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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한국경제 간판 CEO 열전|삼성에버랜드 허태학 사장

세계 최고 테마파크 꿈꾸는 서비스업계 ‘터줏대감’

  • 장인석·CEO전문리포터 jis1029@hanmail.net

세계 최고 테마파크 꿈꾸는 서비스업계 ‘터줏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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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파크를 소개하는 외국 매거진에 이름도 올리지 못했던 삼성에버랜드는 현재 세계 6위의 테마파크로 성장했다. 1위는 동경디즈니랜드이며 5위까지 디즈니랜드가 차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디즈니랜드 다음의 테마파크인 셈.

그러나 이런 하드웨어적 요소보다는 소프트웨어적 요소의 변화가 허태학 사장의 경영능력을 더 잘 보여준다. 고객만족 경영과 환경·안전·위생·디자인 경영을 부르짖으며 사원들을 독려한 결과 고객만족 부문에서는 국내평가기관으로부터 5년 연속 상을 받았다.

“우리는 무한정 문을 열어놓고 아무나 오기를 기다리는 사업이므로 환경 안전이 매우 중요합니다. 때문에 법규가 정하는 이상으로 해야 됩니다. 또 보여주는 비즈니스이므로 디자인도 특별해야지요. 직원들의 복장과 용모를 변화시키는 데 한 3년 걸렸습니다. 제가 부임하고 나서 한때 용인 땅에 무스가 동이 났을 정도니까요. 하하….”

그 결과 대만 디스커버리월드로부터 200만달러를 받고 테마파크 운영컨설팅을 따내는 감격도 누렸다. 대만 디스커버리월드 측은 처음에는 동경디즈니랜드와 접촉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에버랜드를 둘러보고 컨셉트가 동경디즈니랜드보다 낫다고 판단, 계획을 긴급 수정한 것.

“대만 측 실무자들이 파크의 구성과 친절도에서 에버랜드가 일본보다 더 뛰어나다고 평가했어요. 동경디즈니랜드에는 동물원이 없고 사계절 꽃축제라든가 워터파크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보다는 어떻게 그런 친절이 가능하냐는 말을 들은 게 더 기뻤습니다. 그래서 서비스아카데미를 보여줬죠.”



그는 삼성에버랜드와 서비스아카데미 외에 빌딩엔지니어링사업과 환경개발사업, 전문급식·식자재유통, 골프장사업 등도 펼치고 있다. 각 사업부가 모두 국내 톱을 달리고 있는 것도 그의 자랑거리. 이중 전문급식·식자재유통사업은 삼성에버랜드의 전체 매출액 7300여 억원 중에서 3000억원을 차지할 정도로 매머드급이다.

ROTC장교를 마치고 첫직장으로 삼성그룹에 입사해 서비스업종에 배치됐을 때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고 한다. 가족들, 특히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반대가 심했다. 1960년대 후반만 해도 서비스업은 경시되던 시절이었고 특히 호텔은 부정적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경남 고성의 유가(儒家) 가정에서 장손으로 자랐어요. 특히 조부님은 한학에 조예가 깊으셨고 돌아가실 때까지 상투를 틀고 지내셨지요. 조부님은 제가 부친처럼 문하생이 되기를 바랐어요. 그래서 학교도 안 보내려고 해 그 지방을 떠나지 않는 조건으로 간신히 진주 경상대에서 농림학을 전공했지요. 봉제사 접빈객, 평생 제사를 받들고 손님 접대하는 것을 나의 본분으로 해야 가문이 영속된다고 믿으셨지요. 제 부친은 지금도 한복만 입고 지내십니다.”

그러나 집안의 아저씨뻘들이 “삼성은 뭐라도 다를 것”이라며 “서비스업이라 해도 열심히 해보면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며 원군으로 나서 겨우 조부의 허락을 받았다. 기획실에서 3년간 근무하던 그가 ‘드라이브 허’라는 별명을 얻게된 계기는 1973년의 호텔사업부 신설. 그는 1972년부터 호텔프로젝트팀에 스카우트돼 호텔업이라는 신규사업에 몸담게 됐다.

