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호

취업난에 응시자 급증 경쟁률 1000대 1 넘기도

‘인기 짱’ 9급 공무원 되기

  •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입력2014-01-22 17: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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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업난에 응시자 급증 경쟁률 1000대 1 넘기도

    2013년 7월 27일 국가직 9급 공무원 공채시험 응시자들이 서울 서초구 양재동 양재고등학교에 마련된 필기시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1 지난해 고용노동부 서울남부고용노동지청에 배치된 김주연(33) 실무관은 한동안 중소 IT회사에서 일했다. 대학에서 컴퓨터시스템공학을 전공한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취업했지만 근무환경이 열악하고 안정감이 없는 것이 늘 불안했다. 결국 그는 더 늦기 전에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려고 4년 전 회사를 그만뒀다. 1년간 할만한 일을 찾아보다 그가 선택한 길은 국가직 9급 공무원. ‘60세까지 정년이 보장되고 노후 대비가 가능하다’는 이유였다. 그는 2011년 연습 삼아 치른 첫 도전에는 실패했지만 2012년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2012년 국가직 9급 공무원 공개경쟁채용 시험의 전체 평균 경쟁률은 72.1대 1이었지만 그가 응시한 ‘일반행정 전국 : 일반’ 직렬의 경쟁률은 1000대 1이 넘었다. 그야말로 바늘구멍이었다.

    #2. 영어학원 중등부 강사 출신인 최재혁(33) 씨도 김 실무관과 같은 이유로 9급 공무원에 도전했다. 그는 “연봉으로 치면 학원 강사가 더 나을지 모르지만 미래가 불안해 2011년부터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7급은 1, 2년 공부로는 합격하기 힘들고 내 나이도 적지 않아 비교적 빨리 승부를 볼 수 있는 9급을 공략했다”고 밝혔다. 2012년 첫 도전한 지방직 9급 공채시험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필기를 통과하고 면접에서 떨어진 것. 최 씨는 지난해 국가직·지방직·서울시 9급 공채시험을 모두 치른 끝에 국가직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1990년대만 해도 9급 공무원은 비인기 직종이었다. 박봉에 말단(末端)이라는 선입관이 강해서였다. 하지만 취업난과 고용불안이 10년 넘게 지속되면서 9급 공무원의 프리미엄이 급상승했다. 국가적 재난 상황이 아니라면 정년까지 일할 수 있고, 노후를 대비할 수 있다는 안정감이 연봉액수보다 중요한 진로 선택의 잣대가 됐기 때문이다.

    수학·과학·사회도 선택과목으로

    9급 공무원 지원자는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다. 안전행정부 집계에 따르면 국가직 9급 공무원 공채시험 지원자 수는 2011년 14만2732명, 2012년 15만7159명, 2013년 20만4698명을 기록했다. 국가직 9급 공무원 지원자가 20만 명을 넘은 건 공무원 공채 제도가 생긴 이래 처음.



    지난해 해당 시험의 선발예정인원은 2738명이었다. 평균 경쟁률은 74.8대 1이지만 행정직 중에서도 인기가 높은 ‘일반행정 전국 : 일반’ 직렬은 경쟁률이 655.2대 1에 달했다. 54명 모집에 3만5379명의 지원자가 몰린 것이다. 2012년엔 더 심해 26명 모집에 2만8569명이 지원했다. 경쟁률이 1000대 1을 넘었다. 삼성그룹의 지난해 하반기 공채시험이 평균 경쟁률 18대 1이었고, 경쟁률이 가장 높았던 제일기획이 140대 1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9급 공무원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볼 수 있다.

    공무원 시험은 학력, 나이 제한이 없어 합격자 연령대가 다양하다. 안전행정부 관계자는 “40~50대 실직자, 결혼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주부들의 지원이 꾸준히 늘면서 중년층 채용 비율도 덩달아 높아지는 추세”라며 “앞으로 18~20세 합격자도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지원자에게도 응시 기회를 주고자 고교 교과목인 수학, 과학, 사회를 선택과목으로 채택했기 때문이다.

