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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모(茶母) 대상’ 받은 여형사 황현주의 파렴치범 수사 일기

1000원 쥐어주고 어린이 건드린 노인, 처제 셋 강간한 패륜 형부…

  • 정리·이남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사진 김성남 기자

‘다모(茶母) 대상’ 받은 여형사 황현주의 파렴치범 수사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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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붙잡은 성폭행범 (2005년 6월27일)

2002년 11월 초순 시각장애인 하늘(가명·7)이를 조사한 적이 있다. 하늘이를 돌보던 학교측은, 아이의 팬티에 콧물처럼 찐득찐득한 것이 자주 묻어나와 병원에 데려갔더니 ‘임질성 질염’이란 진단이 나왔다고 했다. 병원에 재차 확인한 결과 “임질성 질염은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아이의 분비물은 성접촉에 의한 것이 확실하다”고 했다.

진술 녹화를 위해 충북아동학대예방센터에 갔다. 그곳에서 참 맑은 표정의 한 아이를 만났다. 미소가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눈만 보였더라면, 가족의 따뜻한 보살핌만 있었더라면, 하늘이도 다른 아이들처럼 지낼 수 있었을 텐데….

하늘이는 임신한 엄마, 의붓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었다. 의붓아버지는 건설 현장 노동자, 1주일에 한 번 겨우 집에 들어온다고 했다. 이후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는 집에서 아랫도리조차 입지 않고 돌아다니는 사람이었다.

“아빠가 음… 내 팬티를 벗기고 아빠 다리 위에 앉게 해서….”



하늘이와 나의 대화가 비디오테이프에 녹화되기 시작했다. 아이는 더듬더듬 말을 이어갔다. 이 일을 겪은 후 하늘이는 갑자기 신경질적으로 변했다고 한다. 점자 쓰기를 할 때도 상처 받은 마음이 그대로 전달되는 듯했다.

녹화 테이프에 담긴 내용을 20여 장의 녹취록으로 만드는 데 꼬박 7일이 걸렸다. 녹취록 작성을 전문가에게 부탁하려 했더니 20만원이나 든다고 해서 내가 직접 했다. 낮에는 다른 사건을 조사하고, 밤에는 녹음을 풀고…. 피곤한 날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하늘이 엄마와 의붓아버지가 갑자기 도주해버려 날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남편이 딸을 성추행했다”는 하늘이 엄마의 결정적 진술을 듣고, 피의자가 집에 들어오는 날 그를 검거하려 했다. 그러나 남편과의 사이에서 곧 아이를 출산할 그는 갈등 끝에 남편과 도피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 때문에 딸이 성추행당하는 것조차 눈감아야 했던 하늘이 엄마의 심정은 어땠을까. 시각장애인 딸을 그렇게 버리고 도망가야만 했을까.

그러나 2년여 후, 하늘이 의붓아버지가 울산에서 붙잡혔다. 음주 오토바이 운전으로 수배자가 됐다가 경찰 검문에 걸린 것이다. 피의자를 데려와 조사했지만, 반성은커녕 오리발만 내민다. 우리 사무실에 오리발을 하나 갖다놓고 싶다. 아저씨 입 아플 테니, 미리 그 오리발을 드리고 “오리발 내밀고 싶으면 이걸 내밀라” 하고 싶다.

그래도 다행이었다. 피의자는 결국 구속됐다. 검사가 진술녹화 테이프를 법정에서 계속 사용한다는 말도 들었다.

하늘이는 아동학대예방센터에서 꾸준히 심리치료를 받았고, 이제는 상태가 많이 호전됐다. 심리 치료 후 점자 연습도 정상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단다. 하늘이는 엄마를 그리워했지만, 끝내 엄마는 딸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아이야, 이제 씩씩하게 자랄 수 있을 거야. 너와 엄마를 괴롭히던 그 사람은 이제 감옥에 있거든.”

사랑해선 안 될 사람 (2005년 3월29일)

순찰 도중 전화가 왔다. 형사계에 변사자 때문에 조사받는 사람이 있는데, 자살이 우려되니 화장실에 같이 가달라는 이야기였다. 순간 ‘남녀가 동반 자살했는데 여자만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형사계에 가서 난 그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그러고 싶었다. 그래야 그가 세상의 따뜻한 온기를 느껴 자살하고 싶은 마음을 접을 것 같아, 작은 일이나마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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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이남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사진 김성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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