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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IMF 사태’ 10년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 인터뷰

“후회는 없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그땐 전쟁이었다”

  • 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parker49@donga.com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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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성이 없다고 판단한 겁니까.

“김 회장은 수출은 늘리고 수입은 줄이겠다고 주장했어요. 그건 논리적으로 잘 안 맞아요. 특히 수입을 엄청나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 핵심적인 주장이었는데, 수입은 쉽게 줄일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기업이 필요에 따라 해외에서 부품을 수입하는 것인데 어떻게 말립니까. 김 회장은 부품을 국산화하면 가능하다고 했지만, 국산품이 수입품보다 값싸고 품질이 우수해야 하는데 그게 단기간에 쉽게 되겠습니까. 국가가 수입을 마음대로 줄일 수 있다면 왜 국제수지 적자가 나겠어요.”

위기극복은 시간문제?

▼ 그렇다면 대우그룹 해체는 필연이었습니까.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아요. IMF 위기 때 유독 대우만 부실요인을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현대도 상당한 부실요인이 있었고 다른 재벌 기업도 마찬가지였어요. 대부분 부채비율이 300%가 넘었고요. 그런데 차이가 뭐냐면, 다른 그룹은 이제 상황이 달라졌구나, 부실한 투자는 덜어내고 국내외 금융기관으로부터 신뢰를 받아야 돈을 빌릴 수 있겠구나 하는 쪽으로 생각을 바꿨어요. 삼성도 신뢰를 회복하려고 알짜 사업부 일부를 매각했어요.



그런데 대우는 하나도 안 팔아. 김우중 회장을 자주 만나 이렇게 얘기했어요. ‘내 생각뿐이 아니라 청와대의 생각도 그렇다. 대우가 어떻게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서 살아나기 바란다. 대우가 망하면 경제에 미치는 부담이 너무 크다. 노력해달라. 청와대에 잘 보이고, 도와달라고 해야 답이 나오는 게 아니다. 금융시장에서 인정을 받아야 한다. 대우가 뭔가 달라지고 있구나 하는 몇 가지 증거만 보여달라.’ 그러자 대우가 힐튼호텔 등을 팔겠다고 했어요.

하지만 제대로 실행을 못했어요. 예를 들면 대우가 교보생명 주식을 900억원어치나 갖고 있었는데, 그런 위험한 상황에선 팔아야죠. 그게 상식이지. 그런데 안 팔아요. 조금만 지나면 풀릴 것 아니겠냐며 위기극복을 시간문제로 본 것 같아. 아무것도 놓기가 싫었던 거지. 그러니까 시장에선 대우가 위험하다는 소문이 났고, 돈 빌려주는 금융기관이 없다보니 자금사정이 더 어려워졌어요.”

▼ 변화된 상황을 깨닫지 못했다는 얘기군요.

“김 회장이 전경련 회장인데다 새로 들어선 권력이 도와줄 것으로 착각했을지도 모르지. 그러나 우리로선 도와주고 싶어도 도와줄 수 없는 형편이었어요. 그렇게 얘기해도 못 알아듣더라고. 내가 김 회장에게 ‘특혜금융을 바란다면 그건 안 된다’고 했어요.

대우에 돈 빌려준 금융기관이 50개가 넘어요. 당시 금융기관은 밤낮으로 회의를 하면서 기업의 구조조정 플랜을 짜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김 회장은 ‘정부가 금융기관에 3조원만 빌려줄 것을 지시해달라’, 또 나중엔 ‘6조원’을 빌려달라고 했어요. 내가 그랬어요. 한두 개 금융기관이면 몰래 불러서 지시하면 될지 몰라도 50개 금융기관을 불러 모으면 비밀이 유지되겠냐고. 그럼 또 청와대가 특정 재벌에 돈 빌려주라고 지시한다고 욕할 거 아닙니까. 그럼 한국 전체가 불신받는 상황으로 가는 거죠.”

“그땐 전쟁이었어”

▼ 대우자동차만은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요. 김 회장도 그걸 간절히 바랐고요.

“나도 그렇게 되길 바랐어요. 1999년 초 김 회장에게 대우의 주력기업은 자동차니까 자동차산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해달라고 했어요. 삼성자동차를 대우가 인수해서 운영하라고 했죠. 그래서 대우가 삼성자동차를 인수하려고 한 달 동안 경영진단도 했잖아요. 그런데 협상이 깨졌어요. 내가 그걸 성사시키려고 애 많이 썼어요. 깨진 원인은 (대우가) 삼성의 금융계열사를 통해 대우에 2조원의 돈을 대출해주고, 연간 50만대 생산하는 삼성자동차도 삼성그룹에서 소화해달라고 요구한 것 때문입니다. 이런 얘기를 하니까 안 된 겁니다.”

▼ 가정입니다만, 지금 김 회장을 만난다면 무슨 얘기를 하겠습니까.

“한 달 전쯤인가, 김 회장을 면회하고 왔다는 분을 만났어요. 경제기획원의 대선배인데, 김 회장이 내 얘기를 하더래요. 생각해보니까 나에게 미안하다고 했대요. 당시 내가 한 말을 좀 새겨들었더라면 좋았겠다고 했답니다.”

▼ 강 의장께선 김 회장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요.

“미안하죠. 그때 나는 진심으로 대우를 살리고 나라 경제를 살릴 방법이 있다면 뭐든지 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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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parker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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