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호

중국 임금 상승 가속화, ‘세계의 공장’ 시대 막 내릴까

  • 썬쟈(沈佳)|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jshen@lgeri.com |

    입력2010-10-01 10: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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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중국 노동시장은 잇따른 파업 사태와 임금 인상 파동으로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폭스콘 중국 선전(深土川)공장 노동자의 연쇄 자살 사건을 계기로 다국적기업들의 ‘노동 착취와 도덕성 논란’이 도마에 오르면서 현 임금 수준의 불합리성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급기야 폭스콘이 기본급을 900위안에서 2000위안으로 122% 상향 조정한 데 이어 일본 혼다차 포산(佛山) 공장도 34% 임금 인상안을 타결해 사태를 진정시켰다.

    하지만 이들 선두기업의 임금 인상에 따른 ‘양떼효과’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더구나 임금 인상의 물결이 확산되는 와중에 올 들어 14개 주요 도시의 최저임금이 평균 20% 급등했다. 중국 저임금 시대의 종언이 현실화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생산기지를 아예 동남아 국가로 이전하려는 기업도 속출하고 있다. 과연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서 누리던 ‘봄날’은 간 것일까.

    2009년 동결 이후 뒤늦은 조정

    중국의 실질임금 상승세는 대체로 과거와 비슷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으나 최근 들어 다소 빨라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00~09년 물가 요인을 제거한 실질임금 상승률이 연평균 14.6%를 기록한 데 비해 최근 3년 동안의 증가세는 연 16%를 넘어섰다. 지역적으로 보면 중서부 내륙지역의 상승세가 두드러지는데, 이는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상승률이 가장 높은 지역 역시 후베이(28.6%), 후난(27.8%) 등 내륙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업종별 임금 상승 추이를 보면 최근 논란의 초점인 제조업의 임금 증가율이 다른 업종에 비해 오히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 교육 등 서비스업의 최근 3년 평균 증가율이 20% 안팎인 반면 농촌 잉여인력 유입이 가장 왕성한 제조업은 14%로 전 업종 평균수준에 머물고 있다.



    올해 중국 각 지역의 법정 최저임금 인상폭은 유난히 커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2004년 이후 매년 최저임금을 상향 조정해온 중국 정부가 2009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임금을 동결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즉 이번 임금 인상은 2009년의 미반영분까지 반영한 ‘뒤늦은 조정’으로 볼 수 있기에 실제 인상폭이 그리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아니다. 최저임금 상승폭이 해당 지역의 과거 2년간 누적 명목 GDP(국내총생산) 증가율보다 낮을 뿐 아니라 같은 기간 그 지역 평균임금 증가율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상하이의 최저임금 인상률은 17%에 달했지만, 지난 2년간 평균임금 증가율인 29%와는 아직 큰 차이가 있다.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격차는 최저임금 수준의 합리성을 반영하는 지표 중 하나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평균임금의 40% 이상이면 높은 수준으로 분류되지만 중국의 대부분 지역은 아직 40% 이하여서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의 임금 상승세를 감안해도 중국 제조업 임금의 절대수준은 여전히 중진국보다 현격하게 낮다. 2009년 미국 노동국이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2006년 제조업 시급 기준으로 중국은 미국의 2.7%, 일본의 3.4%밖에 되지 않았으며, 개발도상국인 멕시코의 4분의 1, 필리핀의 3분의 2에도 미치지 못했다. 중국 일부 대도시에서 영화 한 편 관람료가 한화 1만원, 커피 한 잔이 5000원일 정도로 물가가 이미 한국과 거의 근접한 수준으로 올랐지만, 제조업 저임 노동자들은 한 달에 20만~30만원으로 버텨야 한다. 이처럼 중국의 경제발전 수준과 임금 수준 간에는 아직도 괴리가 커 향후 임금 상승 여지가 많아 보인다.

