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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심장-핏줄 제각각… 값싼 요금 발전사-전력거래소-한전 再통합 논의를!”

아슬아슬 전력 수급 왜 이러나

  • 송홍근 기자│carrot@donga.com

“뇌-심장-핏줄 제각각… 값싼 요금 발전사-전력거래소-한전 再통합 논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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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적 전력산업 구조

“뇌-심장-핏줄 제각각… 값싼 요금 발전사-전력거래소-한전 再통합 논의를!”

2001년 1월 1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유명 관광지인 어부의 부두(Fisherman′s Wharf)에 있는 한 상점 직원이 정전으로 인해 가게 문을 닫는다는 안내판을 내걸고 전력 공급이 재개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요컨대 기형적 전력산업 구조로 인한 정보 비대칭, 의사결정 및 책임소재 분산, 전력거래소의 계통 운영 능력 미흡 등으로 전기 수급이 위태로운 것이다. 또한 전기요금 체제의 왜곡으로 인한 소비 증가가 전력난을 부채질했다. 8월 6, 7일엔 아슬아슬한 고비를 넘겼으나 문제는 앞으로다. 기형적 구조와 전력 수급 및 요금 정책을 개선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전력 수급 상황은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몇 가지 대책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시되고 있다.

첫째, 2004년 중단한 민영화를 마무리해 전력산업을 시장 논리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전 자회사들을 시장에 내놓고, 대기업을 발전산업에 적극적으로 진출시키자는 것이다. 둘째, 발전사들과 전력거래소를 한전으로 다시 통합해 ‘원 켑코(One KEPCO·하나의 한전)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공공재인 전기를 시장에 맡기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다면서 ‘뇌’ ‘몸통’ ‘핏줄’을 다시 한몸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재통합론엔 “한국보다 앞서 시장화, 민영화에 나선 국가들이 실패했다” “발전회사를 민영화하면 대기업 배만 불리는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견해가 따라붙는다.

정부는 1999년 전력산업 구조 개편에 나섰다. 독점 전력회사인 한전의 분할 및 민영화가 골자였다. 한전의 발전 부문을 6개 회사로 나누고 전력거래소를 설치하는 1단계 구조 개편을 2001년 4월 완료했다.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동서발전, 한국중부발전 등 6개사가 한전 자회사 형태로 출범했다. 한전 자회사 중 민간에 매각된 곳은 지금껏 없다. 배전 부문도 지역별로 분할한 뒤 민영화할 방침이었으나 공염불에 그쳤다.

2004년 노사정위원회 공공부문구조 개편특별위원회는 전력산업 구조 개편은 기대 이익에 비해 위험이 크다고 결론짓고 전력산업 구조 개편 중단을 요구했다. 정부는 이 같은 요구를 수용했다. 시장 원리를 도입했다 부작용 때문에 고생한 영국과 정전사태를 겪은 미국 캘리포니아, 전력가격 급등을 경험한 캐나다 온타리오의 사례가 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이명박 정부는 공기업 민영화를 공약으로 내걸고 집권했으나 공공요금에 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에너지 공기업의 민영화는 사실상 접었다. 올해 12월 대선이 치러지는 권력 교체기가 되면서 전력산업 민영화를 주장하는 시장론자와 예전의 통합된 한전으로 되돌아가자는 재통합론자들이 치열한 로비를 벌이고 있다.



“시장 실패가 더 아파”

