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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5위’ 기업 삼성전자 대해부

삼고초려는 기본, 인재 확보 위해 회사 전용기로 미국행도

  • 글: 이심기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기자 sglee@hankyung.com

‘세계 5위’ 기업 삼성전자 대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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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비전이 없다고 판단된 소규모 가전제품과 무선호출기 등 34개 사업 52개 품목이 정비됐고 서비스 물류 등 42개 저부가가치 사업은 분사 형식으로 떨어져나갔다.해외법인 12개가 정리되고 8만5000명에 달하던 인원은 1999년 말까지 5만4000명으로 줄었다.반도체 사업의 모태가 됐던 부천공장의 전력용 반도체 사업도 페어차일드사에 팔렸다.이건희 회장이 사재를 털어가며 만든 공장이었다.

이후 삼성전자에는 상시구조조정 체제라는 표현이 자리잡았다.수익을 내지 못하는 사업,장기비전이 없는 사업은 언제든지 도려내는 방식이다.지금 삼성전자의 팀장급 임원중 외환위기 이전부터 근무를 하고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은 삼성전자가 전 세계 어느 전자업체도 갖추지 못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는 기반이 됐다.이른바 삼각편대라고 불리는 반도체 통신 디지털미디어의 사업축이 IT업계의 장기불황에도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하는 기반이 된 것.주력품목의 다각화 전략이다.

반도체 부문의 의존도를 낮추면서 휴대폰과 같은 새로운 수익원(cash cow)이 탄생했고 액정표시장치(LCD),디지털TV 등으로 수익이 분산됐다.반도체내에서도 주력 품목을 다각화하면서 끊임없는 진화를 계속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실적에서는 플래시메모리가 반도체 분야의 매출 비중에서 37%를 차지하면서 영업이익도 품목 중 최고를 기록, 그동안 반도체의 맹주 자리를 지켰던 D램을 밀어냈다.LCD 역시 지난해 3분기에 비해 매출이 42%나 증가하면서 반도체·휴대전화와 어깨를 나란히했다.



게다가 각 사업은 단순히 경기사이클의 영향을 완충시키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휴대전화가 단기간내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디스플레이 컨트롤칩 등의 비메모리와 플래시메모리,S램 등과 같은 반도체 기술을 자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DVD플레이어와 디지털TV 역시 자체 개발,생산한 칩을 장착하고 있다.

우리증권 최석포 선임연구위원은 “반도체 통신 가전 컴퓨터 디스플레이 등을 모두 구비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디지털제품이 융합되는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디지털 융합의 표본

이 같은 각 사업부문간 경쟁과 협조를 통한 시너지 효과는 인재 육성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를 통해 가능했다.서울대를 능가하는 한국 최대의 인력풀(pool)로 불리는 삼성전자에는 박사급 인력만도 1500명이 넘는다.생산기능직을 제외한 25%가 석사학위 이상 소지자며 이 숫자는 매년 100명씩 증가하고 있다.

삼성은 핵심직원들을 S(Super)급과 H(High Potential)급으로 분류,별도 관리하고 해외채용팀은 핵심인력 유치를 위해 전세계를 돌며 스카우트 대상을 물색하고 있다.천재급 인재 1명을 데려오기 위해 전용기를 띄우고 윤종용 부회장에서부터 사장단까지 총출동한다.삼고초려(三顧草廬)는 기본.실제로 삼성전자 김인수 인사팀장은 8개월간 공을 들인 인재 한 명을 데려오기 위해 2003년 9월 회사 전용기를 타고 미국 출장길에 오르기도 했다.삼성은 연말 사장단 업적 평가에서 계열사별 핵심인력 확보 달성률을 평가해 반영하고 있다.삼성계열사 인사팀장의 양복 안주머니에는 핵심인력 목표와 현황을 적은 보고서가 항상 준비돼 있다.

뿐만 아니라 인사팀은 우수인력의 유지를 위한 조직관리 시스템을 갖추는 데도 열성적이다.전 사업부문에 걸친 직무분석을 통해 부가가치가 높은 업무 위주로 조직을 재편성해 1인당 부가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삼성전자가 국내외 연수와 해외지역전문가 프로그램 등에 투자하는 비용만 연간 500억원이 넘는다.

삼성은 기술등급을 기초 첨단 핵심 미래 등 4가지로 분류,각 단계에 맞는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한다.연간 200여명이 넘는 인력이 해외 유명 연구소에서 미래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한 프로젝트 교육에 투입된다.이들이 5~10년 후 삼성전자를 먹여살릴 기술적 토양을 일구는 일익을 담당하게 된다.

지적재산권을 최고의 기업자산으로 간주하는 삼성전자에서는 전체 임직원의 30%가 넘는 1만7000여명이 R&D 인력이다.미국 일본 영국 인도 러시아 등지에도 해외 R&D센터를 두고 있다.매년 2조원 이상,매출의 8% 가량을 R&D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한 마디로 엔지니어의 천국이다.

삼성전자에 대박을 안겨준 애니콜의 신화도 R&D에 대한 집중적이고 지속적인 투자의 결실이다.1988년 휴대전화 개발을 시작했지만 애니콜이 탄생한 것은 그후 7년이 지난 1994년이었다. 그나마 품질 확보가 제대로 안 돼 이듬해인 1995년 3월에는 시중에 나간 제품을 완전 회수해 태워버리는 ‘화형식’을 거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당시 연기와 함께 사라져버린 휴대전화만 해도 500억원어치가 넘는다.

통신사업부 엔지니어들 중에 유독 15년차 이상 고참들이 많은 것도 10년 후를 내다보는 삼성의 R&D 문화를 반영하고 있다.매달 한 번 열리는 전사 최고기술경영자(CTO)회의에서 논의되는 내용도 3~4년 후,멀게는 10년 이후 사업화될 기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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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심기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기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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