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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이슈

‘물타기 합병’ 등 회피 여지 富의 해외 이전 꼼수 늘 수도

세계 최초 ‘일감 몰아주기 과세’ 논란

  • 강지남 기자 | layra@donga.com

‘물타기 합병’ 등 회피 여지 富의 해외 이전 꼼수 늘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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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타기 합병’ 등 회피 여지 富의 해외 이전 꼼수 늘 수도
일감 몰아주기 과세를 피하거나 세액을 줄이려면 내부거래 비율을 낮추거나 지분을 분산하면 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인회계사는 “오너 일가가 그룹 내 계열사에 지분을 팔거나, 일감을 몰아주는 회사와 몰아 받는 회사가 한 회사로 합치거나, 내부거래 비율이 낮은 다른 계열사를 합병해 일종의 물타기를 하는 것이 현재 가능한 회피 전략”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분을 조정하는 것보다는 계열사 간 합병이 경영 효율화나 신성장 동력 발굴 등 명분과 실리를 내세울 수 있어 기업들이 선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예 지분을 매각한 사례로는 대명그룹의 기안코퍼레이션이 있고, 일감을 몰아주고 받는 회사가 한데 합친 사례로는 (주)교원과 교원L·C가 있다.

기업 소모성자재(MRO) 회사인 기안코퍼레이션은 2008년 자본금 3억 원에 설립됐다. 당시 대명그룹 창업주 고(故) 서홍송 회장의 아들 서준혁 대명엔터프라이즈 대표가 70%, 두 딸 경선·지선 씨가 각각 15%씩 지분을 보유했다. 이 회사는 주로 대명그룹 계열사가 준 일감으로 급성장했다. 2012년 연매출 1468억 원 중 내부거래 매출이 1011억 원으로 그 비율이 69%에 달한다. 지난해 11월 대명엔터프라이즈는 198억 원을 주고 이 회사 지분 100%를 취득했다. 기존 주주였던 서 대표 남매는 3억 원을 투자해 4년 만에 195억 원의 차액을 거뒀다. 동시에 일감 몰아주기 과세 부담도 덜었다. 기안코퍼레이션 측은 “대명엔터프라이즈의 사업군을 다각화하고 적자 구조를 흑자 구조로 전환하려는 의도”라고 해명했다.

“합병이 가장 쉬운 회피 전략”

정수기, 비데 등 생활용품 제조업체인 교원L·C는 2002년 자본금 22억 원으로 설립돼 10년 만인 2012년 자본금이 265억 원으로 늘어날 만큼 꾸준히 성장해왔다. 교원L·C는 자체 판매조직이 없어 제품 전부를 ‘빨간펜’ 학습지로 유명한 (주)교원을 통해 판매한다. (주)교원이 제품을 다 사가는 셈이라 교원L·C의 내부거래 비중은 사실상 100%. (주)교원의 최대주주는 장평순 회장이고, 교원L·C의 최대주주는 장 회장의 아들인 장동하 씨다. 교원L·C는 올 1월 (주)교원에 합병됐고, 장동하 씨는 일감 몰아주기 과세 부담에서 벗어났다. (주)교원 관계자는 “제조와 영업을 별도 회사에서 하다보니 비효율적인 측면이 있었다”며 “언젠가 합병했어야 할 것을 한 것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계열사와의 합병으로 내부거래 비율을 떨어뜨린 사례로 가장 주목받은 것이 지난 5월 SK C·C와 엔카네트워크(엔카)의 합병이다. 이는 SI(시스템 통합)와 중고차 매매라는 이종(異種) 간 결합이라 더욱 눈길을 끌었다. 엔카의 매출 규모가 SK C·C에 비해 작아도 내부거래가 거의 없기 때문에, 엔카 인수 후 SK C·C의 일감 몰아주기 비율은 64%에서 48%로 낮아졌다. 이에 따라 SK C·C의 최대 주주인 최태원 회장이 내야 할 일감 몰아주기 과세액은 80억 원에서 30억 원으로 대폭 줄었다. SK C·C 관계자는 “세금 부담이 준 것을 부인하지 않겠지만, 부수적인 효과이지 엔카 인수의 목적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대기업 SI업체의 공공사업 진출 제한, 일감 몰아주기 제재 등으로 SK C·C 처지에서는 신사업 발굴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에서 SK C·C의 IT 기술력과 엔카의 중고차 매매 노하우를 결합해 국내외 시장에서 온라인 중심의 중고차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것이 엔카 인수의 청사진이라는 것. 이 관계자는 “IT 시스템을 적극 활용해 연매출 2000억 원에 1000억 원의 이익을 남기는 호주 카세일즈닷컴이 엔카의 롤모델”이라며 “엔카를 중고차 매매 분야의 포털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수·합병 등 일감 몰아주기 과세 대상 기업의 내부거래 비율을 낮추려는 움직임은 앞으로도 자주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는 대표적인 일감 몰아주기 기업으로 꼽히는 현대글로비스가 3자 물류 확대를 위해 최근 형편이 어려워진 현대상선을 인수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SK C·C가 SK그룹 내 다른 계열사의 사업부 일부를 떼어올 가능성에 대해서도 말이 나온다. 이에 대해 SK C·C 관계자는 “신사업 발굴이 당면과제이기 때문에 여러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과세액의 부담보다는 ‘일감 몰아주기를 하는 기업’이라는 사회적 낙인이 기업으로서는 더 큰 부담”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괜한 오해를 털어내기 위한 움직임도 보인다.

두산그룹은 9월 1일자로 계열사 엔셰이퍼를 지주회사 (주)두산에 합병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계열사에 급여, 복지 등 지원업무를 제공하는 사업의 성격상 내부거래 비율이 69%에 달하지만, 매출이 120억 원 규모로 작고 (주)두산이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어 일감 몰아주기 과세와는 큰 인연이 없다. 두산 오너 일가는 이 회사를 (주)두산을 통해 간접 보유하고 있을 뿐이고, 그나마 3% 넘는 지분을 가진 개인도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5.15%),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회장(3.42%),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3.38%)에 불과하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엔셰이퍼를 설립한 2000년 당시에는 각 계열사의 총무 기능을 한데 모아 별도 회사로 설립하는 게 트렌드였다”며 “헌데 괜히 일감 몰아주기 오해를 살 수 있어 지주회사에 포함시키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자사가 과세 대상에 포함됐다는 사실이나 납부 세액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세액이 공개되면 누가 얼마나 일감 몰아주기 덕을 봤는지 서열이 나오는 셈인데 민감하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에 재계는 개별 기업이 아니라 재계 단체를 통해 공동으로 대응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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