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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광산개발 나선 광진공

“경의선 화차, 흑연으로 채운다”

  • 글: 이정훈 동아일보 주간동아 차장 hoon@donga.com

北 광산개발 나선 광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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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탈룸이 중요한 광물이고 당시는 남북 화해 분위기가 고조되었던 때라 박문수 사장은 지체하지 않고 북한의 민경련과 탄탈룸 광산 개발에 관한 합의서를 교환했다. 그 직후(2001년 8월27일) 광진공 사장이 공군참모총장을 지낸 박춘택씨로 교체됐는데 박사장도 북한 진출에 관심이 많았다.

박사장은 러시아의 한 연구소에게 이 광산의 경제성 여부를 검토하게 했다. 러시아 연구소는 지난 6월 조사를 완료하고 0.01%의 저품위 탄탈룸이 2000여t 매장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했다. 저품위라면 채굴한 탄탈룸 광석의 가격은 낮아질 수밖에 없지만 가채량이 많아 경제성은 있다고 판단해준 것이다.

이념에는 남과 북이 있지만 광물에는 남북이 없다. 오직 가격만 있을 뿐인데, 가격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경제원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광진공측은 이렇게 광물을 매개로 남북이 만나고 합리적으로 이해를 조성하면 마음이 열리고 서로의 이념도 이해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길 것이라 기대한다.

광진공은 가격만 맞으면 압동의 탄탈룸 광산을 개발한다는 생각인데 올 연말쯤 민경련과 가격 문제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합의가 이뤄지면 한국의 성남전자와 북한의 삼천리총회사가 공동투자해 본격적인 채굴에 들어간다.

이렇게 탄탈룸이라는 돌을 놓고 논의를 거듭하고 있을 때 북한의 민경련은 광진공측에게 황해남도 정촌에 있는 인상흑연광산을 공동개발해보자고 제의해 왔다. 인상흑연은 전극이나 내화재 등에 쓰이는 것으로, 국내 소요량의 99%(9696t, 428만달러어치)를 수입하고 있다. 정촌광산은 1995년 인상흑연 채굴에 들어가 매년 300여t을 생산했으나, 북한의 어려운 경제 사정 때문에 채굴이 중단됐다고 한다.



정촌은 개성과 해주 중간쯤에 있어 경의선이 완공되면 채굴한 흑연을 바로 화차에 실을 수 있다. 때문에 박춘택 사장은 협의를 서둘러 지난 7월17일 금강산에서 북한 삼천리총회사의 최현구 총사장과 50대50의 비율로 투자한다는 서류에 서명하였다.

광진공은 현물로 투자하고 현물로 이익을 가져가기로 했다. 즉 50%의 출자금에 해당하는 65억5400만원은 채굴장비로 투자한다. 그리하여 이 광산에서 채굴량이 늘어나면 15년 동안 매년 1830t의 흑연을 가져가는 것으로 투자금을 회수하기로 삼천리총회사측과 합의한 것. 장비와 광물을 맞바꾸는 교류가 시작된 것인데 광진공의 박춘택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금강산 부근에서는 한국의 TV 방송이 모두 잡힌다. 삼천리총회사와 우여곡절 끝에 합작계약서 체결에 성공했는데, 계약을 체결한 7월17일 저녁 TV로 한국 뉴스를 보면서 깜짝 놀랐다. 휴전선에서 남북한 군이 총격전을 벌였다는 게 아닌가. 공군총장 출신인 나로서는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지난해 10월 북한이 핵개발 프로그램이 있다고 밝힌 후 남북 교류가 크게 위축되었는데 이를 복원해야 한다는 생각, 국가 안보에 대한 생각 등등…. 한 쪽에서는 대결을 하더라도 다른 쪽에서는 교류를 확대해나가야 하는 것이 우리의 운명인 것 같다.”

광진공은 늦어도 내년 초 정촌의 인상흑연광 채굴을 위한 착공식을 가질 예정이다. 그리고 함남 단천에 있는 마그네사이트 광산을 비롯한 여타 광산에 대한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광업은 사양 산업이 아니다”

박춘택 사장은 “광업은 사양 산업이 아니라 주요전략산업”임을 강조했다. 전자산업 등 첨단소재산업의 원료뿐만 아니라 기계, 건설 등 굴뚝산업에도 필요한 산업이라는 것이다.

“농업은 중요성을 인정해주는 국민이 있다. 하지만 광업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여주는 국민이 거의 없는 것 같다. 현대 산업사회가 무엇으로 이룩되었는가. 철로 대표되는 광물로 이뤄진 것 아닌가. 광물자원이 없다면 수많은 건물과 구조물이 생겨날 수 있었겠는가. 그래서 철기시대라는 시대 구분도 나온 것이다. 광업은, 국가의 생존권이 걸린 산업이다.”

자원 확보는 국가 생존권이 걸린 영역이다. 제2차 세계대전도 따지고 보면 자원 쟁탈 문제로 일어났다. 독일은 석유가 생산되는 흑해지역으로 진출하기 위해 유럽전쟁을 일으켰고, 일본은 자원의 보고인 인도네시아를 장악하기 위해 태평양전쟁을 일으켰다. 독일과 일본의 이러한 진출에 대해 미국과 영국·소련·프랑스가 반대했기 때문에, 세계는 연합국과 주축국으로 갈려 거대한 전쟁에 돌입했던 것이다.

현재 국내 광업은 시멘트를 만드는 석회석 광산과 고령토 규석 납 등을 생산하는 광산을 제외하면 전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이유로 필요한 광물의 87%를 수입해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인데, 한국으로서는 필요한 광물을 제때에 제공해줄 수 있는 공급처를 확보하는 것이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물론 상당량의 광물은 돈을 주고 사와야겠지만, 가능하다면 직접 개발해 채굴권을 확보하는 게(해외개발) 훨씬 경제성이 높다. 해외개발은 광업권을 확보한 기간 동안은 한국 광산과 다를 바 없는지라 안정적인 수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성 있는 광물을 찾아내는 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혹시나’ 하고 팠다가 ‘역시나’로 끝나, 거액을 날리기 십상이다. 실제로 광진공은 18개 해외개발 사업에 도전했다가 ‘역시나’ 하며 물러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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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정훈 동아일보 주간동아 차장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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