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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에게 경영을 묻다 ⑦

스승은 내 주변에 있으니 열린 마음으로 경청하라

  • 배병삼│영산대 교수·정치사상 baebs@ysu.ac.kr│

스승은 내 주변에 있으니 열린 마음으로 경청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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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가 개천가에서 물을 보고 말했다. “이렇구나. 흘러가는 것이!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흐름이여.”(子在川上曰, “逝者如斯夫! 不舍晝夜.” 논어, 9:17)

평소 대수롭지 않게 보아 넘겼던 물이 제 스스로 흘러가는 사실 자체가 낯설고 새로운 광경으로 확 덤벼들었다. 공자는 그 순간 개천을 재발견했다. 그저 풍경처럼 존재하던 개천의 물이 어느 순간 자연의 주인공이 되어 불끈 앞으로 돌출하고, 그간 세계의 주인공이던 ‘나’는 물가에 선 손님으로 도리어 쪼그라드는, 뒤집히는 체험을 한 것이다. 우주의 중심이 나(사람)가 아니라 저 흘러가는 물임을, 물속에 자연의 진리가 흐르고 있음을 공자는 문득 깨닫고 토로한다. “흘러가는 것이 저럴진저. 밤낮을 가리지 않음이여….”

그렇다면 공자에게 지식이란 눈(안목)의 확장, 또는 심화를 뜻한다. 한편 지식경영이란 일상과 주변에서 문제를 발견하는 과정이며, 또한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법을 의미한다. 핵심은 일상과 주변, 즉 심드렁하게 보아 넘기는 평상을 ‘비상’하게 바라보고, ‘이상’하게 생각하는 눈길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에 있다. 이 점과 관련하여 원로 광고인 이강우의 언급은 참고할 만하다.

좋은 광고는 슬쩍 보기만 해도 무슨 뜻인지 곧 이해가 되면서도 아, 나는 왜 저런 생각을 하지 못했지 하는 놀라움을 안겨준다. 마치 콜럼버스의 달걀과도 같다. 보고 나면 쉽다. 그러나 막상 그런 것을 찾아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르키메데스의 목욕탕이 그랬고, 뉴턴의 사과도 그랬다. 그런 점에서 크리에이티브란 내 생각을 얼마나 잘 표현하느냐에 앞서서 내 주변에 있는 사물과 현상을 얼마나 잘 보느냐에 달린 것이 아닌가 싶다. 그것(좋은 광고소재)들은 언제나 내 눈앞에서 존재하고 있었건만 나는 그것들을 제대로 보지 않은 채 수많은 낮과 밤을 생각 속에서만 헤매고 있었다. (이강우, ‘대한민국 광고에는 신제품이 없다.’ 살림, 45쪽)

내 눈 앞에 존재하고 있는데도 알지 못하던 것을 깨닫는 순간이야말로 지식의 출발점이다. 공자가 제자 자로에게 “자로야. 네게 앎을 가르쳐주련? 아는 것은 안다고 알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아는 것이 앎이니라.”(子曰, “由! 誨女知之乎! 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 논어, 2:17)라던 귀띔은 배움의 시작을 퉁겨주는 대목이다.



매일매일 출퇴근길에 지나치면서도 몰랐던 새로 생긴 건물을 문득 발견하는 눈길에서부터, 즉 평범한 일상 속에서 이상한 느낌을 갖는 순간부터 호기심은 피어나고 그 호기심을 추적하는 과정을 통해 앎(배움)의 길로 나서게 된다. 요컨대 낯익은 것을 낯설게 바라보는 안목, 여기서 지식이 탄생한다.

상호적 지식경영자의 면모

공자는 자신을 ‘덩어리 지식’을 일방적으로 풀어먹이는 교사가 아니라, 주어진 문제를 질문자(제자)와 함께 연구하고 해결해나가는 지식경영자로 여겼다.

공자 말씀하시다. “나는 나면서부터 안 사람이 아니다. 다만 옛사람들의 말을 좋아하여 그 말뜻을 민감하게 구하려는 사람일 따름이다.” (子曰, “我非生而知之者, 好古敏以求之者也.” 논어, 7:20)

당시 제자들 중에는 공자를 천재나 성인으로 추앙하는 이들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공자는 자신의 가르침이 있기 전부터 머릿속에 저장된 ‘지식 덩어리’ 곧 생이지지(生而知之)가 아니라, ‘지금 여기’ 현장에서 질문을 기화로 문제를 해결하는 와중에 앎과 지식이 이뤄지는 것임을 민이구지(敏以求之)라는 말로 드러내었다. 이 넉 자 가운데서도 민감함(敏)이야말로 지식경영의 핵심이다. 즉 ‘민’ 자는 공자의 솔깃한 배움에의 자세, 열린 마음가짐 등을 명징하게 표상한다.

일방적으로 가르침을 내리는 교육자가 아니라, 제자들과 더불어 앎을 추구하고 문제를 풀어가는 ‘상호적 지식경영자’로서 공자의 면모는 다음 술회에서 더욱 환하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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