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호

안원구 파문 ‘도곡동 땅의 진실’

대구국세청 ‘포스코건설 세무조사’ 담당자들 ‘도곡동 땅 실소유주 MB’ 서류 봤다

  • 허만섭│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10-01-05 17: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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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원구 파문 ‘도곡동 땅의 진실’

    안원구 국세청 국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C건설 등 5개 기업에 세무조사 편의를 봐주는 대신 부인이 운영하는 미술관을 통해 이들 기업이 미술품을 고가로 사도록 한 혐의(뇌물수수·알선수재 등)로 안원구(49) 국세청 국장을 2009년 12월8일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5개 회사는 안 국장의 부인 홍모씨의 미술관에서 그림이나 사진을 구입하거나 조형물 설치를 의뢰했고 홍씨는 14억6000만원의 수익을 냈다. 검찰에 따르면 C건설은 세무조사를 받던 2006년 11월 안 국장에게 세무조사를 잘 처리해달라는 청탁을 하면서 경기 고양시에 건설 중이던 아파트의 25억원어치 조형물 설치를 홍씨 미술관에 의뢰, 홍씨에게 10억원대의 이익을 안겨줬다고 한다.

    “MB 뒷조사했다고 탄압받아”

    그러나 안 국장 측은 이러한 검찰 수사결과를 반박했다. 기업의 미술품 구매와 세무조사 직무의 관련성, 위법성은 법정에서 가려보겠다는 태도다. 민주당 한상률게이트진상조사단 단장인 송영길 의원은 2009년 11월23일 변호인 자격으로 서울구치소에서 안 국장을 접견했다. 송 의원에 따르면 안 국장은 “‘MB(이명박 대통령)의 뒷조사’를 했다는 오해를 받아왔고 이 때문에 억울하게 탄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송 의원은 “이번에(안 국장이) 검찰에 구속된 사안도 2008년 한상률 국세청장 재직 시절부터 국세청 감찰반을 통해 쭉 감찰을 받아온 사안인데 갑자기 11월18일 변호사 사무실에서 나오다 긴급 체포됐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MB 뒷조사’는 ‘도곡동 땅 실소유주’ 문제였다. 송 의원은 다음과 같이 밝혔다.



    “안원구 국장은 대구지방국세청장으로 근무하던 2007년 후반기 포스코건설에 정기세무조사를 했다. 이 과정에서 도곡동 땅이 당시 이명박 후보의 것이라는 사실이 적시된 문건을 발견했다고 한다. 안 국장은 ‘정치적인 사안이어서 우리가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보안 조치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그런데 안 국장은 (이명박 정부 취임 후) 자신을 음해하는 (여권 내부) 세력에 의해 ‘MB의 뒷조사를 했다’는 오해를 받았고 억울하게 탄압받았다고 한다.”

    ‘도곡동 땅 실소유주’ 논란은 2007년 대선의 최대 쟁점 중 하나였다. 검찰, 특별검사의 수사로 이어졌지만 실소유주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다. 안 국장의 주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묻혀가던 이 논란을 다시 끄집어내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도곡동 땅 실소유주’ 논란과 관련해 이 땅을 김재정씨 측으로부터 매입한 포스코건설은 의문해결의 열쇠를 쥔 당사자 중 하나다. 그런데 2007년 이 포스코건설을 세무조사한 안원구 국세청 국장(당시 대구지방국세청장)은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가 적힌 문건을 봤다고 야당을 통해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그때문에 탄압을 받고 있다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도곡동 땅 실소유주 논란’이란?

    1985년 5월15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163의 4번지, 164의 1번지, 164의 2번지 등 1220평은 전모씨에게서 이명박 당시 현대건설 사장의 처남인 김재정 외 1인 명의로 소유권이 이전됐다. 이어 같은 해 6월5일 도곡동 169의 4번지 93평도 현대건설에서 김재정 측으로 소유권이 이전됐다.

    1993년 3월27일 ‘세계일보’는 사회면 톱기사로 “민자당 이명박 의원은 1985년 현대건설 사장 재직 때 구입한 강남구 도곡동 시가 150억원 상당의 땅을 처남 명의로 은닉한 사실이 밝혀져 이번 재산공개에서 고의로 누락시켰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고 보도했다.