    다만 2009년 기준으로 중국의 임금은 베트남의 3배, 인도네시아의 1.5배에 달했고 이들 신흥국가와의 임금격차가 점차 벌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중국 산업구조 고도화 과정에서 일부 경쟁력을 상실한 노동집약적인 업종들은 동남아로의 이탈이 불가피해 보인다.

    중국 임금 상승 가속화, ‘세계의 공장’ 시대 막 내릴까
    균부론 지향하는 中 정부

    중국의 임금 수준이 고속 상승 궤도에 진입한 것은 경제발전과 사회 선진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일종의 ‘성장통’이지만, 이는 중국 정부의 정책 방향과도 연관이 깊다. ‘균부론(均富論)’을 주창하고, ‘민생’과 ‘조화(和諧)’를 내세운 후진타오 정부는 중국의 현재 임금 수준이 너무 낮다고 본다. 중국 경제성장 패러다임 전환과 양극화 문제 해결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가령 ‘셔츠 1억 벌을 수출해 비행기 1대를 사들인다’는 식의 저임 기반 성장방식이 언젠가 한계를 맞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성장의 관점에선 내수 중심 경제구조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 임금 인상은 소득 증대에 따른 내수시장 확대효과를 낼 수 있어 내수 진작 정책 기조와 일맥상통한다.

    또한 중국의 임금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2007년의 경우 41.3%로 미국 56.6%, 한국 46.8%보다 크게 낮다. 이처럼 중국 근로자 소득 증가가 기업의 이윤 증가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이는 임금에 의지하는 중·저소득 계층이 경제성장의 과실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현실을 반영하면서 소비 확대 제약과 양극화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중국의 소득 상위 10%와 하위 10%의 소득격차는 1980년대의 7.3배에서 2007년에는 23배로 확대됐고, 지니계수도 2009년 0.49로 위험수위를 넘었다(사회과학원). 저소득층의 불만이 자칫 반체제운동으로 번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현 정부의 최우선 과제이고, 이런 의미에서 임금 인상은 사회 안정을 위한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그동안 ‘삶의 질’을 강조하면서 소득 향상에 기여하는 친노동자 정책 기조를 고수해왔다. 농민 소득을 높이는 ‘삼농(三農)’ 정책, 인구 이동을 제한하는 호구제도 완화, 노동 안정성을 보장하는 ‘근로계약법’ 등은 바로 이런 취지에서 나왔다. 특히 이번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노동자의 존엄’을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신세대 농민공’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내용을 정부공작보고에 포함시켰다. 현재 검토 중인 ‘임금조례’도 임금 단체협상, 독점 업종의 임금 내역 공개 등을 담고 있어 소득 분배 불균형 해소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잘 보여준다.

    중국은 이번의 ‘임금 인상 물결’을 ‘왜곡된 임금 수준의 정상화 과정’ 및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 요구’로 정의하고, ‘지금까지 중국의 경제성장은 저임금 노동자의 희생을 대가로 이뤄졌지만 더는 이럴 수 없다’ ‘더 많은 노동자가 경제발전의 성과를 향유해야 한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주요 언론도 ‘노동자를 단지 생산요소의 하나로 간주하고 그들의 인간성을 무시하고 있다’며 외자기업에 대해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중국 언론의 의견은 일반적으로 정부의 의도와 일치하고, 중국의 사회체제 특성상 정책 영향력이 결정적이란 점을 감안할 때 임금 상승 추세가 대세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중국 임금 상승 가속화, ‘세계의 공장’ 시대 막 내릴까


    중국 임금 상승 가속화, ‘세계의 공장’ 시대 막 내릴까
    중국 정부가 2008년부터 실시한 근로계약법이 중국 노동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변곡점이라면 최근 잇따르는 노사쟁의는 이런 추세의 연장선상에서 임금 상승 속도를 가속화하는 ‘촉매제’인 셈이다. 중국은 1982년 사회주의 체제하에서 노동쟁의가 일어날 수 없다는 이유로 노동법에서 관련 조항을 삭제했다. 그 뒤 노동자 쟁의권은 분명한 법적 규정 없이 공백상태에 있었다. 그러다 2008년에야 ‘노동쟁의 조정 중재법’을 도입했다.

