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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내 가서 지식 자랑 마세요’

생명운동의 본산 지리산 실상사와 산내면 사람들

  • 이상락│작가 writersr@daum.net

‘지리산 산내 가서 지식 자랑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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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이 실상사 운영

“실상사 귀농학교에서 받은 교육 내용은 크게 두 가집니다. 농촌에서 어떻게 하면 적게 쓰면서 생태적 삶을 살아갈 것인지에 관한 정신교육이 우선이고, 그 다음으로 갖가지 작물에 대한 유기농 농사법을 익히는 공부였지요.”(최씨)

실상사 귀농학교는 한 해에 봄·가을로 두 차례 학생을 받는데, 3개월간의 교육과정을 마친 졸업자 중에는 마음이 흔들려서 다시 도시로 돌아가기도 하고, 혹은 고향이나 다른 농촌으로 들어가기도 하며, 이곳 산내면에 남기도 한다. 어쨌든 절반 정도는 농촌으로 들어감으로써 귀농 성공률이 50%는 된다는 것이 최씨의 얘기다.

최씨는 졸업 후 아예 실상사 농장에 남아서 7년여 동안 다른 귀농학교 졸업생 10여 명과 함께 실상사의 땅을 빌려 함께 농사를 지었다. 공동작업 공동분배 방식으로 영농을 했는데 결산해보니 대개 월 평균 50만원가량이 돌아오더란다. 그래도 최씨는 초기에 일찌감치 귀농하는 바람에 서울의 전세금을 뺀 돈으로 헐값에 땅을 사서(이후 귀농자가 몰리면서 산내면의 땅값이 만만치 않게 올랐다) 그 터에 자기 집을 지을 수 있었다. 그러나 농지를 살 여유는 없었으므로 실상사 농지를 빌려서 농사를 지었다는데 2010년의 농사를 결산하면 이렇다.

‘벼농사-3300㎡(1000평), 고사리-660㎡, 고추-330㎡, 감자-330㎡, 콩-660㎡, 참깨-660㎡, 들깨-330㎡. 총소득=500만원.’



전업농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그렇다고 취미로 짓는 수준은 아니었는데 월평균 소득이 50만원이 채 안 되었다. 부인 정씨가 숲해설사로 일하는데 월급이 100만원이다. 도법스님이 언급한 ‘반농반업’을 실천하는 경우다. 이들 부부는 자녀가 없어서 형편이 괜찮은 편이지만 학교에 보낼 자녀를 둔 경우는 사정이 훨씬 어렵다.

귀농자 중에는 드물게 축산업이나 비닐하우스 농사 등 규모를 갖춘 농사를 지어서 전업농 소리를 듣는 이도 있지만 소수에 불과하다.

“귀농한 사람들은 그런 욕심 비우고 내려온 사람들이에요. 농촌 사람들이 수지가 안 맞으니까 너도나도 농사 포기하고 도시로 떠나버렸다는 사실을 알고서 내려왔거든요.”

도회지에 살 때보다 소득이 많이 줄어서 생긴 빈자리를 맑은 물과 깨끗한 공기와 덜 팍팍한 인심과 여유로운 마음으로 채우면 된다는 정신적 수양이 필요하다는 뜻일 게다.

‘지리산에 미친 사람 서울에 더 많아’

‘지리산 산내 가서 지식 자랑 마세요’

도법스님.

귀농인들을 두루 만나는 과정에서 지리산이 좋아서 내려왔다는 그야말로 ‘지리산 마니아’가 상당수였다. 박재우(45)씨는 20대 시절부터 뻔질나게 지리산을 찾다가 아예 서울의 직장을 그만두고 내려와 산내면 소재지에 ‘사랑방국수’라는 식당을 차렸다. 실상사귀농학교를 졸업하고 무슨 일을 할까 궁리하는 중에 마침 식당 자리가 나서 음식장사에 도전했다는데, 귀농자들이 십시일반으로 찾아주어서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겼다고.

지리산에 마음을 뺏긴 것으로 치면 박재우씨 저리 가라 할 사람이 바로 신현철(48)씨다. 20년 넘게 지리산을 다녔다는 그의 말에 따르면 “지리산에 미친 사람이 지리산에 사는 사람보다 서울에 훨씬 많다”고 한다. 그의 부인은 ‘지리산 산들바람’이라는 별명으로 통하고 아들 이름은 아예 지리산의 지(智)에다 호랑이 간지에 해당하는 인(寅)자를 써서 ‘지인’이다. 서울 마포의 한 대안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그는 산림청 소속의 숲해설사다. 지리산이라는 거대한 삼림에다 근래에는 둘레길이 조성되어 사람들이 몰리는 바람에 ‘숲 해설’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유감스럽게도 신씨의 부인 ‘산들바람’은 지금 암 투병 중이어서 신씨는 오래전부터 부인을 위해 ‘백초효소’를 담가와 그 방면에 ‘꽂혀’ 지낸다는데, 언젠가 효소사업을 해보는 게 꿈이란다. 집 안에 효소 용기 한둘쯤 없는 집이라면 귀농자의 집이 아니다, 할 만큼 여기서는 효소가 유행이다.

산내면사무소를 지나서 조금 걷다가 왼편 언덕으로 난 길을 한참 올라가면 숲속에 포근하게 들어선 작은학교가 나타난다. 정확하게는 실상사작은학교인데 대안중학교다. 한 학년에 15명씩, 45명이 전교생이다. 이 학교에는 교장이라는 직함이 따로 없이 14명의 교사가 모두 교사이고 선생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장, 혹은 대표교사에 해당하는 이를 일컫자면 이경재씨다.

이씨는 독실한 불교신자로서 도법스님을 존경해왔다는데 그는 1998년에 서울의 직장을 명퇴하고 실상사로 내려왔다. 이씨에 대한 도법스님의 회고다.

“자기는 교육학을 공부했다면서 불교계에서도 대안학교를 했으면 좋겠는데 그런 얘기를 건네볼 대상이 실상사밖에 없는 것 같아 찾아왔다는 겁니다. 제가 그랬지요, 취지는 좋지만 우리 실상사는 가난한 절이어서 돈이 없다, 절에서 밥은 먹여주고 잠은 재워 주겠지만 경제적 지원은 못 해준다, 그랬지요. 그랬는데 얼마 뒤에 젊은이 두세 명을 데리고 오더니 땅을 한 200평만 빌려달래요. 사찰 소유의 논 200평을 주었더니 컨테이너 박스 두 개를 갖다놓고서 하나는 교실이고 하나는 교무실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대안중학교 설명회를 하는 날 가보니까 15명이나 되는 학생이 왔더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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