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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제네시스 쿠페 & 쏘울

  • 최영철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ftdog@donga.com

제네시스 쿠페 & 쏘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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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쿠페 & 쏘울

제네시스 쿠페를 시승 중인 기자. (위) 표범의 눈 같은 리어램프와 헤드램프(아래).제네시스 쿠페 차량 내부. 모든 스위치가 고속 주행에 적합하게 배치됐다.

‘흑표범’은 달리고 싶다

이제 시동을 걸 차례. 쿠페는 5가지 전 모델에 스마트 키 시스템이 구축돼 시동은 버튼만 누르면 끝. 부루르릉. 시동을 걸었건만 정지상태에선 차량 소음이 거의 없었다. 예상외의 정숙함에 오히려 황당함이 몰려왔다. 무릇 스포츠카는 적당한 소음이 있는 게 제격인데 쿠페는 정통 대형 세단인 기존 제네시스만큼 소음을 잡아냈다. 핸들은 스포츠카답게 조금 작지만 그 안에 오디오와 각종 조작 스위치가 붙어있었다.

가속 페달에 발을 대는 순간, ‘부웅’하며 차가 튀어나갔다. 정말 발만 댔는데도 그랬다. 계기판의 엔진회전수(rpm)가 순간적으로 3000을 넘어섰고 기자의 머리는 뒤로 젖혀지며 헤드레스트를 몇 번씩 받았다. 현대차 직원의 “조심하라”는 말을 그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말 그대로 폭발적인 힘이었다. 시내 주행은 여간 조심스럽지 않았다. 밟아도 금세 옆의 차들이 시야에서 멀리 사라졌다.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의도하지 않아도 직각 끼어들기가 가능했다. 서울 외곽 자유로에 차를 올려놓고 차량 틈새를 비집고 나아갔다. 시속 160km를 넘는데 가속 페달의 10%도 채 밟을 필요가 없었다. 한마디로 시내 주행에선 힘이 남아돌아 어쩔 줄을 모르는 차, 달리고 싶어도 제대로 달릴 수 없는 차가 바로 제네시스 쿠페였다. 비유하자면 우리 안에 갇힌 표범 신세라고나 할까.

녀석의 질주본능을 제대로 실험하기 위해 인천공항도로로 향했다. 정차시의 정숙함과 달리 가속을 하면 차량 아래쪽에서 우웅, 우아앙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발가락에 주어지는 힘에 따라 그 소리도 따라서 커졌다. 속도감이 발가락에서 온몸으로 전해졌다. 현대차는 운전자에게 속도감을 맛보게 하기 위해 일부러 엔진음과 배기음을 듣기 좋을 정도로 조정했다고 한다. 이번엔 시속 100km까지의 도달 시간을 알아봤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았는데 뒷바퀴가 헛돌면서 먼지가 나는가 싶더니 이내 100km에 도달했다. 몇 번 다시 쟀지만 현대차의 공식 자료보다 0.3~0.7초가 더 짧았다. 평균 기록은 6초. 급가속을 하는데도 자동변속에는 전혀 무리가 없다. 중간에 덜컹거리는 느낌이나 힘이 달린다는 느낌은 없었다. 6단 자동변속기의 위력은 대단했다.

최고성능의 안전장치



쿠페 380 GT의 특기할 점은 자동변속 상태에서도 수동 변속기 조작을 맛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클러치가 없는 자동변속 상태에서 1단부터 6단까지 운전자의 입맛에 따라 변속기를 수동조작하며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정통 스포츠카답게 쿠페의 뒷바퀴는 앞바퀴보다 20mm 더 크다. 이 또한 고속주행에서 안정감을 주는 요인 중 하나다. 코너링도 완벽했다. 시속 200km 이상 속력에서도 한편으로 쏠리지 않고 핸들의 조작에 따라 경박하게 픽픽 움직이지도 않는다. 쿠페에는 운전 성능을 높이기 위해 각 바퀴의 회전수 차이를 자동으로 제어하는 차동제한장치가 설치돼 눈길, 빗길, 흙길 등 미끄러운 노면에서 차가 밀리는 현상을 막아준다. 실제 빗길에서 미끄럼방지 장치 스위치를 누르자 험악한 운전에도 불구, 차는 스스로 균형을 찾았다.

시속 200km를 넘어도 타코메타(엔진 회전수·rpm) 계기판은 레드존(엔진 한계허용 수치)에 범접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그러나 계기판상 최고 속도인 280km로 주행해보는 것은 아쉽게도 포기해야만 했다. 그날따라 인천공항도로와 영종도엔 차가 매우 많았기 때문이다. 힘은 펄펄 남아도는데 달릴 곳이 없었다. 시승의 마지막은 세계 최고의 고성능 브레이크인 이탈리아 브렘보사의 브레이크를 실험할 차례. 150km 속도에서 급브레이크를 잡았지만 핸들이 떨리거나 차량이 옆으로 밀리는 현상은 없었다. 다만 속도에 따른 전방 미끄러짐 현상은 어쩔 수 없었다. 다른 차량보다는 덜 미끄러진 느낌이었지만 밀린 거리를 실제 측정하진 않았다.

이 차에는 급제동이나 핸들 급조작 같은 위험상황에서 차 자신이 알아서 각 바퀴의 제동력을 조절하는 최첨단 전자제어시스템이 장착돼 있다. 차체자세 제어장치, VCD가 바로 그것이다. 4개의 휠 스피드 회전수와 경로 이탈, 흔들림 등의 각종 정보를 요(Yaw) 센서가 감지해 중앙 인식장치로 보내면 쿠페는 스티어링휠 센서의 꺾임량을 종합 판단해 네 바퀴의 제동력을 각각 독립적으로 조절한다. 외국 드라마에 나오는 인공지능 슈퍼 카 ‘키트’를 실제 만난 기분이었다.

단 3일의 시승이었지만 쿠페 380 GT로부터 받은 느낌은 강렬했다. 몇 초 만에 차 옆의 풍경이 백미러에서 사라지는, 달릴수록 몸이 운전석을 파고드는 느낌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경험으로 내 머리에 각인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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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철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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