    1995년 9월 도곡동 땅은 포스코개발(현 포스코건설)에 263억원에 매각됐다. 매매 두 달 전 부동산실명제가 발효됐다. 도곡동 땅 매각으로 큰돈이 들어왔을 텐데 이후 김재정씨는 자신의 부채 2억원을 갚지 못해 자택을 가압류당한 적이 있다.

    “차명재산 맞다. 실소유주 모른다”

    2007년 대선 한나라당 후보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 측은 ‘이명박 후보의 도곡동 땅 차명 보유’ 의혹을 쟁점화했다. 박 후보 측의 의혹제기는 언론에 연일 대서특필됐다. 이명박 후보는 2007년 7월19일 한나라당 후보 검증청문회에서 “개인 재산을 하는데 남의 이름으로 할 이유가 없다. 땅을 살 때 당당히 제 이름으로 하지 왜 형제 이름으로 하겠습니까. 그 땅이 실제로 제 것이었으면 얼마나 좋겠어요”라며 도곡동 땅과 무관함을 밝혔다.

    검찰은 도곡동 땅의 실제주인을 규명하는 수사를 벌여 2007년 8월13일 그 결과를 내놓았다. 검찰은 “도곡동 땅은 등기부상의 소유주를 주인으로 볼 수 없다. 도곡동 땅은 ‘제3자 차명재산’이다”라는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땅의 실제 소유주인 ‘제3자’가 누구인지에 대해 검찰은 답하지 않았다.

    2007년 12월 정동영 통합민주신당 후보 측은 “도곡동 땅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차명 보유한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선거 이후인 2008년 1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도곡동 땅 차명 소유’ 의혹에 대해 특별검사가 재수사했다. 특별검사는 “이 당선인 차명 소유 의혹의 근거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특별검사도 실소유주가 누군지 입증하지 못했다.


    안원구 파문 ‘도곡동 땅의 진실’

    2007년 8월15일 김홍일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 ‘도곡동 땅 수사’와 관련한 검찰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포스코건설 세무조사를 지휘한 국세청 고위간부였다는 당사자의 지위나 사안의 공공성에 비춰 ‘문건을 봤다는 경위’‘봤다는 문건의 구체적 내용’‘현 정부 출범 이후 오해를 받고 탄압을 받았다’는 경위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들어볼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였다.

    민주당이나 안 국장의 부인이 대신 전하는 이야기가 아닌, 안 국장 본인이 구속되기 전 작성해둔 진술문을 살펴봤다. 다음은 문건을 봤다는 경위, 문건에 적힌 내용에 대한 진술문 요지다. 진술문에는 실명으로 되어 있는 부서와 이름을 익명으로 처리했다.

    ○ 2007. 7월부터 2008. 3월말까지 본인이 대구청장으로 재직 시 대구청 관내 포스코건설 정기세무조사를 진행한 적이 있음

    - 세무조사 라인은 조사O국이었음

    - 정기조사라 서류를 제출받아 조사가 진행되었는데 포스코건설에서 제출한 문건들 속에 ‘도곡동 땅(번지 기입되어 있었음)의 실 소유주 이명박’이라고 기록된 문건을 조사자가 발견하고 본인에게 문건을 가지고 와서 보고하였음

    - 당시 문건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대선을 앞두고 후보 간 경쟁 치열)에 정치 쟁점화가 우려되고, 국세청이 정치적 회오리에 휘말릴 수 있다는 판단을 하였음

    - 당시 문건은 조사 대상년도도 아니고 포스코건설 법인조사의 본질과는 관련이 없다고 판단하여 국장과 과장에게 보안을 철저히 유지하고 심지어 포스코건설 측에도 모르게 보안을 유지하라고 지시한 적이 있음

    - 이 부분은 본인과 OOO의 사후에 대화과정에서 확인가능(녹취 참조)

    이어 안 국장은 진술문에서 ‘현 정부 출범 이후 오해를 받고 탄압을 받았다’는 경위에 대해서도 진술했다. 문제의 ‘도곡동 땅 실소유주’ 문건의 보안유지를 지시했는데 거꾸로 여권 내부에서 ‘대통령 관련 문건을 가지고 정부와 맞서서 싸우려 한다’는 오해를 받았다는 게 요지다.

