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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뛰어든 농촌 | 로컬푸드 새 거점 김포농협 직매장

친환경 신선 직거래로 소비자, 농민 함께 웃다

당일 생산, 당일 소비

  • 최영철│주간동아 기자 ftdog@donga.com

친환경 신선 직거래로 소비자, 농민 함께 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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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씨 말대로 비닐하우스에선 똥거름 특유의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다. 오히려 소여물 같은 냄새가 조금씩 배어나왔다. 그는 로컬푸드를 시작하면서 친환경 농산물의 가치에 대해 새삼 느끼는 바가 많다. 요즘도 전염병이 돌아 어쩔 수 없을 때에만 농약을 치지 대부분 농약을 쓰지 않는다. 화학비료도 극히 조금만 쓰려고 노력한다. 그는 “볏짚 거름 방식의 경우 농업기술센터와 다른 농가에서 배우러 올 정도”라고 자랑했다.

“처음엔 저보고 다들 미친놈이라더니 요즘은 죄다 이 방식을 써요. 농사가 한편으론 좋은 게 하늘(기후)과 사람(중간 유통상인)은 거짓말을 해도 땅은 정말 진실하다는 거죠. 조금 있으면 친환경 인증도 받게 될 겁니다. 친환경농업의 중요성을 좀 더 일찍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기자가 1시간 동안 땀으로 범벅이 된 채 토마토와 씨름하는 동안, 강 씨 부부는 오이를 땄다. 오이는 상대적으로 따기 수월하다. 어느 정도 크기로 잘 자란 오이의 꼭지 부분을 가위로 잘라주면 된다. 수확한 토마토와 오이를 외바퀴 수레에 담아 포장대 위로 옮기려는데 보기엔 쉬워도 여간 어렵지 않다. 오른손과 왼손의 균형이 조금이라도 무너지면 수레가 넘어져 토마토와 오이가 모두 쏟아질 상황. 뒤뚱뒤뚱 낑낑대는데 강 씨가 외친다.

“어깨를 쭉 펴요. 중심을 잘 잡고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와요. 덩치는 산만한 사람이 그것도 못 옮깁니까.”

토마토와 오이를 포장대 위에 올려놓으니 강 씨의 부인이 잘 익은 오이를 하나 먹어보라고 권한다. 땀 흘려 목마른 데에는 오이가 최고란 걸 그제야 깨달았다. 왜 등산하는 사람들이 오이를 들고 다니는지 비로소 알 것 같았다. 한입 베어 물고 씹는 순간 싱그러운 오이 향이 입안에 확 퍼지며 목마름이 일순간 사라졌다.



하나로마트보다도 20% 싸

친환경 신선 직거래로 소비자, 농민 함께 웃다

김포농협 로컬푸드 직매장 천장의 CCTV. 농민들은 자기 농산물이 얼마나 팔리는지를 스마트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7시 50분. 토마토와 오이 포장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토마토를 반질거리도록 수건으로 잘 닦아 5kg들이 종이박스에 넣고 무게를 쟀다. 550g 초과. 토마토를 하나 빼내려니 강 씨가 말린다. “박스 무게가 300g인 데다 좀 넘치게 넣어야 소비자가 좋아해요.” 인심인지 상술인지 몰라도 정직하다. 넘치면 넘쳤지 절대 모자라게는 담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사달은 오이 포장에서 났다. 비닐 봉지에 오이 6개를 상품명이 잘 나오도록 예쁘게 담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많이 휜 오이는 예쁘게 포장하기가 정말 어렵다. 하지만 강 씨 부부의 손놀림은 득도의 경지에 이르러 있었다. 도사가 따로 없다.

“시간 없으니 기자님은 일단 토마토 상자를 차로 옮기세요. 남은 오이는 우리가 포장할 테니. 글만 써서 그런지 손재주는 영 꽝이네요.”

달리 할 말도 없고 해서 토마토 박스를 실어 날랐다. 위세에 놀란 사진기자도 토마토 나르는 걸 도왔다. 토마토를 연신 먹어가면서 말이다. 굵은(?) 몸이 위력을 발휘하는 순간이었다.

8시 10분 토마토와 오이를 차에 가득 싣고 김포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으로 다시 향했다. 출근 차량들 때문에 길이 좀 막히긴 했지만 1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매장에 도착하니 이미 다른 로컬푸드 회원 농민들이 아침에 수확한 농산물들을 해당 코너에 진열하느라 여념이 없다. 다행히 토마토와 오이 등 경쟁 작물 중에선 가장 일찍 도착했다. 단 5분 만에 진열 완료.

다음부터는 바코드 작업이다. 강 씨는 능숙한 솜씨로 바코드 입력기 버튼을 누르기 시작했다. 로컬푸드 매장에 납품하는 농민들은 모두 각자의 개인 코드가 있어 입력만 하면 생산자 이름, 연락처, 주소, 출하일자가 자동으로 찍혔다. 품목과 중량, 금액, 등급 항목 숫자는 일일이 눌러줬다. 토마토 5kg 한 상자의 가격은 1만1000원, 오이 6개들이 한 봉지는 2000원. 인근 하나로마트보다 20%나 싼 가격이다. 출력된 바코드 스티커를 상자마다, 봉지마다 잘 보이도록 가지런히 붙이고 진열대를 다시 정돈했다. 이제 소비자의 선택만 남았다.

“오늘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이제 다 끝났네요. 저는 집으로 돌아가서 아침 먹고 스마트폰으로 저희 매대만 열심히 보면 됩니다. 다 팔려서 다시 한 번 더 나오는 일이 벌어지면 좋겠는데.”

강 씨는 진열이 끝나자 가벼운 수인사를 하곤 차를 몰고 휑하니 돌아갔다. 진열대 천장 곳곳에 CCTV가 달려 있다. 엄경렬 김포농협 차장은 “엽채류같이 조금씩 가져다놓는 품목은 스마트폰을 통해 상황을 보고 하루에도 서너 번씩 납품하는 농민도 있다. 심지어 김포 로컬푸드를 처음 하자고 제안한 조기창(59) 씨는 자신이 당일 올린 농산물뿐 아니라 농사짓는 과정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카카오톡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일일이 알리고 있다”고 했다.

조 씨는 농어민후계자상, 새농민후계자상, 농림수산부(현 농림수산식품부)장관상 등 각종 농업 관련 상을 휩쓴 주인공으로 김포시가 운영하는 엘리농업대학 스마트학과에 입학해 블로그 운영 및 전자상거래를 배우고 있다. 실제 그는 K파머스라는 프로그램과 스마트폰을 이용해 농업 현장에서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통해 자신의 농산물을 홍보한다. 그는 “소비자에게 안전한 밥상을 제공하고 생산자에겐 안정적 소득이 보장되는 로컬푸드는 상황이 허락되는 대도시 주변에선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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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철│주간동아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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