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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연재 | 범죄의 재구성

죄를 저질러 신을 노하게 하지 말라

신화時代의 범죄

  • 이창무│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형사사법학

죄를 저질러 신을 노하게 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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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신(善神)과 악신(惡神)의 대결이 거의 모든 신화에 등장한다. 페르시아 신화에서 선신 아후라 마즈다는 광명을 나타낸다. 악신 아할리만은 암흑의 상징이다. 아할리만은 아후라 마즈다를 끊임없이 괴롭히고 공격한다. 단군신화 역시 선과 악의 논리를 통해 지배 질서를 정당화한다. 천제 환인의 아들 환웅이 풍백(風伯) 우사(雨師) 운사(雲師)를 거느리고 땅에 내려와 인간계를 다스릴 때 곰과 호랑이가 인간이 되게 해달라고 빌었다. 환웅은 쑥 한 줌과 마늘 스무 쪽을 주면서 “이것만 먹고 100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으면 인간이 되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성질이 못된 호랑이는 며칠 견디지 못하고 동굴 밖으로 뛰쳐나갔다. 참고 견딘 곰은 여자로 변해 잠시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한 환웅과 혼인해 남자 아이를 낳았다. 그가 바로 단군왕검(檀君王儉)이다. 호랑이는 범족의 일환으로 원래부터 문제가 많았다. 환단고기에 따르면 강족(强族)이 말썽을 부리고 고분고분하지 않자 환웅은 계율을 주고 따르도록 서약게 하고 선악을 가려 징벌하고자 했다. 강족 가운데 특히 범족은 잔인하고 탐욕스러워 약탈을 일삼았다. 이에 환웅은 범족을 사해(四海)로 쫓아버렸다. 순종적인 곰족과 사악한 범족으로 구분해 신의 섭리에 순종하지 않는 사악한 무리는 결국 쫓겨난다고 가르친 것이다.

신으로부터는 도망칠 수 없다

죄를 저질러 신을 노하게 하지 말라

영화 ‘트로이의 목마’의 한 장면. 트로이 군중이 목마를 보고 경탄하고 있다.

범죄에는 벌이 따른다. 범죄를 억제하려면 처벌의 확실성이 필요하다. 형사사법학의 시조로 불리는 체사레 베카리아(Cesare Beccaria)가 1764년 ‘범죄와 처벌에 관하여’란 책에서 가장 강조한 부분도 처벌의 확실성이다. 베카리아의 책은 오늘날 억제이론의 출발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상에서 수많은 범죄가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나는 잡히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세상 곳곳에 CCTV를 설치하더라도 모든 범죄를 적발하지 못한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범죄 검거율은 30% 미만이다. 게다가 설사 적발되더라도 법망을 빠져나갈 방법이 없지 않다. 하지만 제아무리 날고 기는 재주를 가졌더라도 신의 감시와 처벌은 피할 수 없다. 신화가 갖는 강력한 힘이다. 신화의 시대를 산 사람들은 신을 두려워했다. 신으로부터는 도망칠 수 없기 때문이다.

창세기에서 인간이 저지른 최초의 범죄는 곧바로 하나님에게 적발된다. 하나님을 속이거나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뱀의 사악한 꼬임에 아담과 이브는 너무나 쉽게 넘어갔고 그 대가는 컸다. 뱀이 하나님이 결코 먹어서는 안 된다고 명한 나무 열매를 따먹으라고 이브를 유혹하면서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에는 눈이 밝아져 하나님과 같이 된다”고 했다. 인류 최초의 범죄인 절도는 이렇게 저질러졌다.

하나님은 아담과 이브 그리고 뱀에게 강력한 벌을 내린다.



“여호와 하나님이 뱀에게 이르시되 네가 이렇게 하였으니 네가 모든 가축과 들의 모든 짐승보다 더욱 저주를 받아 배로 다니고 살아 있는 동안 흙을 먹을지니라.”(창세기 3: 14)

이브는 다음과 같은 벌을 받았다.

“임신하는 고통을 크게 더하리니 네가 수고하고 자식을 낳을 것이며….”

아담이 받은 벌은 이렇다.

“땅은 너로 말미암아 저주를 받고 너는 네 평생에 수고해야 그 소산을 먹으리라.”(창세기 3: 16-17)

구약성서 창세기는 곧이어 아담과 이브의 두 아들 카인과 아벨을 거론한다. 카인이 아벨을 죽이자 하나님은 바로 카인의 죄를 적발하고 벌을 내린다.

“땅이 그 입을 벌려 네 손에서부터 네 아우의 피를 받았은즉 네가 땅에서 저주를 받으리니 네가 밭을 갈아도 땅이 다시는 그 효력을 네게 주지 아니할 것이요 너는 땅에서 피하며 유리하는 자가 되리라.”(창세기 4: 11-12)

창세기는 이렇듯 인간이 죄를 저질러 고통을 겪게 됐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아담과 이브, 카인은 죄의 대가로 고통을 당할 뿐이지만 대부분의 신화에서 인간이 잘못을 저지르면 죽음으로 그 대가를 치러야 했다.

죄인을 응징한 대홍수

천벌(天罰)이라는 단어가 의미하듯 신화에서 처벌은 하늘의 뜻이다. 따라서 칼이나 몽둥이가 아니라 천지자연을 이용해 범죄자를 응징하는 경우가 많다. 벼락은 여러 신화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다. 천둥이나 벼락의 과학적 성질을 알지 못하는 시절이었기에 벼락은 신의 노여움을 나타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재료였을 것이다. 제우스가 번개를 처벌 수단으로 사용했다면 몽골 신화의 주신(主神) 후헤데이 메르겐은 천둥의 화살을 쐈다. 500개의 머리와 50개의 뿔을 가진 괴물 망가드를 죽일 때 메르겐은 천둥 화살을 쏘면서 피비와 돌 우박을 내리게 했다. 잉카제국 창조 신화의 비라코차 신은 인간이 말을 제대로 듣지 않고 오히려 신을 공격하자 하늘에서 불꽃을 내려 사람들이 모여 있는 산을 불태웠다. 창세기에 나오는 소돔과 고모라의 멸망 역시 불로 도시 전체를 태워버린 사례다. 하나님은 소돔 성읍에 의인이 불과 10명만 있어도 용서하겠다고 했으나 그곳에 사는 의인은 10명이 되지 않았다. 결국 소돔과 고모라는 유황과 불의 비를 맞을 수밖에 없었다.

천재지변은 악한 사람을 응징하는 좋은 도구였다. 세상이 혼탁해져 한두 명이 아닌 전체를 벌줄 필요가 있을 때 등장하는 게 대홍수나 지진 같은 천재지변이다.

창세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여호와께서 사람의 죄악이 세상에 가득함과 그의 마음으로 생각하는 모든 계획이 항상 악할 뿐임을 보시고 땅 위에 사람 지으셨음을 한탄하사 마음에 근심하시고 이르시되 내가 창조한 사람을 내가 지면에서 쓸어버리되….”(창세기 6:5) 하나님은 대홍수라는 벌을 내리면서도 유일한 의인인 노아에게 재난을 피할 방주의 크기와 제작방법을 구체적으로 가르쳐준다. 평소 덕을 쌓고 착한 일을 해야만 모든 사람이 죽을 때 살아남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 역시 인간을 벌하고자 대홍수를 일으켰다. 착한 인간이었던 데우칼리온과 피라는 프로메테우스가 대홍수가 일어날 것이라고 알려준 덕분에 미리 만들어놓은 배에 올라 익사를 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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