    2012년까지 9급 일반행정직 지원자는 기본 다섯 과목(국어, 영어, 한국사, 행정학개론, 행정법총론)을 모두 공부해야 했다. 그러나 행정학개론과 행정법총론은 지난해부터 선택과목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에 따라 지원자는 기본 과목 3개 외에 선택과목 2개를 골라 시험을 치를 수 있게 됐다. 지원자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은 넓어졌지만 정부의 의도대로 고졸자의 합격률이 기대만큼 높아질지는 지켜볼 일이다. 수학과 과학은 이과생이 아니면 선뜻 손이 가지 않는 과목이어서 선택의 빈도가 높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013년 수학, 과학, 사회 중에서 선택과목 2개를 골라 필기시험을 통과한 206명 중 최종 합격자는 134명으로 행정직군 전체 합격자의 6.2%에 그쳤다. 이 가운데 15.7%인 21명이 20세 이하의 고교 졸업(예정)자로 추정되는 합격자다.

    1타 3피

    9급 공무원 공채시험 과목은 국가직과 지방직이 동일하다. 이와 별도로 치러지는 서울시 9급 공채시험도 예외가 아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같은 과목을 공부해 한 해에도 여러 차례 시험을 치러 합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헌법과 경제학을 더 공부해야 하는 국가직 일반행정 7급 공채시험에 비해 과목수가 적고 난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7급 공무원을 목표로 공부를 하다 9급에 도전하는 이가 의외로 많다. 대학에서 행정학을 전공하다 지난해 1월 휴학계를 내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 박현호(25) 씨가 그런 경우다. 박 씨는 “원래 꿈이 공무원이라 학원에서 7급 종합반 수업을 듣다가 9급 시험 과목 위주로 먼저 공부해서 지난해 7월 국가직과 서울시 9급 공채시험을 봤다. 서울시 9급 시험에선 고배를 마셨지만 국가직 9급 시험에 합격해 근무지 배정을 기다린다”고 했다.

    안전행정부가 주관하는 국가직 9급 공채시험의 합격자는 정부 부처와 국세청, 국가보훈처, 병무청, 조달청, 통계청,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배치된다. 시험 일정은 매년 4월이지만 지난해에는 선택과목제 도입에 따른 혼선을 고려해 7월로 늦췄다. 이 때문에 지방직 9급 공채시험의 최종 합격자가 먼저 발표돼 국가직 필기시험에 합격하고도 면접장에 나타나지 않은 중복 지원자가 예년보다 많았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필기시험 합격자가 면접을 포기해 선발예정인원보다 미달된 인원이 2011년 7.2%, 2012년 7.4%, 2013년 14.9%로 나타났다. 모집인원을 충원하지 못한 54개 분야의 결원 556명에 대해서는 공무원 임용시험령을 적용해 미달인원의 1.5배수를 뽑아 필기시험 추가합격자를 발표했으며 1월 23~24일 면접시험을 거쳐 최종 합격자를 추가 선발한다. 안전행정부 관계자는 “2013년에는 시험 일정이 하반기로 조정되고 지방직 채용규모가 전년보다 38.9%나 커져 거주지에서 가깝고 임용시기가 빠른 지방직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올해부터 국가직 9급 공채시험은 다시 4월에 실시된다. 서울 노량진 공무원시험전문학원들은 한겨울 주말에도 특강을 들으려는 ‘공시족’(공무원 시험 지원자를 뜻하는 은어)으로 붐빈다. 한 공무원시험 학원 강사는 “극심한 취업난과 고용불안으로 창의성과 진취성을 적극 발휘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닌 공무원을 선호하는 이가 갈수록 많아지는 건 우리 시대의 씁쓸한 자화상”이라며 “9급 공무원을 꿈꾸며 고3 수험생보다 더한 집중력과 시간을 투자하는 젊은이들을 제도적으로 섬세하게 배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필기와 면접시험을 모두 통과한 후 등록을 하지 않아 생기는 결원에 대한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안전행정부가 제공한 ‘국가직 9급 공채 합격자의 최근 3년간 미등록 현황’에 따르면 2010년 67명(4%), 2011년 31명(2%), 2012년 85명(4%)이 최종 합격 후 등록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등록에 따른 결원은 추후 보충하지 않는다. 국가직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이정아 씨는 “1년에 한 번 치르는 시험을 위해 하루 4시간밖에 못 잔다”며 “미등록자 인원이 최종 합격자 수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으로 보일지 몰라도 공시족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합격의 비밀