“이병철 회장님이 일본 호텔 오쿠라를 배우라고 지시했지요. 그 호텔은 당시 세계에서 서비스를 가장 잘하는 호텔로 유명했습니다.”

그가 추진한 신규사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영업담당 이사 시절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 선수촌과 기자촌 식당의 운영권을 따낸 것.

“86아시안게임이 열리기 전 정부에서는 우리나라 기업은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레짐작하고 매리어트 등 세계적인 캐터링업체와 접촉을 시도하고 있었어요. 그 정보를 듣고 제가 우리 기업도 할 수 있다고 강력히 주장했습니다. 불안하면 컨소시엄을 구성할 용의도 있으니 외화를 낭비하지 말자고 건의했죠.”

롯데, 프라자호텔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식당을 성공적으로 운영하자 88올림픽 때는 외국업체와 하겠다는 얘기가 일절 없었다. 그는 롯데와 함께 올림픽의 ‘푸드 서플라이’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호텔에 면세점 사업을 시작한 것도 그가 최초였고, 제주신라는 신규사업 기획부터 건설과 조기 정착까지를 해냈다. 면세점 사업은 6개월 만에 상위업체의 시장점유율을 빼앗을 정도로 급속히 발전시켰고, 제주신라는 1년 만에 객실 가동률 90%로 업계 1위를 달성했다.

“제주신라를 선진형 시스템으로 구축한 것이 저의 보람입니다. 서울신라도 제주신라를 벤치마킹했을 정도니까요. 서울신라의 경우 레스토랑이나 바가 층층이 흩어져 있어요. 그렇게 되면 주방과 홀에 물품을 공급하기 위해 구매동선을 여러 개 연결해야 합니다.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고, 인력과 시간의 손실도 많습니다. 제주신라는 식당을 3층에한데 모으고 3개만 만들었습니다. 레스토랑은 수익률이 그리 높지 않은 사업이거든요.”

“로컬 레벨은 성에 안찬다”

제주도라는 지역 특성상 성수기와 비수기의 매출 차이가 커 인사시스템을 새롭게 한 것도 허태학 사장의 경영능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는 주중과 주말에 따라 고객의 수에 차이가 큰 것을 감안, 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정규직을 가급적 줄이고 비정규직을 여유있게 확보하는 전략을 세웠다. 조직도 호텔업에 맞게 ‘콤팩트’하게 운영했다.

“호텔은 대개 상무이사가 총지배인을 맡는데, 그 밑에 이사 둘, 이사 밑에 부장 3∼4명을 둡니다. 관리부장이 이런 형식적인 조직도를 갖고 왔지만 위인설관(爲人設官)형으로는 조직안정이 어렵다고 판단돼 임원 둘을 빼고 8개 부서를 3개 부서로 통합했습니다. 440명을 300명 이하로 줄이고 나머지는 아웃소싱을 했지요. 거기서 절감되는 비용으로 직원들 복리 후생비를 늘렸더니 반응이 좋았어요.”

허사장은 신규사업 추진이 성취감도 크고 일하는 재미도 있지만 어렵고 스트레스도 많이 쌓인다고 털어놓는다. 신규사업팀을 구성하면 타부서에서 사람을 데려와야 하는데 1급 인력은 주지 않고 2급이나 3급 사원을 보낸다는 것. 이런 인력을 정예요원으로 만드는 용해과정이 가장 어려웠다는 그는 목욕탕 스킨십으로 조직의 단결을 이끌어왔다고 설명한다.

“팀 파워를 형성하는 것이 급선무니까요. 한 달에 한 번 일요일에 함께 등산을 했습니다. 땀 흘린 뒤에 공중목욕탕에서 함께 벌거벗고 목욕하면 아주 친해집니다. 그리고 소주 한잔 마시며 이 프로젝트를 성공하지 못하면 조직에 짐이 되고 누가 된다, 바보같은 조직원이 되지 말자고 부르짖었습니다.”

그는 삼성에버랜드에 온 이후 해마다 신년 해맞이를 간부들과 함께 관악산에서 한다. 등산 후 목욕하고 술을 마시며 단합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예전이나 똑같다.

