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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의 ‘헛발질 애국’

독일 기업 품에 안기며 ‘反日’ 연합군 자처해서야

  • 나원식 비즈니스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배달의민족의 ‘헛발질 애국’

  • ● 우리가 어떤 민족? ‘게르만 민족’
    ● ‘배달 앱 시장 초기 단계’ 논리로 독점 논란 피하려 해
    ● “배민·요기요 합병으로 반값 할인 등 사라질 것”
    ● 느닷없는 쿠팡 저격, 반일 감정 기대려는 전략
배달의민족의 ‘헛발질 애국’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지난 2014년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내놓은 광고 문구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배달의 민족’이었다. 배우 류승룡의 출연과 함께 창의적 발상으로 눈길을 끈 이 광고는 배민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런데 5년 뒤인 2019년, 이 광고는 되레 우아한형제들의 발목을 잡는 걸림돌이 되고 만다. 우아한형제들이 지난해 12월 독일 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이하 DH)에 인수됐기 때문이다. 

‘민족’을 강조한 광고는 일종의 애국 마케팅이다. 과거라면 ‘토종 기업’이던 배민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하는 기능을 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역설적 문구로 탈바꿈했다. 우리가 어떤 민족이냐고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은 ‘게르만 민족’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이번 인수는 다양한 면에서 이슈가 됐다. 먼저 우아한형제들의 기업 가치가 어마어마하게 책정됐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독일 배달 서비스 업체 DH는 우아한형제들의 전체 기업 가치를 40억 달러(약 4조7500억 원)로 책정했다. DH는 우선 우아한형제들의 지분 87%를 인수한다. 이에 더해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를 비롯한 일부 경영진이 보유한 13%를 추후 DH 본사 지분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김 대표와 경영진이 DH의 주주가 된다는 의미다.


G마켓과 옥션 합병 승인 전례 따를 듯

4조7500억 원은 지난해 말 HDC현대산업개발에 인수된 아시아나항공의 매각가 2조5000억 원의 두 배에 가까운 규모다. 게다가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31.05%의 가치는 3200억 원에 불과했다. 나머지 2조2000억 원가량은 경영 정상화에 투입된다. 이를 고려하면 배민의 기업 가치는 아시아나(약 1조 원)의 5배에 달한다고 볼 여지도 있다. 



DH라는 기업 이름 자체는 생소하지만 이 업체가 운영하는 서비스는 국내 소비자에게 익숙하다. DH는 국내에서 요기요와 배달통을 함께 운영한다. 지난해 기준 국내 배달 앱 시장점유율은 배민 55%, 요기요 33%, 배달통 10% 수준으로 집계됐다. DH가 배민을 인수함으로써 국내 배달 앱 시장을 100% 가까이 점유하게 된 셈이다. 

당연히 DH의 독과점 이슈가 불거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말 요기요와 배민의 기업결합 관련 신고서를 접수했다. 통상 기업결합 심사 기간은 신고일로부터 30일이지만, 필요한 경우 90일 내에서 추가 연장이 가능하다. 이번 사안이 그리 단순치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이번 인수 건을 발표하면서 통계치 하나를 첨부했다. 농촌경제연구소가 2018년 전국 식품 소비 행태를 조사한 결과,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사람의 86.8%가 전화 주문에 의존한 반면 모바일 앱을 이용한 사람은 6.4%에 불과하다는 내용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이 결과를 내놓으며 배달 앱 시장이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음을 강조했다. 

