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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봉관의 옛날 잡지를 보러가다 34

나석주 동양척식주식회사 폭탄 투척 사건

나라 잃은 설움보다 경작권 뺏긴 아픔이 더 컸다

  • 전봉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국문학 junbg@kaist.ac.kr

나석주 동양척식주식회사 폭탄 투척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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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석주 동양척식주식회사 폭탄 투척 사건

나석주

“내가 왜 총에 맞은 거지? 저자는 왜 날 쏜 거지?”

동척 사원 다케치(武智光)는 수위실 바로 옆 구내식당에서 늦은 점심식사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가다 총성과 비명을 들었다. 두려움이 엄습했지만 스물두 살 혈기로 억누르고 총성이 울린 곳을 향해 달려갔다. 처음 보는 30대 중반의 남자가 피투성이가 돼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이봐요. 괜찮아요? 정신 차리세요. 아무도 없어요? 사람이 총에 맞았어요.”

다케치가 흔들어 깨우자 다카키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위…층….”



다케치는 다카키가 일러준 대로 괴한을 쫓아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계단을 올려다보니 중국옷을 입은 사내의 뒷모습이 보였다. 다케치가 팔을 치켜들어 앞뒤로 크게 흔들면서 외쳤다.

“거기 서!”

다케치가 시킨 대로 중국옷 사내는 걸음을 멈추고 몸을 획 틀었다.

탕, 탕.

두 발의 총탄이 다케치의 가슴에 정확히 날아와 꽂혔다. 다케치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계단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다케치는 피를 토하며 자신의 경솔함을 자책하다 정신을 잃었다. ‘맨손으로 어쩌겠다고 내가 총 든 괴한을 불러 세웠지?’

동척에 휘몰아친 피바람

2층 첫 방은 ‘토지개량부 기술과장실’이었다. 야마다(綾田豊) 기술과장은 오모리(大森太四郞) 차석과 회의탁자 앞에 앉아 업무를 협의하다 총성을 들었다.

“오모리 차석, 자네도 들었나?”

“아무래도 총성 같습니다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한번 나가보지 그래?”

오모리가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두 번째, 세 번째 총성이 연이어 들렸다. 오모리는 동척에 입사한 지 10년이 넘은 서른아홉 살 먹은 중견사원이었다. 관록이 아깝지 않게 스물두 살 난 다케치보다 신중했다. 오모리는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말고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니, 과장님도. 총 든 놈을 맨손으로 어떻게 맞서요? 그냥 하던 일이나 합시다. 정 궁금하시면 과장님이 한번 나가보시고요.”

“사람하고는. 무슨 겁이 그리 많나?”

꽝.

야마다가 말을 마치기 무섭게 누군가 사무실 문을 발길로 힘껏 걷어차고 들어왔다.

“어떤 놈이야!”

야마다가 문을 향해 눈을 돌리자, 중국옷을 입은 사내가 매캐한 화약 냄새를 풍기는 총구를 겨누고 꼿꼿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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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봉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국문학 junbg@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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