    급증하는 노동분쟁

    최근 중국 사회보장국이 발표한 통계자료를 보면 노동쟁의 건수가 2007년 이후 급격히 증가했고, 최근의 파업 사태는 외자기업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허난성의 핑멘(平棉)방직 공장 등 일부 국유기업으로도 번지고 있다. 이는 1988년 올림픽 전후 한국에서 나타난 패턴과 매우 유사한 면이 있어 중국 노동자의 권익의식이 한 단계 높아졌음을 보여준다.

    한편으로는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억눌렸던 불만이 한꺼번에 표면화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중국의 노조 격인 ‘공회(工會)’는 한국과는 달리 친근로자적 성격보다는 친기업적 협의창구 역할과 노사 간 충돌을 막는 완충기능을 수행해왔다. 노동자들이 파업 사태를 벌일 때 공회 직원들이 오히려 노동자와 맞서는 경우도 흔히 있다. 이처럼 노동자의 요구를 대변하지 못하는 공회에 대한 비판이 갈수록 고조되면서 앞으로는 공회가 노동자의 권익을 보다 적극적으로 챙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신세대 노동자들은 기성세대의 의식수준과 큰 차이를 보인다. 1980년대 이후에 태어난 이들은 전체 농민공의 6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3고(높은 교육 수준, 높은 직업기대치, 삶의 질에 대한 높은 기대치)의 특징을 지닌 반면 3저(낮은 임금 수준, 낮은 사회보험가입 및 노동계약 체결 비율)의 현실에 직면해 있어 심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이들은 ‘1자녀 세대’답게 자신의 불만을 쉽게 표출하고, 열악한 환경과 불공정한 대우를 잘 견디지 못하는 반면 더 나은 삶에 대한 욕망은 훨씬 강렬하다. 실용주의적이면서 차별에 대해 민감하고 권리의식이 높다. 혼다 공장 파업 사태 때 한 20대 신세대 근로자는 베이징 대학의 법학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관련 자료를 요청한 뒤, 중국의 대표적 메신저인 QQ를 통해 노동자들의 지지를 끌어 모았다.



    다가오는 ‘루이스 전환점’

    임금 추세를 좌우하는 근본 요인인 노동력 수급관계도 점차 빠듯해질 것으로 보인다. 먼저 1자녀 정책 탓에 중국의 베이비붐 세대들이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은퇴하면서 경제활동인구가 2015년 전후에 최고치에 달한 후 그 비중이 점차 줄어들고, 15~29세의 젊은층 비중 역시 서서히 줄어들 전망이다. 2010년 2·4분기의 도시 인력 수급 현황을 보면 25~34세 연령대의 공급부족이 가장 심각하다. 세계은행도 2010년 중국 인구의 평균 나이가 34.2세, 2030년에는 40세로 높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 농민공 부족 현상이 연해지역뿐 아니라 내륙까지 확산되면서 중국은 이미 ‘루이스 전환점’에 도달했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즉 농촌에서 도시로의 인구유입이 줄어들면서 노동력 부족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해 임금이 본격적으로 오르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중국의 농업부문 잉여노동력은 아직 7500만명으로 추정되지만 50% 이상이 40대 이상이라는 점이 잉여노동력 고갈이 임박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중국 임금 상승 가속화, ‘세계의 공장’ 시대 막 내릴까
    그러나 중국 농업부문의 노동생산성이 아직 제조업보다 현저하게 낮고(한국의 2분의 1), 도시화 비율도 47%로 일본과 한국이 ‘루이스 전환점’에 도달할 당시의 70%에 크게 못 미친다. 앞으로 기계화에 따른 농업 부문의 노동생산성 제고와 도시화 확대 등으로 잉여노동력이 더 배출될 여지가 크다(만약 중국의 농업 노동생산성을 한국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면 1억7000만명의 잉여 노동력 공급이 가능한 것으로 추정된다). 자유 이주 노동을 막는 제도적 장벽인 호구제도의 점진적인 완화도 잉여노동력 공급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최근의 농민공 부족 현상은 일시적 요인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2009년 금융위기 여파로 동부지역의 공장들이 대규모로 감원했지만, 올 들어선 주문량이 급증하면서 노동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중서부에 집중되는 인프라 건설 및 내륙도시의 공업화 수준 제고 과정에서 생기는 노동력 수요가 이미 농촌 노동력을 대거 흡수했고, 정부의 농업세 폐지, 농민복지 확대 등의 정책도 도시 이주 노동의 기회비용을 키웠다. 서비스업을 선호하는 풍조가 제조업의 인력 부족을 심화시키는 면도 있다. 이 때문에 노동집약형 공장이 밀집한 주강 삼각주 지역의 인력난이 유난히 심각하다.

