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랜드 음악분수(왼쪽)와 카지노 객장.
이후 강원랜드는 2003년 4월 메인 호텔, 카지노, 테마파크를 공식 개관해 멀티 리조트 시설로 변신을 꾀했고 2005년 골프장, 2006년 하이원 스키장 및 콘도 개장으로 카지노 대신 복합 리조트로서의 가능성을 더욱 확산해가고 있다.
1998년 입사해 10여 년 세월을 아낌없이 이 검은 땅의 변화와 함께 한 강원랜드 홍보팀 박은희(37) 대리는 “수많은 부작용과 일부 편견에도 카지노가 이 지역 발전에 기여한 건 틀림없다”고 말한다. 평생직장 삼아 이곳에서 일을 시작한 1990년대 말, 사북의 풍경은 밤마다 바람이 몰아치는 황량한 곳이었다. 곧 허물어질 것만 같은 사택과 방치된 기계와 주인 잃은 신발이 널린 곳이었으나 지금은 상전벽해(桑田碧海), 정확히 그 사자성어가 들어맞는 변화가 일어났다.
카지노를 중핵으로 한 관광 레저 산업은 지난 10년간 3조5000억원의 경제 효과를 창출했다. 2000~09년 8월 강원랜드의 중앙재정 기여액만 관광기금 6765억원, 국세 1조1470억원이다. 지방재정 기여액은 폐광기금 5302억원, 지방세 1322억원. 관광기금은 카지노 매출의 10%, 폐광기금은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의 20%를 납부한다.
#오후 11시, 카지노 객장
깊은 밤 카지노, 이 공간은 10년 세월과 그 사이 경제 유발 효과 혹은 이 일대 주민의 삶 변화와 상관없이, 어쨌든 깊은 밤 객장에 미만한 공기는 무표정한 긴장, 바로 그것이다. 라스베이거스를 무대로 한 할리우드 영화에서 흔히 보는 떠들썩한 공기의 울림이란 아직 이 내국인 카지노에선 찾아보기 어렵다. 겨울의 주말, 스키장을 목적지 삼아온 가족, 친구가 밤 여흥으로 카지노에 들르는 예가 많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이 강원 남부의 산간 오지에 들어선 카지노에 흐르는 공기는 무겁게 내리눌린 갑갑함을 주조로 한다.
특히 따로 설치한 흡연실의 공기는, 단순히 담배 연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없을 만큼 무겁다. 삼삼오오 여흥 삼아 들른 여행객조차 이 흡연실 안에 들어서면 압도적 공기에 짓눌려 잠시 대화를 멈춘다. 사람들은 담배를 피우면서 유리창 너머 게임기와 테이블과 딜러와 그 주변에 몰려든 이들을 바라본다. 아마도 잠시 유리창 밖 누군가는 답답함을 못 견디겠다는 자기 몸의 간절한 호소를 받아들여 이 흡연실 안으로 들어올 것이다.
“하루저녁 즐기는 거죠. 종자돈 5만원으로 서너 시간 했나. 주변에선 선방했다고 하네요.”
이름을 밝히지 않은 중년남자(47)의 말이다. 가족과 스키장을 찾았다가 저녁 먹고 잠시 들렀다고 한다. 아이들은 야간 스키를 타러 갔고 아내는 콘도에 머물면서 쉬기로 했으므로, 원래부터 온몸으로 힘써야 하는 레포츠에 큰 관심이 없던 그는 셔틀버스 타고 카지노에 놀러온 것이었다.
“다 자기 마음먹기 아니겠어요? 당구 한 게임 치고, 맥주 한잔 마셔도 5만원인데, 반나절 이만큼 즐겼으면 된 거죠. 5만원이 10만원 되고, 그게 또 100만원 되면 그 순간부터 도박이죠. 나는 이젠 올라가서 잘랍니다.”
그는 담배 한 모금을 깊게 빤 후 흡연실을 나갔다. 그와 엇갈려 두 사람이 무표정한 얼굴로 들어왔고 나는 객장으로 나갔다. 슬롯머신 960대가 객장을 채웠고, 그 사이로 테이블 게임이 설치돼 있다. 테이블마다 게임이 펼쳐지고 사람들은 저마다 어깨 틈으로 이 신경전을 관찰한다. 영화 속 카지노의 수다, 미소, 환호는 아직은 강원랜드의 몫이 아니다.
테이블영업팀 이새롬(28) 주임은 7년차 딜러다. 고등학교 다닐 적 딜러를 꿈꾸었고, 강원관광대 카지노학과를 졸업하자마자 강원랜드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는 인간 저마다의 수많은 욕망을 매일같이 만난다. 딜링 경진대회에서 룰렛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할 만큼 실력파인 이 주임은 카지노가 뒤집어쓴 편견이 예전보다 크게 개선됐다고 말한다. 신출내기 딜러 때는 게임 규칙을 충분히 숙지하지 않은 일부 고객의 과도한 요구나 언성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으나 요즘은 게임을 즐기는 고객이 늘어서 일하기 수월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