우아한형제들이 이런 통계를 언급한 까닭은 DH가 배민을 인수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다. 국내는 물론 아시아 시장을 더 키울 여지가 크기 때문에 DH와 손잡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우아한형제들이 독점 논란을 피하기 위해 이런 통계치를 언급했다는 의견도 있다. 배달 앱 시장만 놓고 보면 사실상 100% 독점으로 볼 수 있지만, 전체 배달 음식 시장을 보면 6.4%를 점유한 것에 불과하다는 논리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전례가 있다. 공정위는 지난 2011년 오픈마켓 1, 2위이던 G마켓과 옥션의 합병을 승인했다. 당시 G마켓과 옥션의 점유율을 합하면 오픈마켓 시장의 90%에 육박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오픈마켓만 보면 점유율이 높지만 이커머스 시장 전체를 보면 경쟁 제한 우려가 크지 않다는 취지로 승인했다.


“중개 수수료 안 올려도 마케팅비 줄일 것”

소상공인연합회가 2019년 12월 2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배달의민족’과 독일 기업 ‘딜리버리히어로’의 기업결합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엄정한 심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 제공]

소상공인연합회가 2019년 12월 2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배달의민족’과 독일 기업 ‘딜리버리히어로’의 기업결합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엄정한 심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 제공]

배민과 요기요의 합병을 강하게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배달 앱 서비스를 이용하는 자영업자들의 반대가 거세다. 자영업자들이 내는 중개 수수료가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 때문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해 12월 2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들 기업결합은 소상공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고 소비자 선택을 저해할 가능성이 높아 이에 대한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힌다”라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우아한형제들 측은 중개 수수료 인상은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부사장은 직원 간담회를 통해 “DH와의 M&A로 인한 중개 수수료 인상은 있을 수 없고 실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중개 수수료를 올리지 않더라도 할인 쿠폰 등의 마케팅비를 줄일 가능성은 크다는 지적이 많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그간 반값 할인이나 쿠폰 이벤트 등으로 치열하게 경쟁해 오던 두 업체가 한 회사가 되는데 더는 불필요한 출혈을 할 까닭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까지는 인수 건 자체로 제기될 수 있는, 어떤 면에서는 자연스레 발생할 수 있는 문제다. 그러나 DH와 배민 측은 여기에 더해 스스로 논란을 키웠다. 먼저 이번 인수 건을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해석해 발표했다는 점이 논란이다. 

우아한형제들이 이번 인수 건을 발표하면서 언론사에 제공한 보도자료의 제목은 ‘국내 1위 배달의민족, 세계 1위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와 손잡고 아시아 시장 석권 나선다’였다. 마치 두 기업이 동등한 위치에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것만 같다. 

그러나 보도자료를 더 살펴보면 사실 가장 중요한 내용은 DH가 우아한형제들 지분 전부를 사들였다는 점이었다. 우아한형제들이 DH의 100% 자회사가 된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우아한형제들이 내놓은 보도자료의 제목은 어색해진다. ‘자회사가 모기업과 손을 잡고 아시아 시장 석권에 나선다’라는 표현은 아무래도 이상해서다. 

통상 이럴 때는 ‘DH가 (배달의민족을 인수해) 아시아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한다’라고 표현하는 게 자연스럽다. 

물론 우아한형제들이 이런 식으로 보도자료를 낸 이유가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김 대표를 비롯한 자사 경영진이 딜리버리히어로와 함께 싱가포르에 50대 50의 지분으로 조인트벤처 ‘우아DH아시아’를 설립했다는 점을 가장 앞에 내세웠다. 특히 김 대표는 이 신설 법인의 회장을 맡아 사업 전반을 총괄하고, 향후 아시아 시장 배달 앱 서비스에 ‘배달의민족’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아한형제들은 이를 강조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라는 표현을 쓴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DH에 인수된 게 아니라 양측이 ‘파트너’가 된 모양새라는 주장을 하려는 뉘앙스다.


