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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기자 주성하의 ‘비교체험, 남과 북’

낡은 자전거로 먼지 나는 시골길 달리는 행복을 아십니까?

  • 주성하 동아일보 국제부 기자 zsh75@donga.com

탈북 기자 주성하의 ‘비교체험, 남과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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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주민 1만명 내려오면 한국 마비

한국인은 조선족을 신뢰하지 않는다. 사기꾼이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조선족이 이해되지 않았다. 일부이긴 하지만 이들은 탈북자를 머슴처럼 부리고 여자를 팔아먹는 짐승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이들은 한국에 가서 돈을 벌어오면서도 왜 그렇게 한국을 욕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내가 중국과 한국에서 여러 번 차별대우를 직접 받고서는 인간이 가장 견디기 힘들고 잊기 어려운 게 모욕과 차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통일이 이뤄져 남북 왕래가 이뤄진 후 드러날 남북의 대립이 어떤 양상일지 알고 싶으면 옌볜에 가보라고 말하고 싶다. 수십년 앙금이 쌓인 영·호남의 대립은 아무것도 아니다.

남쪽에 살다 보면 “한국의 경제력으로 북한을 발전시키겠다”는 논리를 펴는 사람을 많이 본다. 틀린 말이 아니지만 자본주의 냄새가 짙게 풍긴다. 돈이면 다 되는 것인가. 당신들이 보고 들은 것이 자본주의밖에 없으니 탓할 수는 없다. 앞으로 북한 또한 자본주의 사회가 될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그런 사고방식으로 사회주의 마인드를 가진 북한 사람을 상대하다 보면 반드시 탈이 날 것이다.

북에 가서 공연하고 평양시민이 감동했다고 호들갑떠는 사람을 보면 어처구니가 없다. 평양에서 살았던 나는 왜 한국에서도 그 공연이 감동적이지 않은 걸까. 평양에 교회를 세운다고? 평양시민은 ‘역시 당에서 가르쳐준 대로, 적들은 종교를 사회주의를 마비시키는 척후병으로 삼으려 하는구나’ 하고 생각하지 않을까. 며칠 전 일산 호수공원에 가서 ‘춤추는 분수’를 보다가 ‘교회보다 이런 것을 평양에 세워주면 북한 주민이 정말로 한국에 대해 감탄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봤다.

나는 평소 탈북자 관련 인터넷 기사에 달린 리플을 꼼꼼히 보는 편이다. 탈북자 관련 기사에 가장 많이 붙는 리플은 ‘남쪽이 발전하는데 벽돌 한 장 보태주지 않은 당신들에게 우리 세금으로 3000만원이 넘는 정착금을 주는 것이 아깝다’는 것이다. 나 또한 정착금을 받은 사람이지만 이런 글을 볼 때면 받은 돈을 모두 돌려주고 한국을 떠나고 싶다. 다른 탈북자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기껏 주고서도 사람을 이렇게 분노하게 만든다면 이런 통일은 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통일은 아직 멀었다. 남북한의 10대가 50대를 넘어설 무렵이 되면 사고의 격차가 좀 좁혀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느끼는 이런 서러운 감정을 북한 사람에게 순간이나마 물려주고 싶지 않다. 나는 솔직히 남한의 발전은 ‘조국을 위해 벽돌을 쌓았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에 의해 이뤄졌다고 보진 않는다. 자본주의 경제학의 시조인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통해 밝혔듯이 모든 사람이 자기 이해관계를 따라 부지런히 움직인 결과 남한이 이만큼 발전한 것이 아니겠는가.

감상적 통일론은 버려라

탈북자에게 나라를 위해 벽돌을 쌓을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이상하지 않을까. 남한 사람에게 ‘북한을 위해 하루 30분만 더 일하자’고 하면 폭동이 일어날 것이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1960년대와 1970년대 통일을 위해, 내 혈육을 위해 하루 1시간 더 일하기 운동이라는 것을 한 적이 있다. 정치선동 여부를 떠나 북한 주민은 순수한 심정으로 1시간을 남조선 동포를 위해 바친다고 생각했다. 이런 사람들에게 통일의 환상이 깨지고 원망이 쌓이는 순간이 온다고 생각해보라.

동남아까지 가서 섹스행각을 벌이는 남한 남성들아. 북한 여성에 열광하는 당신들이 북한에서 그런 추태를 보인다면 돈 때문에 사랑하는 혈육을 노리개로 바쳐야 하는 북한 남성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것이다. 남한의 중소기업이 북한에 들어가 지금 이곳의 외국인 노동자를 대하는 식으로 했다가는 전쟁이 또 일어날 수도 있다.

통일에 대한 남한 정부의 준비자세도 실망스러울 뿐이다. 2047년 국민연금이 고갈된다는 계산보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63세라는 사실이 우리에게 더 다급한 문제가 아닌가. 15~20년 후에 북한에 뭔 일이라도 생기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한탕만 하면 팔자를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북한 주민 1만명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남쪽으로 내려온다면 남한의 경제와 치안은 붕괴된다. 이들은 북한에 돌아갈 수 없는 탈북자와는 성격이 다르다.

북한 남성의 대부분은 10년을 극한 상황에서 군 복무를 하며 보냈다. 현재 북한이 준비하고 있는 특수부대 병력만 10만명이 넘는다. 제대한 사람까지 포함하면 얼마나 될지 상상해보라. 가난에 진저리 나 죽기 살기로 덤비는 사람을 남한의 치안력으로 막을 수 있다고 보는가.

중국군이 북한에 진주하는 시나리오든 남한군이 북한에 진주하는 시나리오든 이러한 사태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들을 총으로 쏴 죽이면 그로부터 야기되는 사태를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그때도 국민연금이 노후를 보장해줄 수 있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비좁은 땅에서 눈앞의 세금에 연연하는 사람에게 근시안적인 사고를 버리고 조금만 앞을 내다보라고 말하고 싶다. 바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말이다. 비극적인 통일은 당신의 삶을 불행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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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동아일보 국제부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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