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프랑스에서는 정반대의 판결도 내려진 바 있다. 프랑스의 출판사인 라마르티에르사가 “구글이 자사의 출판물을 동의 없이 무단 복제했다”며 저작권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이었다. 당시 프랑스 법원은 “구글의 무단 스캔 행위는 무단복제 내지 전송 행위로서 저작권을 침해한다”며 프랑스 출판사의 손을 들어줬다. 프랑스법원은 구글로 하여금 저작물 전체를 복제하는 행위와 일부 내용을 검색에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에 따른 손해배상금으로 30만 프랑의 배상 판결을 내렸다.
구글북스는 공정한가?
그렇다면 미국 법원의 판단은 옳았을까. 이번 재판 과정에서 구글은 자신들의 도서 검색 서비스가 영리 목적이 아니라는 주장을 폈고, 미국 법원은 구글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는 미국 법원의 판결에 이의를 제기한다. 도서 검색 서비스가 당장 별도의 비용을 발생시키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이 행위를 비영리행위라고 볼 수도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도서 검색 서비스를 통해 사용자가 증가하면 이는 고스란히 구글의 전체 광고비용을 증가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도서 검색 서비스 자체는 무료라고 해도 결과적으로 구글에 경제적 이익을 주는 쪽으로 기능한다면 이는 영리행위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구글이 도서 검색 서비스를 영원히 무료로 제공한다고 보장할 수 없다는 점도 재판 과정에서 감안되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고아 저작물’의 처리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고아 저작물’은 저작권은 존재하나 저작권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거나, 소재 불명인 저작물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저작권자와의 연락이 어려운 사정이 있을 저작물을 구글이 opt-out 방식으로 처리해 사용한다면, 이는 분명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최초로 무단 스캔을 한 구글이 향후 고아 저작물에 대해 독점적인 지위 등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일이 벌어질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구글의 독점적인 지위 형성 및 이의 남용 가능성이다. 이 문제는 우리나라의 독점규제법 차원에서도 검토가 필요하다. 도서관과의 계약에 의해 도서의 스캔 작업이 이뤄지는 경우 후발 경쟁업체에 대한 참여 기회가 보장되지 않으면 이 시장은 구글이 독점하게 될 것이 뻔하다. 따라서 이로 인한 남용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큰 영향
이번 판결은 앞으로 우리나라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먼저 국내 저작물인 도서가 미국 도서관에 소장되어 구글이 국내 저작자인 작가나 출판사로부터 동의를 받지 않고, 무단으로 스캔한 경우 우리나라의 저작권자가 저작권법 위반에 대한 손해배상 판결을 받을 수 있는지가 논란이 될 수 있다. 물론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할 때, 국내 저작권자가 구글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등의 청구를 국내 법원에 제기할 경우 패소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지만 미국 법원과 같은 판결이 나올 가능성에 대해서도 준비해야 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이번 판결이 최종 판결은 아니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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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미국 법원의 판결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시사점을 준다. 또 좋든 싫든 배울 점이 많은 판결임에는 틀림이 없다. 먼저 미국 법원이 디지털 시대를 맞이해 공정 이용에 관해 좀 더 유연한 법리 해석을 한다는 것은 분명 주목할 점이다. 도서 검색 산업이 발전할 것을 감안해 미래지향적인 법 해석을 시도한 부분도 눈여겨봐야 한다. 이참에 우리도 이번 미국 판결을 참고해 과거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좀 더 유연하고 서비스 지향적이며 시장친화적인 법제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논란은 있지만 이번 판결은 분명 새로운 법 해석의 장을 연 계기가 됐다. 그리고 조만간 이러한 법 해석은 전 세계적인 조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미리 준비해야 권리를 보호받고 피해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