쿠팡에 맞서려 연합군 결성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이제 DH의 주주이자 주요 경영진 중 한 사람일 뿐이다. 아무리 그에게 힘이 실린다고 하더라도 ‘우아DH아시아’라는 법인을 만든 건 DH라는 그룹 내부에서 벌어진 일일 뿐이다. DH가 우아한형제들이라는 별도의 기업과 동등한 파트너로 손잡은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보도자료에는 DH가 독일 증시 상장사이기 때문에 이번 딜로 우아한형제들이 프랑크푸르트 증시에 상장한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 표현을 두고도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피인수 기업이 상장 기업에 인수됐다고 해서 ‘상장한 효과를 누렸다’라고 표현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우아한형제들이라는 법인은 상장사의 자회사가 될 뿐이다. 앞으로도 투자자들은 우아한형제들이 아니라 DH그룹 전체를 보고 투자한다. 

이런 보도자료가 발표되니 시중에서는 온갖 해석이 쏟아졌다. 보도자료에 포함된 문구를 인용해 ‘글로벌 연합군’이 탄생했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고, 매각이 아니라 합병에 가깝다고 보는 이들도 있었다. 특히 김 대표의 경우 DH 경영진 가운데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게 됐고 아시아 시장을 총괄하는 자리까지 맡았으니 결국 DH를 ‘접수’할 수도 있다는 해석까지 나왔다. 물론 이런 희망 섞인 해석들은 과장된 면이 많다. 

우아한형제들이 보도자료에서 느닷없이 C사를 ‘저격’한 것도 많은 이의 입길에 올랐다. 우아한형제들은 “일본계 자본을 업은 C사의 경우 각종 온라인 시장을 파괴하는 역할을 많이 해왔다”라며 “국내외 거대 자본의 공격이 지속될 경우 자금력이 풍부하지 않은 토종 앱은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위기감이 글로벌 연합군 결성의 형태로 나타난 것”이라고 했다. 

C사는 쿠팡을 지칭한다. 쿠팡의 최대주주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비전펀드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쿠팡을 ‘일본계’라고 저격한 셈이다. 

그러나 쿠팡을 일본계라고 칭해야 한다면 배민은 아프리카계로 칭해야 한다. DH가 독일에서 탄생한 기업이기는 하지만 현재 최대주주는 내스퍼스라는 남아프리카공화국 기업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배민을 굳이 글로벌 연합군이라고 표현한다면 쿠팡도 ‘글로벌 연합군’으로 볼 수 있다. 쿠팡도 국내에서 영업을 시작했다가 손정의 회장과 소프트뱅크비전펀드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고, 이를 통해 최대주주 자리도 넘겨줬다는 점에서 배민과 크게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아한형제들이 굳이 쿠팡을 일본계라고 저격한 까닭은 국내 기업을 외국계 자본에 넘겼다는 비판을 ‘반일 감정’에 기대 미리 차단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DH의 최대주주인 내스퍼스의 경우 ‘아프리카의 소프트뱅크’로 불리는 기업이다. 내스퍼스는 텐센트 창업 초기에 투자한 큰손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 기업은 비전펀드가 투자하는 곳의 경쟁사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내스퍼스 ‘진영’의 DH가 소프트뱅크 ‘진영’의 쿠팡을 의식해 저격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있을 정도다.


배민이 풀어야 할 숙제

김 대표는 M&A 배경에 대해 “한국서 출발한 스타트업을 국내 1위로 키운 뒤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느냐의 갈림길에서 일어난 딜”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이번 결정은 해외 자금을 유치해 배민의 브랜드를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경영권에 집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좋은 선례를 남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자금을 끌어들였다고 해서 쿠팡을 욕할 이유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아한형제들 역시 비판받을 이유가 없다. 

그러나 이처럼 긍정적인 일을 발표하면서 논란을 자초했다는 점은 오점으로 남게 됐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창업자가 경영권에 집착하다가 기업을 제대로 키워내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김 대표의 결단은 모범적으로 볼 수 있다”며 “다만 스스로 초래한 국적 논란이나 수수료 인상 우려는 앞으로 DH와 배민이 풀어야 할 숙제”라고 지적했다.

'신동아 2월호'




신동아 2020년 2월호

나원식 비즈니스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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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Opinion Leader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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