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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끄세요, 수명이 우아하게 연장됩니다”

너무나 쉬운 자기계발 첫걸음

  • 구미화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hkoo@donga.com 이 설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now@donga.com

“TV를 끄세요, 수명이 우아하게 연장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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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끄세요, 수명이 우아하게 연장됩니다”

미국 TV시리즈 원작자로 유명한 스티븐 킹은 TV가 상상력을 키우고, 글을 쓰는 데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TV를 보지 않는 것만으로 김씨의 생활은 크게 달라졌다. 전에는 1년에 책 한 권 읽기가 어려웠는데, 요새는 한 달에 예닐곱 권을 읽는다. 일곱 살, 초등학교 5학년, 중학교 1학년인 아이들의 독서량도 꽤 늘었다.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다그칠 필요도 없어졌어요. TV를 켜놓고 아이들에게 왜 공부 안 하냐고 하면 아이들이 말을 들을 리 없지만, 부모가 TV를 보는 대신에 책을 읽으면 따로 말하지 않아도 아이들이 부모를 따라옵니다.”

주말 풍경도 달라졌다. 예전 같으면 종일 TV 앞에 앉아 있었겠지만 요새는 조기축구, 등산, 농구동호회와 마라톤동호회 활동을 한다. 안 하던 운동을 시작한 뒤로 80kg이던 몸무게가 74kg으로 줄고, 허리둘레도 36인치에서 32인치로 줄었다. TV시청 한 가지를 포기했을 뿐인데 그에 대한 보상을 몇 배로 받은 셈이다.

TV는 ‘보는 마약’

‘내 아이를 지키려면 TV를 꺼라’를 쓴 고재학 기자도 한때 소파에 누워 TV로 영화 보는 걸 가장 ‘한갓진 행복’으로 여겼다. TV는 “만사가 귀찮을 때 그냥 손으로 리모컨만 누르면 별천지를 펼쳐놓는 만화경의 세계”이니 말이다. 그러나 TV를 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TV를 보는 사람의 자세는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천편일률적이 된다. 고씨 역시 “집에 가자마자 씻는 둥 마는 둥 안방에 틀어박혀 이리저리 TV 채널을 돌리다 곯아떨어지는 일이 다반사”였다.



학부모들 사이에 큰 화제를 불러왔던 ‘평생 성적 초등 4학년에 결정된다’의 저자 김강일씨는 이런 이유 때문에 TV를 ‘보는 마약’이라고 표현한다. “한번 보기 시작하면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보게 만드는 마력이 있는 데다 안 보면 불안해지는 중독성까지 있다”는 것. 고재학씨도 TV 안 보기를 시작한 뒤로 “TV가 단순히 바보상자가 아니라 우리의 삶을 망가뜨리는 ‘보는 마약’ 이었음을 실감했다”고 한다.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는 사람들이 TV 앞을 떠나지 못하는 것을 두고 “습관성 행동과 중독을 구분하기가 애매하다”며 “주위 사람에게 피해를 줄 정도라면 중독으로 볼 수 있다”고 말한다. TV의 중독성에 대해 얘기할 땐 좀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럼, 중독이 아니면 괜찮은가. 차라리 ‘중독’으로 판명나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치료에 몰두할 것이다. 그러나 잘못된 TV 시청 습관은 가랑비에 옷 젖듯 삶의 질을 갉아먹으니 문제다. 꼭 봐야 할 프로그램이 있는 게 아닌데도 무심코 TV를 켜는 행위, 딱히 만족스럽지 않은데도 채널을 돌려가며 계속해서 시청하는 행위, 달리 해야 할 일이 있는데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TV를 보는 행위 등 유독 TV 앞에서 무력해지는 경향은 인생을 경영하고, 지휘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

1인 기업가이자 여러 권의 자기계발서를 펴낸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장은 TV를 안 본 지 3, 4년쯤 됐다. ‘낭비 없는 생활’로 유명한 그도 3, 4년 전까진 습관적으로 TV를 봤다고 한다.

“TV는 최소한의 에너지를 들이고 누릴 수 있는 가장 편하고 경제적인 유희지요. 그러니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TV를 보고, 밤잠까지 줄이는 것 아니겠어요. 하지만 제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일방적으로 정보를 쏟아내는 TV를 보고나면 기분이 좋지 않아요. 무의식중에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긴 했는데 쓸 만한 건 전혀 남아 있지 않으니까 허무하죠. 설사 쓸 만한 정보가 남았다 하더라도 그 방법이 수동적이었기에 만족도가 낮아요.”

공 소장은 “요새는 헬스클럽에서 러닝머신 위를 달릴 때조차 TV를 보지 않는다”며 “퇴근 후 TV를 보지 않으면 최소 3시간 이상 벌 수 있고, 그 시간에 꼭 공부가 아니더라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계획적으로 하면 인생의 그림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생각하기를 포기할 것인가

가천의과대 뇌과학연구소 김영보 교수(신경외과)에 따르면 사람은 상대적으로 다른 감각의 기능을 포기하면서까지 시각의 기능을 키워온 측면이 있다. 덕분에 오감(五感) 중에서 시각의 정보 습득력이 가장 뛰어나다. 영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TV를 보고 있을 때 편안함을 느끼는 건 가만히 있어도 가장 발달된 영역을 통해 정보 습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그러나 “TV를 보면 많은 양의 정보를 편하게 습득하는 대신 생각하는 능력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영상물에 자신을 내맡기다 보면 영상물이 아닌 다른 경로를 통한 정보 습득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

“글로 씌어진 작품을 읽으면서 상상의 나래를 펴려면 뇌에 저장된 데이터베이스에서 과거 한 번이라도 경험했던 기억을 찾아내야 한다. 그러니 뇌가 바빠질 수밖에 없다. 또한 글은 이미지뿐 아니라 소리, 냄새, 감촉, 맛까지도 묘사하기에 그런 것들을 하나의 장면으로 합성하려면 뇌의 여러 영역이 움직여야 한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에, 편하게,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TV에 익숙해지면 독서와 같은 다소 불편한 방식의 정보 습득은 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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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화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hkoo@donga.com 이 설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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