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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 심리학

‘안 하면 죽는다’는 불안 사회를 ‘잘하면 더 받는다’는 보상 사회로

  • 허태균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안 하면 죽는다’는 불안 사회를 ‘잘하면 더 받는다’는 보상 사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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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상 vs 예방

‘안 하면 죽는다’는 불안 사회를 ‘잘하면 더 받는다’는 보상 사회로

서울 중구의 한 헬스클럽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운동을 하는 직장인들로 붐비고 있다.

우리 교육제도는 왜 이렇게 처벌에 의존할까. 교육정책 담당자들이 무식해서? 교장선생님이 이상해서? 학생들이 흔히 생각하듯이 선생님들이 학생 괴롭히기를 즐기는 변태라서? 아니다. 바로 한국인과 한국 문화에 예방적(prevention)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심리학에서는 최근 단순히 즐거움을 추구하고 고통을 피하려는 쾌락주의를 넘어, 인간의 생각과 행동을 결정하는 새로운 동기 시스템을 밝혀냈다. 과거에는 고통을 피하는 것도 즐거움을 얻는 것과 동일하게, 즐거움을 받지 못하는 것도 고통을 받는 것과 동일하게 취급했다. 그냥 즐거움과 고통을 서로 반대쪽 끝에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사람들은 고통에서 멀리 떨어져 즐거움 쪽으로 옮겨가는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최근의 많은 연구가 즐거움을 좇는 것과 고통을 피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르며 서로 독립적이라고 제안한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해고되지 않으려면 열심히 일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승진하게 되며, 또 승진하면 해고되지 않는 현실적인 상관관계가 존재하더라도 사람들에게 승진하려는 동기와 해고되지 않으려는 동기는 기본적으로 다르다는 얘기다.

비슷한 예로 피트니스 센터에는 멋진 식스팩이나 S라인을 만들기 위해 운동을 하는 사람과 암에 걸리지 않으려고 운동하는 사람이 섞여 있다. 이들 모두 열심히 운동하고 궁극적으로 두 가지 결과를 동시에 다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두 가지 다른 목표를 추구할 때 사람은 전혀 다른 사고와 행동을 하게 된다.

이런 두 가지 심리적인 동기의 차이를 조절적 초점(regulatory focus)이라고 한다. 식스팩을 위해 운동하는 사람은 현재의 자신보다 더 나은 상태를 추구하기 때문에 향상적(promotion) 동기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반대로 암에 걸리지 않으려 운동하는 사람은 현재보다 더 나쁜 상황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으려는 예방적 동기 상태라고 볼 수 있다.



향상적이거나 예방적인 것으로 정해진 일도 있지만 세상사의 대부분은 두 가지 동기적 요소를 동시에 갖고 있어 사람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싸움이나 전투와 관련된 컴퓨터 게임에서는 적을 많이 죽여야 공격 점수가 올라간다. 동시에 적의 공격을 피해야 자신이 죽지 않는다. 이런 게임에서 어떤 사람은 자신이 죽건 말건 적 죽이는 데만 몰두하고, 반대로 어떤 이는 적을 죽일 생각은 거의 없고 자기가 죽지 않으려고 피하기에 급급하다. 전자는 향상적 동기를 강하게, 후자는 예방적 동기를 강하게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향상적 초점을 가진 사람은 더 나은 상황, 긍정적인 뭔가를 추구하다보니 보상에 더 민감하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공격적이고 위험감수형 결정을 하고, 확장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한다. 또한 뭔가를 더 해보려는 적극성,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과제에 잘 어울린다. 반대로 예방적 초점에서는 더 나쁜 상황, 부정적인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막으려다보니 소극적이고 위험회피형 결정을 하고, 축소적이고 회피적 사고를 한다. 또한 단기적이고 즉각적이면서 완결적인 과제에 효과적이다. 이런 예방적 동기가 강한 사회에서는 처벌에 더 민감하기 때문에 보상보다는 처벌을 이용한 사회적 제도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그런 제도가 만연할 수밖에 없다.

경쟁과 보상

조절적 초점 관점에서 한국인은 예방적이다. 비교문화심리학 연구를 통해 동북아 사람들은 서양 사람들에 비해 더 예방적이라고 밝혀졌다. 특히 한국 사람들이 더 예방적인 측면이 강하다. 가족 중심의 농경사회라는 정체된 소규모 집단사회는 안정적이고 그것을 유지하는 데 더 큰 가치를 부여한다. 여기에 가족, 부모, 국가에 대한 당위적 의무와 책임을 강조하는 유교적 사상은 우리의 삶을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것들과 절대 놓치면 안 되는 것들로 가득 차게 만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뭐 하면 더 줄게’보다는 ‘안 하면 죽는다’가 더 가슴에 와 닿는 사회에 살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 사회는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경쟁과 보상(특히 인센티브)의 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진행 중인 이러한 변화에 대해 한국인 대부분은 너무나 불편해했고, 아직도 많은 사람은 거부한다.

현대사회에서 직장인의 행동을 통제하는 가장 큰 보상체계는 누가 뭐래도 연봉일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최근 대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임원 연봉이 너무 높다고 비난하는 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에는 5억 원이 넘는 연봉을 받는 임원을 공개하는 관련 법까지 제정됐다.

하지만 우리 대기업 CEO의 연봉은 경쟁관계에 있는 외국 글로벌 기업 CEO의 연봉에 비해 그리 높지 않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사내이사 평균 연봉이 52억 원(2012년말 기준)이라는 뉴스에 많은 사람이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지만, 경쟁사인 애플의 CEO는 매년 398억 원을 받고 있다. 심지어 10년 동안 그 연봉이 보장돼 있다고 한다. 한편으로 우리는 야구선수 추신수가 외국에서 197억 원의 연봉을 받는 것에는 열광한다. 삼성전자 사장이 추신수보다 더 적게 받아야 하는 이유는 뭘까.

미국이나 서구 선진국 기업이 직원을 더 열심히 일하게 하는 방법은 인센티브 제도다. 하루에 10시간 일하는 사람에게 11시간을 일하게 할 때에 비해, 15시간을 일하는 사람에게 16시간을 일하게 하기 위해서는 똑같이 1시간분의 일당을 더 줘서는 안 된다. 보통 몇 배는 더 줘야 된다. 같은 원리로 최고의 노력과 능력이 필요한 직장과 자리에 대해서는 극단적인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한다는 논리가 받아들여진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보상을 통해 천재성과 창의성을 최대로 이끌어내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일에만 매달리는 헌신적인 근로자를 만들려 한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어떨까. 그런 극단적인 보상 자체가 옳지 않다고 본다. 엄청난 인센티브가 아니더라도 누군가 뭔가를 더 받고 덜 받는 시스템 자체를 불편해 한다. 경쟁과 보상체계를 도입하겠다며 대학에서 대학원생 두 명에게 등록금의 절반씩 장학금을 제공하다가 경쟁을 통해 더 나은 한 학생에게 전액 장학금을 수여하는 방식으로 바꾸면, 두 사람이 합의 하에 한 명이 받아서 둘이 나눠 가진다는 코미디 같은 얘기가 현실이다. 웬만한 상은 골고루 돌아가면서 받고, 조직의 회장 자리는 나이순으로 돌아가면서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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