    취재 과정에서 접한 국가직 9급 공채시험 합격자들의 공부량은 가히 고3 수험생 수준이었다. 영어강사 출신 최재혁 씨는 “감성적인 생각에 빠지는 게 공부의 가장 큰 적인 것 같아 ‘나는 공부하는 기계다’라는 마인드로 살았다”며 “하루 9~10시간씩 공부하고 친구도 거의 만나지 않았다”고 했다. 또 “잘 외워지지 않는 부분은 따로 프린트해서 매일 한 번씩 보면서 오래 기억에 남도록 했다”고 그 나름의 공부 비법도 공개했다. 공부하면서 가장 힘든 점으로는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증을 꼽았다. 그는 “불면증이 극복되지 않아 하루 4시간씩 자면서 공부했다”고 한다.

    KCC 지방영업소에 근무하던 남온유(32) 씨는 국가직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려고 회사를 나와 집 근처 도서관에서 인터넷 동영상 강의를 보며 하루 10시간씩 공부했다. 부모의 도움을 받기 싫어 아르바이를 해서 번 돈으로 노트북을 사고, 1년에 40만 원만 내면 모든 과목을 마음껏 들을 수 있는 프리패스제도를 활용해 비용을 아꼈다. 남 씨는 “잘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공무원 시험 공부를 하는 게 부모님에게 폐를 끼치는 것 같아 너무 죄송했고, 꼭 잘될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참고 견뎌낼 수 있었다”고 했다. 그의 부연설명이다.

    “일단 시작하는 용기와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 수험생활은 자신과의 싸움이기 때문에 컨디션 조절을 잘하고 꾸준히 노력했을 뿐 특별한 공부 비법은 없다.”

    대학에서 행정학을 공부한 박현호 씨는 “전공도 전공이지만 6~7개월 동안 선택과 집중을 잘한 덕에 단기간에 합격할 수 있었다”며 나름의 노하우를 공개했다.

    “2013년 1월 휴학한 후 공무원시험 전문학원에 다니며 하루 12~13시간씩 매일 공부했다. 학원에서 4시간 공부하고 나머지 시간엔 고시원에서 자율학습을 했다. 1, 2월엔 종합반에서 공부하다 7월 시험을 보기 전까지는 과목별로 단과수업을 들었다. 다달이 과목을 정해 마스터하는 식으로 집중해 공부하고, 매일 학습한 내용을 요점노트에 정리한 것이 주효했다. 요점노트는 복습에도 큰 도움이 된다.”

    박 씨가 고시원비와 학원비, 교재비 등 공무원 시험 준비에 쓴 비용은 월 100만 원이 넘는다. 그는 “고시원에서 지내다 보니 혼자 밥 먹고 쓸쓸한 방에 불을 켜는 게 고역이었다. 어릴 적부터 간직해온 꿈을 이루려고 자처한 삶이지만 이렇게 사는 게 맞나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외롭고 답답한 마음에 견디기 힘들 땐 친구들에게 전화해 스트레스를 풀었다”고 털어놨다.

    고교 졸업 후 곧바로 9급 공무원에 도전한 전예제(20) 씨는 2013년 경기도와 서울시, 국가직 공채시험에 모두 최종 합격한 재원이다. 경기도 공채시험에 먼저 붙어 도내 면사무소에서 지방행정서기보로 근무 중인 그는 “원하던 대학에 들어가지 못해 한동안 방황했지만 취업을 위해 마음을 다잡고 9급 공무원 공채시험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다음은 그만의 합격 비법이다.

