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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극 후손의 땅 찾기 소송 해프닝

옛 지번과 현 지번 혼선, 전혀 다른 땅 소유권 주장

  • 박은경 자유기고가 siren52@hanmail.net

이재극 후손의 땅 찾기 소송 해프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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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이번 소송 외에도 국가를 상대로 세 차례 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다. 1996년 파주시 문산읍 도로 321㎡, 1999년 포천군 임야 및 밭 2000여㎡, 같은 해 하남시 소재 임야 660여㎡와 문산읍 내포리 밭 2200여㎡를 돌려달라고 했던 것. 이 가운데 포천군과 하남시 소재 땅을 상대로 한 재판에서 김씨는 승소했다. 역시 ‘재정정리위원회가 이재극의 유산인 부동산을 모두 팔아 현금화했다’는 1930년대 당시의 언론보도와는 아귀가 맞지 않는 재판 결과다.

활개치는 토지 브로커

1999년 2월 행정자치부는 ‘조상재산찾기 즉결민원처리제도’를 도입했다. 이후 각 지자체로 조상 땅을 찾기 위한 문의가 쇄도했다. 지난해에는 김모씨가 일제 강점기 민적부를 위조해 국유지 16만평을 가로챘다 검찰에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취재 과정에 만난 국유 재산 관련 소송 담당 공무원은 “조상 땅 찾아주기를 하면서 일명 ‘털털이’로 불리는 전문 토지브로커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심지어 전문 토지브로커가 변호사를 고용해 조상 땅 찾아주기 소송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김씨처럼 ‘번지수를 잘못 짚는’ 땅 소송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일제 강점기 토지조사부와 현 등기부등본상 번지수가 일치하면 무작정 소장부터 내고 보는 식이 다반사라는 것이다. 정부 기록문서가 비교적 부실한 지역을 골라 토지조사부를 바탕으로 ‘묻지마 소송’에 나서는 사람도 적지 않다는 것이 지자체 공무원들의 토로다.

한 공무원은 더욱 심한 예도 많다고 귀띔했다.



“어느 지역이 개발된다 하면 토지 브로커들이 끼어들어 아예 시, 도 단위로 일제 강점기 토지조사부를 발급받는다. 수백 수천개의 지번을 한꺼번에 통째로 떼보는 것이다. 이를 등기부등본과 대조해보고 일제 강점기 소유자의 땅이 현재 국가 소유로 되어 있으면 후손들을 부추겨 소송을 걸게 한다. 이는 행정력은 물론 국민세금까지 낭비하는 일이다.”

또 다른 관계공무원은 “파주와 문산 일대는 최근 지역개발이 활발해지면서 땅값이 엄청 뛰었다. 그 바람에 너도나도 조상 땅 찾겠다며 나서는 일이 부쩍 많아졌다”며 혀를 찼다. 공교롭게도 김씨가 소송을 제기한 당동리 6○○번지 농수로는 소장 접수 3개월 전인 지난 5월 문산·파주 첨단산업단지 개발예정지로 확정되어 국가로부터 지자체가 무상으로 넘겨받은 땅이다. 국유지는 공시지가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의 땅은 공시지가를 확인할 수 없다.

친일파 후손이 제기한 소송으로 수년에 걸쳐 끈질긴 재판 끝에 승소한 한 국유 재산 소송담당 공무원은 “국유지나 시유지는 국민의 땅이자 시민의 땅이다. 친일파 후손이 제기한 소송에서 지면 국민의 땅을 빼앗기는 셈이다. 특별법을 만들든 뭘 하든 이미 오래 전에 해결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어이없는 소동이 벌어지는 것”이라며 답답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신동아 2005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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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경 자유기고가 siren5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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