    “맞서 싸우려 한다”

    또한 현 정부 출범 후 국세청 본청은 감찰업무 담당 직원을 대구지방국세청에 보내 포스코건설 세무조사를 담당했던 직원들을 상대로 ‘도곡동 땅 실 소유주’ 문건이 실제로 나왔는지를 내사했다고 한다. 안 국장에 따르면 국가정보원의 한 간부도 포스코건설 세무조사 담당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그 서류의 존재 여부를 확인했으며 포스코건설 측에도 별도로 확인했다는 것이다. 다음은 진술문의 관련 내용이다.(※는 편집자 주)

    ○ 본인에게 지속적으로 사퇴하라고 압박하는 과정에서 2009년 5월 말경에 OOO이 명예퇴직신청서를 직접 본인에게 들고 와서 전해주며(소공동 롯데호텔 휘트니스 클럽 내의 라운지에서) “OOO 내에서 안 국장은 대통령 뒷조사를 한 사람으로 분류되어 있어서 다른 방법이 없으니 6월10일까지 명퇴서를 신청하시고 6월 말 정기 명퇴 시기에 같이 묻어서 나가시면 모양새가 제일 낫지 않겠나”고 하길래, “그게 또 무슨 소리냐, (나는) 누구의 뒷조사도 한 적이 없고 오로지 공무원으로서 본연의 자세를 지키려고 했던 사람일 뿐”이라고 항의

    - OOO이 국세청 감찰 OOO을 대구로 급파하여 조사시켰고, 당시 (※포스코건설 세무조사를 담당한) OOO을 통해 사실 확인을 하였으며

    - 그러나 그 사실 확인 이후에 나에 대한 사퇴 압박은 더 강해졌고 오히려 “(본인이) 대통령 관련 문건을 가지고 정부와 맞서서 싸우려고 한다”는 새로운 누명이 하나 더 붙었음

    - 국세청 감찰 OOO이 확인하고 간 후에도 국정원의 고위직 직원(OOO)이 (※당시 포스코건설 세무조사를 담당한) OOO에게 전화를 통해 사실 확인을 했으며 포스코건설에도 확인했으나 회사 측은 10년 전 일이라 현재 담당자들은 문건 존재 자체를 몰랐던 것으로 보임

    - 당시 (※포스코세무)조사라인은…사실관계 증언요청 시 당사자들은 신분에 불이익을 우려할 수 있음

    안원구 파문 ‘도곡동 땅의 진실’

    2007년 7월24일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경선후보 캠프 박형준 의원이 도곡동 땅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국세청 측이 안 국장에게 사직을 종용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 2009년 7월 국세청 감사관 A씨는 당시 해외파견 명령대기 상태였던 안 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조직에서 나가시면 외부기관에 CEO 자리를 저희가 드리고…”라고 사퇴를 요구했다. 감사관은 “안 국장에 대해서는 정부 전체에서 어느 정도 판단이 이뤄졌거든요”라고 했다.

    안 국장이 “누구 뜻이냐”고 묻자 감사관은 ‘청와대’‘최고위층’을 언급했다. “너무 많이 온 것 같아요. 청와대나 이쪽에서도 그렇고 저희가 듣기에도 최고위층에서 다 인지하시고….” 감사관은 최고위층에 대해선 “책임 있는 분들”이라며 “그 내용에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이 대화 내용이 2009년 11월 음성파일로 공개되자 해당 감사관은 “청와대를 언급한 것은 안 국장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실수”라고 해명했다.

    안 국장은 사퇴 압력 및 내사를 받게 되자 수개월여에 걸쳐 여권 관계자, 국세청 관계자 등 여러 사람을 접촉하며 구명활동을 했다. 이 과정에서 안 국장은 10기가바이트 분량의 음성을 녹음하는 등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되는 여러 증거자료도 수집한 것으로 보인다. 안 국장은 포스코건설 세무조사를 수행한 대구지방국세청의 담당직원 중 한 사람이던 A씨를 2009년 9월 만났다. 이 만남에서 안 국장은 ‘정치적인 문제에 휩쓸리지 않으려는 차원에서 도곡동 땅 실소유주 서류에 보안 지시를 내렸다’는 자신의 주장을 A씨의 증언을 통해 입증받으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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