    “공무원 시험에선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공부 시간을 많이 할애한 사람에겐 적수가 안 된다.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고 단기간에 집중해 승부를 봐야 한다. 공부에 요령은 없다고 생각한다. 공부를 많이 하다보면 자신이 어떤 때 공부가 잘되는지 간파할 수 있다. 나 같은 경우는 졸릴 때만 음악을 듣는다. 인터넷 강의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을 지양한다. 인터넷 강의는 수동적인 자세로 공부를 해야 하니 주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몰입이 중요하다. 간절함이 있어야 최고가 될 수 있다. 첫 번째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나머지를 과감히 포기하는 ‘대장부’가 돼야 한다.”

    스펙보다 사회성

    김주연 실무관은 “하루 4시간만 자면서 일간, 주간, 월간 단위로 공부계획을 촘촘히 세워 고3 때보다 더 열심히 공부”했다. 공무원시험 전문학원에 다니지 않고 대신 유명 학원의 온라인 사이트에서 과목별로 유능한 강사의 동영상 강의를 신청해 집에서 주로 자기주도학습을 했다. 이과 출신이라 용어 이해와 암기 위주의 학습이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반복학습으로 숙지하며 1년 재수 끝에 합격했다.

    고용노동부 서울북부고용노동지청 소속인 최승훈(29) 기획총괄과 직업능력개발팀 실무관은 “공무원시험 전문학원 두 곳을 1년 반 가까이 다니며 유능한 강사의 강의를 두 과목, 세 과목씩 나눠 들었다”며 국가직 9급 공채시험을 준비하며 연간 1000만 원가량을 썼다”고 말했다. 최 실무관의 공부법은 이렇다.

    취업난에 응시자 급증 경쟁률 1000대 1 넘기도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는 한겨울에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강생으로 북적인다.

    “잠을 못 자면 집중이 안 돼 하루 7시간씩 자면서 매일 8시간을 공부에 집중했다. 크리스마스와 설날에도 특강을 챙겨듣고 가장 난해한 행정법의 논리와 개념은 강사가 일러준 팁을 활용해 그림을 그리며 익혔다. 그렇게 하면 보다 빨리 이해하고 오래 기억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나는 합격한다’라는 여섯 글자를 책상 앞에 붙여놓고 매일 어떤 과목을 얼마나 공부했는지 기록하는 학습 다이어리를 쓴 것이 주효했다. 매일 기록하면서 반복 학습 효과와 자신감을 높일 수 있었다.”

    이들 중 다수가 힘들었던 점으로 꼽은 ‘외로움’과 ‘부모님에 대한 걱정’은 공부에 집중하고 절실한 동기를 부여하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최 실무관은 “공부하면서 울컥할 때도 많았지만 부모님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털어놨다. 또 면접시험 합격률을 높인 비법을 묻는 질문에는 이구동성으로 ‘면접 스터디’를 꼽았다.

    면접 스터디는 같은 시험을 보는 지원자 서너 명이 팀을 이뤄 예상 질문을 묻고 답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을 말한다. 지원자는 면접 스터디를 통해 논리적인 화법을 구사하는 능력과 함께 돌발 질문에 대한 순발력과 재치를 키울 수 있다. 최 실무관은 “면접 스터디 때 응시자와 면접관으로 나눠 역할극을 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며 “면접시험을 혼자 준비하는 건 위험하니 반드시 모의면접을 경험해보라”고 조언했다.

    9급 공무원 공채시험에서는 학벌과 스펙을 따지지 않는다. 면접에서도 필기시험으로 가늠하기 힘든 사회성과 적응력, 문제해결 능력을 주로 살핀다. 특히 국가직 9급의 경우 더 그렇다. 국민을 상대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고 민원을 해결하는 것이 주된 업무이기 때문이다. 김 실무관은 면접시험에서 “학창 시절 친구들 사이에서 어떤 학생이었나? 리더였나, 아니면 끌려가는 사람이었나? 지인들과 여행을 가면 주로 어떤 역할을 하나? 등의 질문을 받았다”고 기억했다. 그는 면접관에게 이렇게 답했다. “리더면서도 다른 사람을 잘 배려하고 보듬는 사람”이라고.

