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춘향전’ 포스터.
네 것이 내 것이라는 잘못된 심리가 한국인의 인내천 사상과 결합하면 많은 폐해를 낳는다. 한국인 중에는 스스로를 왕자, 공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한국인에겐 감투 욕심이 많다.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고 판단하면 감투욕에 불이 붙는다. 국회의원쯤 되면 대부분 스스로를 가능성 있는 인물로 여긴다. 내심 자기가 대통령, 총리, 장관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이 총리가 되고 장관이 되면 견디기 어렵다. 총리 후보자나 장관 후보자의 흠을 찾아내 집요하게 공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자는 논어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다.
분열하면 자멸한다
“훌륭한 사람은 남의 좋은 점은 치켜세우고 남의 나쁜 점은 들추지 않지만, 고약한 사람은 이와 반대로 한다.”(君子 成人之美 不成人之惡 小人反是)
한국의 정치인 중에는 훌륭한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고약한 사람이 자꾸 늘어난다. 그것과 비례해 한국인의 내 것 챙기기 심리도 확산된다. 내 것 챙기는 심리가 확산되면 여러 가지 병폐가 생겨난다. 너의 것은 나의 것이어야 하고, 너의 의견은 나의 의견이어야 한다고 고집하기 때문에 나의 의견과 다른 의견을 용납하지 못한다. 이런 연유로 의견이 대립되면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다. 대립을 하면 분열이 일어나고, 분열이 일어나면 남에게 공격을 받기 전에 자멸한다.
지금 한국 사회는 분열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남북으로 나뉜 것으로도 모자라 동서로 갈라지고 빈부 간에도 반목한다. 이런 분열이 계속되면 국가가 유지되기 어렵다. 그런데도 먼 장래를 보지 못하고 눈앞의 이익에 급급한 사람이 많다. 이익은 달콤하다. 고생하지 않고 얻는 이익은 더 달콤하다. 스스로에게 속고 정치인에게 속아 눈앞의 달콤함만을 추구하다가 나중에 망하고 난 뒤 아무리 후회해도 돌이킬 수 없다. 늦기 전에 각성해야 한다.
‘개구리 효과’라는 것이 있다. 개구리를 뜨거운 물에 넣으면 바로 뛰쳐나오지만, 찬물에 넣고 서서히 데우면 당장의 따뜻함에 안주하다가 결국 삶아져 죽는다. 우리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 방향을 바꾸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 그 일을 다른 사람에게 기대해서는 안 된다. 그 일은 나부터 시작해야 한다. 사람들은 우리 사회에 일어나고 있는 문제들을 정치인의 탓으로 돌리곤 하지만 그것은 잘못이다. 나 하나만 제대로 되면 저절로 가정이 행복해지고, 나라가 안정되며, 나아가 세계가 평화로워진다. 자기가 제대로 된다는 것은 스스로 공자처럼 되고, 부처처럼 되며, 예수처럼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되지 못하면 제대로 된 것이 아니다. 맹자가 안연의 말을 인용해서 말했다.
“순임금은 어떤 사람이고, 나는 어떤 사람인가? 노력하면 그렇게 되는 것이다.”(舜何人也 予何人也 有爲者亦若是, ‘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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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지금의 자기로 태어난 것은 기적 중의 기적이다. 자기가 태어나려면 우선 자기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결혼을 해야 했다. 수많은 사람 중에서 자기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만나 결혼할 확률은 몇 %나 될까. 아버지가 태어나려면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만나 결혼을 해야 했으며, 어머니가 태어나려면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결혼을 해야 했다. 이렇게 거슬러 올라가면 지금의 자기가 태어날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제로에 가까운 확률로 태어난 것이 오늘의 우리다. 그런 우리가 남의 흠이나 들춰내는 고약한 사람으로 한평생을 마감할 수는 없다. 이제 우리의 선택은 오직 하나, 수신(修身)뿐이다. 수신에 치중해 완전한 나로 거듭나는 것, 우리가 가장 먼저 추진해야 할 일은 바로 이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