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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24시간 팬옵티콘’

CCTV, 교통카드, 휴대전화, e메일 감시…누가 당신을 주시하는가?

  •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della@jinbo.net

한국은 ‘24시간 팬옵티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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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훈이는 또 다른 방법을 알고 있었다.

“너 아빠 주민등록번호 아냐?”

“알 수 있을 거야.”

이 방법 역시 간단했다. 아빠 명의로 아이디를 만드는 것이다. 신규 회원에게 제공되는 게임머니에다 제휴 사이트 가입으로 보충하니 또 한동안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게임머니가 바닥을 드러내면 다른 가족 명의를 동원했다. 아빠 다음에는 엄마, 엄마 다음에는 누나.

가족들 모르게 만들었다는 점이 조금 찜찜하긴 했지만, 이렇게 위안했다.



‘뭐 어때. 기껏해야 게임 아이디인 걸.’

“한 대리 일은 잘해?”

다음날 오전 ‘왕잼나’ 게임 사이트 마케팅부 한정훈 대리는 ‘다팔아’ 쇼핑몰과의 통화에 매달려 있었다. 부실한 수익구조를 보충하기 위해 논의가 거듭되던 제휴 문제를 매듭짓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쇼핑몰 담당자는 제휴에 시큰둥한 태도였다.

“회원 규모가 별로 크지 않군요.”

“중요한 건 추세 아니겠습니까. ‘왕창따’ 사이트 정도는 곧 추월할 겁니다.”

“회원 정보는 어떤 것이 제공됩니까?”

“실명과 주민등록번호는 기본이고 주소, e메일, 휴대전화번호도 제공됩니다. 저희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분석틀로 이용자별 이용 패턴 및 취향 분석 정보도 제공해드릴 수 있습니다.”

“영업하다 항의를 받진 않겠지요?”

“이용약관에 다 명시돼 있습니다.”

“사람들이 이용약관을 읽어보나….”

물론 이용약관을 꼼꼼히 읽어보는 이용자는 거의 없다. 그러나 이쪽으로선 할 만큼 한 것이다. 법적으로 문제 삼기 쉽지 않을 정도로.

“좋습니다. 검토해보죠.”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한 대리가 전화를 끊었다. 동시에 휴대전화가 울린다.

“여보세요?”

“고객님 안녕하십니까? ‘일확’ 보험회사에서 새로운 상품을 안내해드립니다…”

“됐습니다. 지금 바빠요.”

건조하게 전화를 끊고서 최근 부쩍 광고전화가 늘었다고 생각한다. 다팔아 쇼핑몰과 계약을 맺으면 우리 회원도 비슷한 전화나 e메일을 받게 되겠지. 뭐, 서로 좋은 일이다. 우리 회사는 유료 서비스에서 기대만큼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경영진에선 제휴업체를 확대해 수수료 수입이라도 챙기라고 닦달이다.

어느새 점심시간이다. 동료들을 먼저 보내고 ‘모두모여’ 카페에 접속한다. 축구광인 그가 얼마 전 가입한 유럽리그 커뮤니티인데 요즘 한창 재미를 붙이고 있다. 다른 회원들이 올린 글을 꼼꼼히 읽어보고는, 그도 나름대로 공들인 분석글을 올리곤 한다. 오늘은 내일 있을 경기 결과를 예측하는 글을 하나 올렸다. 회원들이 어떤 댓글을 달지 자못 기대된다.

“한 대리 일은 잘해?”

마케팅부 송민수 부장은 인사총무부 성종근 부장과 함께 점심을 먹고 있었다. 송 부장이 대답한다.

“그럭저럭. 왜?”

“다른 게 아니라, 업무시간에 종종 딴 짓을 좀 하는 것 같아서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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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della@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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