    전예제 씨는 “공무원 면접도 경향이 있다”며 “요즘은 공직과 인성에 관한 질문이 주류”라고 전했다. 그는 면접에 앞서 굵직한 사건과 기사를 찾아 정리하고 자신만의 경험을 살려 답변한 것이 도움이 됐다고 한다.

    공무원 교육 절실

    9급 공무원의 1호봉 월급은 155만9000원. 연봉으로 치면 1870만 원이다. 그럼에도 수많은 2050세대가 지금도 9급 공무원이 되려고 치열하게 공부한다. 이들은 합격할 때까지 ‘올인’하는 경향이 있다. 재수, 삼수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자신과의 싸움이며 얼마나 많은 시간을 공들여 공부했는지가 당락을 결정하기에 떨어져도 웬만하면 포기하지 않는다. 학벌과 스펙이 없어도 시험 성적만으로 공정하게 평가하는 점, 공무원만 되면 정년이 보장되고 노후를 설계할 수 있다는 점이 미래가 불투명한 이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학진학률은 1980년 27%에 불과했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80%를 상회한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2011년 교육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대학 졸업자의 58%만 취업에 성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고용률은 2004년 45.2%에서 2013년 40.1%로 떨어졌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최저 수준이다. 2011년 OECD가 발표한 회원국의 청년고용률 평균치는 50.7%였으며 당시 한국은 29위를 차지했다. 안전행정부 관계자는 “취업난과 고용불안이 해소되지 않는 한 9급 공무원에 도전하는 사람 수는 줄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나라의 공무원 수는 2013년 6월까지 99만3728명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선발한 공무원 공채시험 합격자의 자리 배치가 끝나면 공무원 100만 시대에 돌입할 전망이다. 1980년에는 59만6431명이었다. 절대수치만 놓고 보면 30여 년 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양적 성장을 이룬 셈이다.

    하지만 국민에게 제공하는 공공서비스의 질도 두 배 더 나아졌을까. 이 점에 대해선 아직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 공무원시험 전문학원 강사는 이렇게 꼬집는다.

    “취업난에 많은 사람이 공무원을 희망하지만 공무원이 되려면 나라와 국민을 위해 봉사할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 국민이 세금 내는 것이 아깝지 않을 만큼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해 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청렴과 윤리, 친절과 책임감도 꼭 갖춰야 할 덕목이다. 필기와 면접 같은 형식적인 절차보다 더 중요한 것이 공무원의 자세와 올바른 가치관을 몸에 배게 하는 것이다. 공무원 자질교육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공무원 조직 내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나온다. 어느 2년차 9급 공무원의 말이 귓전을 맴돈다.

    “대학 잘 들어간다고 취업이 보장되는 시대가 아니다. 대학에 들어가서 남들이 하는 스펙 쌓기를 해봤지만 그것만으로 경쟁력을 가질 순 없었다. 대기업의 문턱은 높고, 경쟁률도 셌다. 그보다는 공무원이 내 적성과 재능을 살리기에 좋겠다고 판단했는데, 지방직을 잠깐 경험하면서 회의가 들기도 했다. 상사가 업무보다 지방 유지들의 술자리를 더 중요시했고 걸핏하면 그런 자리에 불려나가 견디기 힘들 정도였다. 국가직 공무원이 되고나서는 대국민 민원서비스가 많아 종일 눈코 뜰 새 없지만 지방직에서 황망한 경험을 한 덕에 웬만한 일에는 참고 견디는 면역력이 생겼다. 연봉은 2000만 원이 채 안 되지만 큰 불만 없다. 노후 보장과 정년 보장만큼 큰 복지 혜택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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