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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사’박경철의 증시 뒷담화 ⑨

경기순환론 믿다 쪽박 차지 말고 군중 심리 읽는 법부터 배워라!

  • 박경철 의사, 안동신세계병원장 donodonsu@naver.com

경기순환론 믿다 쪽박 차지 말고 군중 심리 읽는 법부터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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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A국과 B국, 두 강대국이 있다고 가정할 때, 이 둘 사이에 공해상의 섬을 두고 분쟁이 일어나서 A국이 먼저 섬에 대해 공격을 감행하면 A는 섬의 가치인 1만큼의 이득을 얻고, B는 1만큼의 손실을 입는다. 하지만 B가 이에 대해 보복공격을 할 경우에는 전면전으로 확대돼 두 나라가 같이 10의 손실을 입게 된다. 합리적인 관점에서 보면 둘 중 하나가 선제공격을 했을 때 공격을 당한 쪽이 반격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어느 쪽이건 상대가 반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공격을 감행한다. 둘은 서로 상대가 반격할 것인지 아닐지를 탐색하면서 만약 상대가 공격할 경우 반드시 반격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아야만 한다. 그래서 결국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

바로 이것이 균형이다. 기업의 경우에도 우리나라 정유회사처럼 네 개의 과점기업이 있다고 가정하면, 이들 중 누군가가 먼저 가격을 내리고 나머지 기업들이 그와 동일한 수준으로 가격을 내린다면 전원이 지는 게임이 된다. 더구나 반격으로 먼저 값을 내린 회사보다 더 큰 폭으로 가격을 내린다면, 또 다른 회사도 반격을 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이 경우는 점유율 확대를 위해 선제적으로 가격을 내리는 것은 어리석은 게임이 된다. 이것이 독과점의 폐해다.

4~5년 주기의 쥐글라 사이클

이런 과점 구조가 구축되면 시장의 구조는 왜곡된다. 정유사들은 가격을 담합하고 점유율 경쟁을 하지 않으므로 주유소에 공급할 양 이상의 과잉 생산을 할 필요가 없고, 시장의 수급에 따라 생산량을 탄력적으로 줄이고 늘리면 된다. 잉여가 발생할 소지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완전 유효경쟁이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기업들 간에 상대방에 대한 정보가 없고 서로 믿을 수 없는 다수 경쟁이 되면, 누가 어떤 전략을 취할지 알 수 없다. 그래서 때론 많이 생산하고, 때론 적게 생산한다. 그래서 호황기에는 생산량을 늘리고 설비를 증설한다. 결국에는 증설한 설비로 인해 재고가 쌓이고 다 같이 어려움을 겪을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한다. 이것이 ‘목초지의 비극’이다. 그래서 경기는 늘 재고와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이런 설비와 재고의 증감 관계로 경기순환을 판단하려는 시도가 나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여기에 주목한 사람이 19세기 중반의 프랑스인 경제학자 쥐글라(Juglar)다. 그는 미국, 영국, 프랑스 등에서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경기파동을 관찰했고 그 순환엔 대개 6~10년이 걸린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는 경기를 순환하게 만드는 여러 가지 변수 중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설비투자’라고 보았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금리, 인플레, 차입금 등을 분석해 순환모델을 만들었다. 그 때문에 ‘쥐글라 파동’은 ‘설비투자 사이클(equipment investment cycle)’이라고 불렸다. 실제 그가 이 순환이론을 발표한 1860년대의 설비투자는 규칙적으로 6~10년의 사이클을 나타냈다.



재고량에 주목한 ‘키친 사이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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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부담이 되는 줄 알면서도 경쟁심 때문에 재고를 가지려 애를 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설비투자 사이클은 약 4~5년으로 단축됐다. 경제규모가 팽창함에 따라 소비와 생산의 유연성이 다소 커졌고, 재정이나 금융정책이 훨씬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바뀌었으며, 기업들이 재고 관리와 재고량 측정을 실시간에 할 수 있을 만큼 정보화 사회가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선업, 철강, 화학과 같은 중후장대 산업의 경우에는 아직도 8~10년 주기를 가지기도 하고, 반도체나 첨단산업의 경우에는 3년 주기로 움직이기도 한다. 어쨌건 여기에서 우리가 감지해야 할 특성 하나는 기업의 설비투자 사이클이 경기순환을 결정하는 중대한 요소이며, 이 순환은 평균적으로 4~5년의 사이클을 가진다는 점이다.

1920년대에는 ‘키친순환(Kitchin cycle)’ 이론이 풍미했다. 이 이론은 영국 통계학자 조지프 키친이 영국과 미국의 생산자 물가와 금리, 수표, 채권 발행규모 등을 조사해 발표한 순환 사이클이다. 설비보다는 재고량의 증감 관점에서 만들어진 이론으로, 설비투자에 관한 지표만으로 분석된 사이클인 쥐글라 파동보다 사이클이 훨씬 짧았다. 키친 사이클은 주기가 40개월 정도. 키친이 재고에 주목한 이유는 설비투자는 경기가 불황이고 재고가 쌓이면 중단되고 반대로 호황기엔 증가하지만, 재고는 경기에 관계없이 신산업의 탄생이나 새로운 기술의 발견에 따라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측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즉, 설비투자와 재고를 일치시키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재고량에 포커스를 맞추어 바라봤더니 경기순환, 즉 경기의 호황과 침체는 곧 재고량의 증감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더라는 것. 이후 케인스와 더불어 20세기 최고의 이론경제학자로 꼽히는 슘페터(Joseph Alois Schumpeter· 1883~1950) 같은 학자들이 이에 주목했고, 오늘날 재고량을 기업 실적과 연관짓는 풍토가 생긴 것도 키친순환 이론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살펴보면 기업들은 그것이 부담이 되는 줄 알면서도 늘 일정량의 재고를 가지려 애를 쓴다. 왜 그럴까? 앞서 ‘목초지의 비극’에서 설명한 기업의 경쟁심 때문이다. 판매 기회가 왔을 때 이를 놓치지 않으려는 심리가 근본 이유이고, 일정 규모의 생산이 비용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는 것도 한 이유가 된다. 이를테면 한 곳의 공장에서 1만대 단위로 생산하는 것과 필요에 따라 수 천대씩 자동차를 생산하는 것 사이에는 상당한 비용차이가 발생한다. 왜냐하면 1000대를 만들든 1만대를 만들든 어차피 종업원 급여는 동일하게 지급되기 때문이다. 재고를 가져서 입는 손실보다 재고가 없어 팔지 못하는 기회 손실이 더 크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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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철 의사, 안동신세계병원장 donodons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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