    따라서 전국적으로 ‘루이스 전환점’에 도달하려면 아직 상당한 시일이 필요한 듯하다. 하지만 농업 생산성 제고 등에 따른 농촌 잉여노동력 공급이 경제발전에 따른 노동력 수요의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거나, 일부 저임 제조업 공장이 밀집한 지역에서 노동력 부족 현상이 주기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 임금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빠르게 상승하는 대도시의 주택 가격과 물가도 노동자의 임금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베이징의 주택 평균가격이 2005년보다 2.14배 올랐으며, 최근 3년의 전국 평균 물가상승률은 3.3%에 달했다. 앞으로도 도시화 등으로 대도시의 주택 가격 및 물가가 고공행진할 가능성이 높다.

    임금은 어디까지 오를까?

    중국 정부는 2015년까지 근로자 임금을 현재의 2배로 올리기 위해 일본이 1960년대에 실시한 ‘국민소득 배증(倍增) 계획’과 비슷한 ‘소득분배 조정을 강화하는 지도의견 및 실행 세칙’을 추진하고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임금 상승률이 매년 15%가 돼야 한다. 2000~09년의 평균임금 상승률이 14.7%인 것을 감안할 때 향후 임금 상승세가 현재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임금 수준이 높아지면 같은 신장세라도 실제 부담은 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올해 전인대에서 중국 총공회 대표는 각 지역의 최저임금 수준을 해당지역 평균임금의 40%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2015년 안에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향후 5년간 최저임금의 상승폭이 평균임금보다 10%p 더 높아야 한다. 중국 정부의 목표가 양극화 해소이므로 소득 수준이 낮은 지역, 소득이 낮은 계층의 임금 상승세가 상대적으로 가파를 수 있다. 노동 수급 상황을 보면 현재 전문대 이하의 저학력 근로자에 대한 수요가 가장 많아 블루칼라를 중심으로 한 임금 상승이 예상된다.

    한편 현재 농민공들의 사회보험 가입비율이 20% 미만으로 매우 낮으나 향후 사회보장체제 강화에 따라 기업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사회보험비용도 대략 임금의 30% 수준으로 상승할 전망이다.

