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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개혁 현장

“주식시장형 인사 시스템으로 공기업 뒤흔들겠다”

지독한 가난 이긴 총리실 해결사 박철곤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 김유림 기자 | rim@donga.com

“주식시장형 인사 시스템으로 공기업 뒤흔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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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제 방에 교육부와 노동부 실무 과장들을 불러놓고 법안 하나하나 ‘끝장토론’ 시켜가면서 연결을 했어요. 노동부는 ‘직업훈련’이 빠지면 사실상 ‘노동부 폐지론’이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상당히 민감했죠. 논리적으로 서로 끝까지 다툴 수 있게 하고, 그 안에서 합의점을 찾아갔죠.”

일단 노동부와 교육부의 합의안을 만들어 청와대에 보냈으나, 3개월 이상 청와대에서 반응이 없었다. 박철곤 과장은 직접 박세일 당시 청와대 사회복지수석비서관을 찾아갔다. 그리고 다짜고짜 말했다.

“총리실에서 조정한 상황에 대해, 이것이 위법하지 않은데도 청와대 의견과 다르다고 거부하시면 총리실은 아무 일도 못 합니다. 그럼 모든 부처 간 분쟁은 청와대가 다 처리하셔야 합니다.”

박 사장은 “이제 와 말이지만 사실 총리실 과장과 청와대 수석은 하늘과 땅 차이다. 그렇게 바로 찾아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는 건 공직사회에서 상상도 못할 일”이라며 “다행히 박 수석이 열린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 까마득한 나와 토론에 임해주셨고 일이 잘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이 과정을 통해 1997년 5월 ‘신직업법 3법’이 입법됐다. 민간에서 딴 자격증이라도 요건을 갖추면 국가 공인을 받을 수 있고, 국가자격검정에서 시험 과목 면제 혜택을 줬다. 또한 정부 출연으로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설립을 추진했다. 중앙독립기구인 직업능력개발원은 교육부와 노동부가 힘을 합쳐 만든 효율적 기구다.



“부처끼리 협의가 안 될 때 고함도 지르고 별소리 다 나와요. 협의가 안 되면 그냥 결렬되는 것도 부지기수죠. 근데 나는 내 손에 걸렸다 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무조건 끝내야 합니다.”

어릴 때 삼시 세끼 먹어본 적 없다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했더니 박 사장은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김 기자, 안 울 자신 있어요?”라고 물었다.

“얼마 전에 정두언 의원과 같이 차 타고 갈 기회가 있어서 내 어린 시절 얘기를 했더니 정 의원이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형님, 그렇고 고생하신지 몰랐습니다’ 하면서 내 손을 꼭 잡더라고요. 정말 엄청나게 고생을 해서 아직도 그때 생각하면 나도 눈물이 나.”

박 사장이 태어난 곳은 전북 진안 백운(白雲)면 백암(白巖)리. 남한의 유일한 고원지대로, 이름부터 ‘산골짜기’라는 느낌이 든다. 마을에 처음 버스가 들어온 건 그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중학교에 가려고 마을을 떠날 때까지 전기도 안 들어왔다.

박 사장의 할아버지는 지역에 상당한 땅을 가지고 있었지만 일제강점기 토지조사에 응하지 않아 대부분 잃었다. 아버지는 징용에 끌려갔다 부상을 입어 평생 앓았다. 어머니는 혼자 몸으로 7남매를 키웠다.

“어머니가 행상한 걸로 먹고살았는데, 어린 시절 하루 세끼 먹어본 적이 없어요. 더구나 끼니를 밥으로 먹은 적도 없어요. 늘 시래기죽, 수제비, 쑥버무리, 고구마로 배를 채웠지.”

박 사장은 동네에서 이름난 수재였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학급이 ‘진학반’과 ‘사회반’으로 나뉘었는데, 학비가 없었지만 공부를 잘해 진학반에 배치됐다. 당시 진학반은 여름방학 내내 학교에서 합숙을 했다. 학생들이 조금씩 돈을 모아 담당 교사에게 수고비를 줬는데, 가난했던 박 사장은 늘 열외였다.

“하루는 한 선생님이 교실에 와서 ‘너 박철곤, 임마, 너 왜 여기 있어? 이리 나와’ 하면서 제 목덜미를 잡아끌고 나갔어요. 왜 돈도 안 내고 공부하느냐 이거죠. 슬리퍼로 제 등짝을 때리면서 ‘나가라’는데 얼마나 서럽던지. 제가 잘 못 먹어서 당시 덩치도 엄청 작았거든요. 중학교 입학할 때 키가 131㎝였으니.”

그는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다. 당시 서러움이 밀려오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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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림 기자 | r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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