그와 일하는 직원들은 ‘드라이브 허’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항상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추진하기 때문에 일이 힘들다고 털어놓는다. 하지만 일 이외의 문제에는 간섭하지 않고 인간적인 정도 많아 인기는 좋은 편이라고 한다. 직원들과 이메일 커뮤니케이션을 즐기고 서류결재를 없앨 정도로 생각이 깨어있는 경영인인 그는 오고가는 시간을 단축해서 그 시간을 고객 만족에 할애하는 철저한 서비스맨이다.

허사장은 5년 후배와 뜻이 잘 맞아 옮겨다닐 때마다 그를 중용했다고 한다. 허사장이 매번 신규프로젝트를 추진했으니 그 후배의 일 부담이 얼마나 컸을지는 짐작이 간다. 삼성에버랜드에 와서도 그 후배와 함께 많은 일을 추진했는데, 후배가 몇 년 전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한 직원의 회고.

“장례식장에서 선 채로 한 30분을 엉엉 소리내 흐느껴 울어 보는 직원들까지 눈물을 흘렸습니다. 나중에 사장님한테 들은 얘긴데 그 후배를 고생만 시킨 것 같아 가장 마음에 걸렸다고 하시더군요.”

그는 일 하지 않고 성과창출이 없는 직원은 솎아내야 한다는 철칙을 갖고 있다. 아무리 서비스업종이라도 선택과 집중으로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면 CEO로서의 능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로컬레벨을 가장 싫어한다는 그는 60억 세계 인구의 공감대와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창조는 도전정신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스스로 워커홀릭을 자처하며 끊임없이 도전할 수 있는 일거리를 찾고 있다.

세계적 서비스전문 CEO가 꿈

1998년 지식경영을 도입한 허사장은 전직원의 지식인화에 성공, 2년 연속 지식경영상을 받았고, 지난해는 6시그마경영을 도입했다. 세계적으로 서비스기업이 6시그마경영을 도입한 예가 없다고 하는데, 이의 결과로 재무성과가 좋아져 지난해 15억원, 2001년 상반기 45억원, 하반기 90억원의 비용절감을 기록했다고 한다.

‘물은 고이면 반드시 썩는다’고 확신하는 허사장은 현재까지 68회의 해외출장을 다니며 한번도 자신만의 시간을 가져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최고의 리조트와 테마파크, 휴양지를 다니며 벤치마킹하는 것이 그의 주요 일과. 그는 다녀본 곳 중에서 엄청난 자본을 투자한 플로리다의 월트디즈니를 최고의 리조트로 꼽는다. 샌프란시스코 부근의 페블비치와 하와이의 나나이 아일랜드에서도 감명을 받았다. 또 골프장은 역시 스코틀랜드가 최고라고 소개한다.

그에게 당장 닥친 일은 삼성에버랜드를 체재형 테마파크로 만드는 것. 1박2일과 2박3일의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콘도와 호텔을 설계중이다. 내년에 착공 예정인데, 이 또한 최고의 시설로 만들겠다고 다짐한다.

삼성에버랜드의 CEO로서 8년째 장수하고 있는 그는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았다고 말한다. “서비스맨으로 일관해 지겨울 때도 됐지 않았냐”는 질문에 “이제 와서 방향 선회하는 것이 어려울 것 같다”며 “한국의 CEO로서 서비스 부문에도 특성화·전문화된 월드클래스급이 한 명 정도는 있어야 되지 않겠냐”고 반문한다.

그는 2001년 9월 세계관광의 날 기념식에서 서비스 향상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하지만 그는 진정한 상은 60억 인구 모두가 삼성에버랜드, 나아가 한국의 서비스를 인정해줄 때 받을 수 있다고 수상의 기쁨을 유보했다.

허태학 사장이 전파하는 서비스 정신이란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습관화하고 인격화하는 것. 그의 서비스 정신이 이대로 계속 퍼져나간다면 한국이 문화선진국으로 우뚝 설 날도 멀지 않을 것이다.



신동아 2002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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