‘신동아’는 2009년 8월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워싱턴(이상 미국), 런던(영국), 오슬로(노르웨이)에서 전력산업 구조 개편 전문가들을 만났다. 해외 전문가들의 견해는 “정부 실패보다 시장 실패가 더 아팠다”는 쪽으로 수렴됐다. 신고전학파 경제학에서 주장하는 시장경쟁, 규제완화, 공기업 민영화가 전력산업에서는 통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1998년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미국에서 가장 먼저, 가장 급진적으로 전력시장 자유화에 나섰다. 규제완화의 목표는 경쟁체제가 되면 시장이 가격을 스스로 결정하게 돼 전기를 값싸게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정부는 1998년 3개 독점 전력회사에 발전소 매각을 명령했다. 2001년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했다. 때마침 수력 발전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천연가스 가격이 올라 발전비용이 크게 올랐다. 엔론을 비롯한 민간 발전회사는 시장지배력을 행사하면서 전기가격을 조작했고, 그 결과 도매요금이 급등했다. 당국의 규제로 인해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한 판매회사들은 늘어난 전력 구입비용을 발전회사에 제때 지급하지 못했다. 발전회사들은 전력회사에 전력 공급을 중단했다. 주정부의 정책 오류와 발전회사들의 극단적인 이윤 추구가 대규모 정전 사태를 일으킨 것이다. 캘리포니아의 판매회사들은 결국 차례로 도산했다. 미국소비자연맹(CFA)은 “자유화는 고통만 가져왔을 뿐 얻은 건 없다”고 평가했다. 전력산업 구조 개편을 예정대로 진행했다면 한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을 소지도 배제할 수는 없다.

캘리포니아의 전력, 천연가스, 통신, 상수도, 철도산업을 규제하는 캘리포니아 공익사업위원회(CPUC)에서 에너지 담당 당국자로 일하는 로버트 키노시안은 “시장화는 실패했다”고 단언하면서 “과거의 규제 독점 시스템이 시장 시스템보다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2001년 전력위기 때 위기 극복 담당자로 일했다.

“규제완화, 시장화 정책을 펼치면 전기요금이 떨어진다는 논리가 힘을 얻어 전력산업 구조 개편을 시작했다. 전력산업에 욕심을 가진 엔론 같은 회사, 그러니까 화력발전소를 짓겠다는 이들이 찬성했다. 자금력을 이용한 로비도 대단했다. 시장화는 결국 실패로 끝났다. 판매회사들이 심각한 어려움에 빠졌다. 주정부가 자금을 지원할 수밖에 없었다. 파산한 회사에 투입한 예산은 납세자가 낸 세금이다. 전력대란이 일어난 뒤 CPUC는 발전회사를 규제하는 권한을 되찾았다. 발전회사, 배전회사가 장기계약을 맺게 했으며 발전소에서 발전을 중단하지 못하도록 했다. 전력산업은 특수하다. 발전·송전·배전의 수직통합 및 독점체제가 효율적이면서 안정적이다. 시장화의 실패는 전력산업에서 나타나는 보편적 현상이다.”

영국은 전력산업 구조 개편을 시행한 최초의 선진국이다. 1990년 발전·송전시장을 독점하던 국영 전력청을 3개의 발전회사와 1개의 송전회사로 나눈 뒤 3개의 발전회사를 민영화했다. 민영화 이후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전기 생산비용이 큰 폭으로 감소했는데도 전기요금은 소폭으로 떨어졌다. 당국은 3개 발전회사의 과점 탓에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판단해 추가 분할을 요구했다. 오판이었다. 발전 부문은 현재 13개 회사로 쪼개져 있는데, 그중 7개 기업이 외국자본에 넘어갔다. 영국 그리니치대 스티브 토머스 교수의 설명이다.

“전기는 특수한 상품이다. 정부가 공공재와 일반재를 구분하지 못했다. 공공재엔 완전경쟁 모델이 들어맞지 않는다. 공공재는 대체재가 존재하지 않고 수요가 탄력적이지 않아서다. 공공재의 완전 경쟁시장은 구축하는 데 비용도 많이 든다. 영국은 전력시장에 경쟁체제를 도입하면서 시장 설계, 마케팅, 수수료 등에 15억 달러를 추가로 지출했다. 공공재는 규제독점이 경쟁시장보다 안정적, 효율적이라는 게 현재까지의 평가다. 경제학의 일반 원리가 전력산업에는 들어맞지 않는다.”

1993년 설립된 북유럽 전력시장 노드풀은 성공한 전력산업 시장화 모델이다. 1996년 노르웨이, 스웨덴이 ‘풀’이라고 불리는 전력시장을 통해 전력거래를 시작했고, 핀란드(1998년) 덴마크(2000년)가 합류했다. 에릭 트라네 노드풀 최고경영자(CEO)는 “정부의 규제와 간섭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한 덕분에 노드풀이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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