 2000년에 반포된 ‘장사 등에 관한 법령집’에는 다음과 같은 제한이 있다.

묘지의 점유면적 개인묘지는 30평방미터(9평)를 초과하여서는 안 된다. 분묘 1기당 설치할 수 있는 시설물은 비석 1개, 상석 1개, 그 밖의 석물 1개 또는 1쌍으로 한다.

이 법령은 석재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자연회귀가 되지 않는 석재사용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 환경운동은 매장이냐 화장이냐가 아니라 석물 사용이 부끄러운 일임을 일깨우는 쪽으로 전개돼야 한다.

사실 풍수적 논리에서 볼 때도 석물은 묘소 안의 시신처를 물구덩이로 만드는 부정적 요소다. 둘레석으로 봉분을 두르거나 묘소 앞에 거대한 돌을 세우는 것은 설혹 풍수적 명당이라 해도 흉지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 삼투압현상으로 묘소 안에 물이 차기 때문이다. 풍수와 관련된 일화 중에는 명당발복(明堂發福)된 묘지 덕에 후손이 잘살게 된 후 자랑삼아 돌로 치장했다가 흉지로 변하여 망하게 되었다는 일화가 셀 수 없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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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기덕 건국대 연구교수·문화재전문위원 kkduk155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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