    임금의 가파른 상승세로 인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거나 중국 수출제품의 가격 상승으로 골디락스(높은 성장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오르지 않는 상태) 시대가 막을 내릴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임금상승률로는 경제와 기업의 실제 부담이 얼마나 늘어났는지 판단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중국 노동자의 노동생산성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임금이 연평균 15%씩 급증했지만,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의 평균상승률은 1.8%에 그쳤고 제조업의 이윤증가율도 높은 성장세를 유지해왔다. 그 이유는 같은 기간 노동생산성의 평균증가율이 16.9%로 임금상승률을 웃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6년 이후 임금 상승이 빨라지면서 노동생산성과의 격차가 점차 줄어들다가 2008년에는 노동생산성을 역전하는 양상을 보였다. 2008년 중국 노동생산성의 급락은 글로벌 금융위기 기간에 고용조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매출증가가 둔화된 데 따른 것이므로 일시적 현상으로 봐야 한다. 그러나 2009년에 생산성 증가율이 다시 플러스로 돌아오더라도 중국 정부의 강력한 임금 인상 의지 등을 감안할 때 향후 임금 상승률이 노동생산성을 추월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일본은 고도성장기인 1965~75년의 제조업 평균임금 증가율이 15.6%, 한국도 1989~96년에 7.8%로 높게 나타났다. 같은 기간 일본과 한국의 임금 상승률은 모두 생산성을 넘어섰다. 중국에서도 이런 상황이 벌어질 공산이 크다. 다만 중국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당시의 한국과 일본보다 월등히 높고, 교육 및 과학기술 수준도 지금까지는 낮지만 빠르게 향상되고 있어 향후 생산성 상승 여력도 비교적 크다. 이런 측면에서 임금 상승률이 생산성을 초월하더라도 인플레이션 압력은 당시의 한국과 일본만큼 심각하지 않을 수 있다.

    중국 제조업의 경우 각 제조단계의 원자재와 부품 가격에 포함된 노동비용을 합산하면 최종소비품 가격에서 차지하는 노동비용이 25%쯤 된다. 따라서 5%의 노동비용 상승이 모두 최종소비가격으로 전가된다고 가정하면 제품가격이 1.2% 상승할 수 있다. 공업용품 가격이 소비자물가지수의 약 30%를 차지하므로 소비자물가는 0.4%p 정도 상승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의 많은 산업이 생산능력 과잉에 시달리고 있어 임금상승으로 제품원가가 올라가더라도 공급 과잉으로 비용증가분을 모두 하류업체 및 소비자에게 전가하기 어렵다. 따라서 앞으로 생산성을 넘어서는 임금 상승세가 나타나더라도 단기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은 제한적일 수 있다. 기업의 부담이 가중되고 순익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산업별 명암 엇갈릴 듯

    임금 상승에 따라 산업 간의 희비도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생산비에서 차지하는 노동비용 비중이 높은 산업일수록 임금 상승의 충격을 더 많이 받을 것이다. 특히 저임을 이용한 수출 위주 기업의 생존입지가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중국의 각 산업 노동비용 비중(노동비용/생산총액)은 1차 산업 56%, 2차 산업 8%, 3차 산업 19%이다. 1, 3차 산업이 2차 산업에 비해 노동집약적이다.

    임금 상승은 소비, 생산, 제품 가격 등 여러 측면을 통해 입체적으로 산업과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먼저 소득 증대에 따른 소비 확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최근의 임금 인상은 최저임금 및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이뤄져 수혜자가 대부분 서민계층이기 때문에 식료품, 소매유통업, 의류 등 기초부문의 소비증가세가 가장 두드러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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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한 소비수요 증가 및 소득 증대에 따른 저축 확대가 기업의 생산과 투자를 자극하고, 생산원가가 올라가면서 최종제품 가격도 높아진다. 주요 산업의 소비, 생산 및 이윤 변화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임금이 20% 상승할 경우 전자기기 부문은 수요 확대 효과보다 제품 가격상승 효과가 더 커 이윤이 7.3% 하락한다. 이에 비해 화학공업의 경우 제품가격 상승 효과보다 수요 및 생산 확대 효과가 더 두드러져 이윤 하락폭이 0.16%에 불과하다. 대체로 내수시장 확대의 효과를 누릴 수 있으면서 노동비중이 낮은 업체가 보다 유리한 것이다.

