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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리포트

싹쓸이 채취에 씨 마르는 바닷모래

바다는 어업대란, 육지는 건설대란

  • 글: 강지남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layra@donga.com

싹쓸이 채취에 씨 마르는 바닷모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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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군 이원면의 학암포는 휑뎅그렁하다. 이 곳은 장안사퇴와 마주보고 있는 어촌마을이라 꽃게, 우럭, 까나리, 광어 등 어종이 풍부하기로 유명했다. 그러나 20여곳의 낚시가게와 횟집 등은 대부분 문이 굳게 잠겨 있고, 항구에는 40여척의 고깃배가 하릴없이 정박해 있다. 주민 박귀화씨는 “2∼3년 전부터 고기가 잡히지 않아 어부들도, 낚시꾼들도 찾아오지 않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바지선이 장안사퇴 모래를 퍼담으면서 꽃게들이 산란할 데를 잃었어요. 모래를 퍼담으면서 수심을 흐려놓으니까 통발로도 물고기가 잡히지 않아요. 바닷속 돌멩이마다 온통 쇠녹물을 묻혀놔 플랑크톤이 살 수 없는데 물고기라고 살 방도가 있겠습니까. 작년에는 꽃게가 예년에 비해 10%밖에 안 잡혔다구요. 하루 두 번씩 출항하던 배가 이젠 다들 놀고 있습니다. 레미콘 때문에 어민은 굶어죽으라는 겁니까.”

다음날 찾아간 전남 신안군 임자도 또한 사정이 비슷했다. 바닷모래 채취가 전면 금지된 지 2년이 지났지만, 한번 제 모습을 잃은 해수욕장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해변가를 따라 병풍처럼 둘러쳐진 해송(海松)들은 뿌리를 드러낸 채 쓰러져 있었다. 어획량이 급감하자 어민들이 섬을 떠났고, 임자도에 있던 신안수협 북부출장소도 육지로 옮겨갔다. 전장포에서 만난 어민 김형신씨는 “젓새우의 씨가 말라 분통 터진다”고 했다.

“임자도에서 6월에 잡은 젓새우로 담근 육젓이 전국 육젓 생산량의 70%를 차지했어요. 하루에 드럼통 하나를 가득 채울 만큼 잡아 올렸으니까. 하지만 3년 전부터 씨가 말랐어요. 섬과 가까운 바다에서 죄다 모래를 퍼나가서 요즘엔 5∼6시간씩 먼바다로 나가야 합니다. 군청에서 모래 채취를 금지하면 뭐합니까. 여전히 밤마다 몰래 와서 퍼가는데….”

2001년 신안군이 해안 유실 실태를 조사한 결과 전체 해안선(1270km)의 17%에 달하는 75.7km(임자도는 14.5km)가 유실되거나 침식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신안군은 대규모 간척사업과 무분별한 모래채취 등으로 주변환경과 해류 흐름이 바뀌면서 해마다 평균 120cm씩 쌓이던 모래 흐름이 깨졌기 때문이라고 그 원인을 분석했다. 이를 복구하는 데 드는 비용은 530억원으로 계산됐다. 모래 채취 허가를 내주고 올린 160억원 세수의 3배가 넘는 비용이다.



어획량 85% 급감

모래 채취가 이뤄지고 있는 바다에서 어업에 종사하는 이들은 한결같이 어획량 급감을 하소연한다. 어민들이 하소연하는 대표적 어종은 상업적 가치가 큰 꽃게. 꽃게는 모래에서 서식·산란하기 때문에 모래 채취로 인한 피해가 크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정확한 피해규모를 파악하긴 힘들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꽃게 어획량은 2002년에 비해 50% 감소했는데(1만8659t→9478t), 태안군의 꽃게 어획량은 72%나 감소해(1701t→484t) 바닷모래 채취가 꽃게잡이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추측할 뿐이다.

그러나 옹진군의 경우 모래 채취에 의한 어획량 피해가 구체적 연구를 통해 보고되고 있다. 옹진군에서 바닷모래 채취는 주로 덕적도 북서부 해역과 대이작도, 승봉도의 남서부 해역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한국골재협회에 따르면 1993~2001년 이 일대에서 채취된 모래량은 총 1억3500만루베. 인하대 한경남 교수(해양과학)가 이 일대 어획량 통계를 분석한 결과 바닷모래 채취 이후 어획량이 덕적도는 74%, 자월도는 85% 감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옹진군 전체 어획량이 38% 감소한 것에 비해 큰 폭이다.

특히 덕적도 주변 바다는 1993~94년 옹진군 전체 갑각류 어획량의 80% 이상을 차지했는데, 1994년 모래를 채취하면서부터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해 현재는 거의 잡히지 않고 있다. 자월도의 경우 1993년까지만 해도 김, 파래, 다시마 같은 해조류를 연간 8000t 수확했으나 지금은 생산량이 없다시피 하다. 한경남 교수는 “지구 온난화에 의한 수온 변화 때문이라면 기형생물이 나와야 하는데, 아직까지 보고된 바 없다. 또한 남획에 따른 것이라면 어획량이 갑자기 큰 폭으로 뚝 떨어져야 하는데 완만한 감소세를 보인다. 때문에 모래 채취가 어획량 급감의 원인으로 지적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바닷모래 채취는 바다의 지형까지 왜곡시키고 있다. 지난해 여름 목포MBC는 신안군과 진도군 사이에 놓인 시아바다에 길이 80km에 달하는 깊은 웅덩이가 패어 있다는 사실을 보도해 이 일대 주민들을 큰 충격에 빠뜨렸다. 태안에서는 1990년대 중반 모래 채취로 인해 생겨난 바닷속 웅덩이에 피서객이 빠져죽는 사건도 있었다.

4월8일 서울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한경남 교수가 제시한 두 장의 사진은 왜곡된 바다지형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덕적도 남서부 쪽 하벌천퇴 지역의 1987년 사진과 2001년 사진을 비교해보면 두꺼운 모래층이 홀쭉해진 것을 뚜렷하게 볼 수 있다. 모래가 빠져나간 지역에는 수심이 10~15m에 이르는 큰 웅덩이가 생겼다. 한 교수는 “깊은 웅덩이에는 물 흐름이 생기지 않아 물이 썩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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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지남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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