    중국 가전산업을 예로 들면 노동비용이 생산원가의 7%, LCD와 에어컨은 5% 미만으로 낮은 편이다. 임금이 15% 상승하면 제품 가격이 약 2% 높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농민공 소득의 15% 상승으로 ‘가전하향(정부가 13%의 보조금 지급)’과 맞먹는 시장 확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기업에는 오히려 기회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임금 상승은 ‘양날의 칼’과 같다. 구매력 향상에 따른 수입 증가가 무역불균형 해소에 도움이 되고, 나아가 중국 경제의 전반적인 체질개선을 가속화할 것이다. 외국 투자자들이 임금 수준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내륙지역으로 눈을 돌리는 것도 지역경제 발전을 도모하는 중국에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위안화 절상과 맞물려 수출가격 경쟁력의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이것을 경제구조 전환의 대가라고 각오하고 있는 듯하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저임금=경쟁력’이라는 공식을 깨고 한 차원 높은 경쟁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저임금에만 의존하던 기업이 물러간 자리에 기술경쟁력이 더 높은 기업들이 자리할 것을 기대한다. 다만 이런 산업고도화와 소비영향력 확대 과정은 수출증가율 둔화와 고도성장세 감속을 의미하기에 중국 정부의 적절한 속도 조정이 관건이다. 한편 중국의 수출품목이 점차 고도화함에 따라 향후 한중 간의 수출경쟁이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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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수냐, 변화냐

    글로벌 기업의 처지에서 볼 때 중국은 저비용 생산기지로서의 우위가 점차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임금뿐 아니라 도시화 등 수요증가로 토지 가격의 상승세가 계속되고, 위안화 환율도 2015년까지 15% 안팎 추가 절상될 전망이므로 생산비용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노동집약적, 저부가가치 업종은 생산기지를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는 반면 LCD, 자동차 등 중국 시장을 겨냥하는 업종은 설비 확충 등 생산성 제고 방안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중국 내륙으로 공장을 이전하려는 외국인 투자자가 늘어나면서 2000년에 12%에 불과하던 중서부 지역의 FDI(해외직접투자) 비중이 2009년에 30%를 넘었다. 인텔은 상하이 공장을 쓰촨성 청두로 옮겼고, HP는 충칭에 노트북 수출제조단지를 설립했다. 미국 패션업체 코치(Couch)는 아예 중국을 떠나 인도나 베트남으로 생산기지를 옮길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일부 내륙지역의 임금상승률이 전국 상위권을 차지하는 등 동부 연해지역과의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지금 당장은 몰라도 몇 년 뒤에 또다시 이전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에는 동남아로 떠났다가 원부자재 조달 문제 등으로 인해 다시 중국 연해지역으로 유턴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떠오른 데는 인건비 외에도 대체생산지로 거론되는 동남아 국가에서 찾아보기 힘든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이 “임금 인상이 외자유치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주장하는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인건비만 바라보는 기업은 더 이상 중국의 외자유치 대상이 아니며, 양호한 물류 인프라와 제조업 클러스터, FTA 등 제도적 환경의 개선, 그리고 무엇보다 거대한 내수시장 잠재력을 갖췄다는 점이 생산지로서 중국의 진정 남다른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근로자의 임금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신발을 생산하는 것은 벅차겠지만 반도체나 자동차를 생산하는 것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즉 중국에서 살아남으려면 구조조정을 통해 높아진 임금 수준에 적합한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뜻이다.

    중국의 임금 상승은 위기이자 기회다. 생산성을 넘어서는 노동비용이 일부 기업의 순익 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근로자의 지갑이 두둑해지면서 소비재를 수출하거나 내수시장을 공략하는 기업에는 호재가 될 수 있다. 시각과 대응전략에 따라 ‘제2의 골드러시’를 구가할 수도 있는 반면, 퇴출의 운명을 면치 못할 수도 있다. 서둘러 공장을 이전하는 것보다 어떻게 경쟁력을 키울 것인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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