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호

현대증권의 참 이상한 노사갈등

“4연임 노조위원장이 경영·인사 개입”(使) “외부 인사가 회사 망치고 있다”(勞)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3-09-25 10: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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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증권의 참 이상한 노사갈등

    7월 19일 현대증권 싱가포르법인 개소식이 열린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에서 윤경은 현대증권 사장(왼쪽에서 세 번째) 등 참석자들이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창립 51주년을 맞은 현대증권은 한때 한국을 대표하는 증권사였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현대증권이 주도한 ‘BUY KOREA’ 캠페인을 기억하는 이가 많다. 그랬던 현대증권이 노사갈등이라는 심각한 속병을 앓고 있다.

    민경윤(44) 현대증권 노조위원장은 “특별한 직책도 없이 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외부 인사 때문에 회사가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민 위원장이 언급한 외부 인사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측근으로 알려진 황두연 ISMG 대표다. 현대증권 노조의 고발을 계기로 현재 황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해외로 간 ‘어울마당’

    노조가 외부 인사의 부당한 경영 개입과 사측의 노조 파괴에 맞서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과 달리 현대증권 고위 경영진은 “노조위원장을 4번 연임하며 노조 상근만 14년째 하는 위원장이 정상적인 노조활동을 넘어 인사권과 경영권에까지 간섭하고 있어 노사 갈등이 깊어졌다”고 반박한다. 현대증권의 일부 직원도 “같은 직원이라도 노조위원장은 이른바 갑을관계에서 갑의 위치에 있다”며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어떤 피해가 돌아올지 우려스럽다”며 조심스러워했다. 현대증권 노사 갈등의 특이한 점은 이처럼 경영진은 물론 일부 직원들까지 노조위원장의 위세에 눌려 전전긍긍하며 눈치를 본다는 것이다.

    현대증권의 노사 대립은 단순히 사내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노사 갈등이라는 속병이 깊어지면서 현대증권의 경쟁력도 현저히 약화됐다. 금융정보업체 FN가이드가 발표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평가에서 현대증권은 지난해 16위, 올해 15위를 기록했다. 현대증권의 경쟁력 약화는 현대증권을 이용하는 고객과 주주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도대체 현대증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2009년 4월 말 현대증권 노조는 ‘조합원 총회’ 명목으로 백두산으로 향했다. 1100명이 참석한 당시 행사 비용은 1인당 경비가 100만 원 정도로 총 11억 원이 들었다. 소요 경비 가운데 70만 원은 노조가 부담하고, 나머지 30만 원은 개인이 부담했다. 일부 조합원은 자녀를 동반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증권 노조가 주도한 백두산 등반행사에는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노총 인사 여럿이 함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도 현대증권 노조는 전세기를 띄워 1000여 명이 중국 상하이를 다녀왔다. 당시 행사에는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의원과 사위, 천영세 전 민노당 의원과 이영희 지도위원,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박상철 금속노조 위원장, 신하원 정보경제연맹 위원장,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 이민 대우증권 노조위원장 등이 외부 인사로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 행사의 개인별 부담액은 20만 원이었다. 나머지 비용은 노조가 댔다.

    노조 초청으로 행사에 참석한 외부 인사는 비용은 부담하지 않았지만 별도로 찬조금을 냈다고 한다. 민경윤 노조위원장은 “조합원들의 경품 추첨 행사 등에 보태라며 외부 인사들이 개별적으로 찬조했다”고 말했다.

    현대증권은 2002년 해외 매각을 저지하기 위한 대정부 투쟁을 계기로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노동문화제’를 매년 진행해왔고, 2009년부터는 ‘노동문화제’를 ‘어울마당’으로 이름을 바꿔 행사를 진행해왔다. 현대증권 노조가 백두산을 다녀오고, 전세기를 띄워 중국 상하이를 다녀온 것은 ‘어울마당’으로 이름을 바꾼 이후다.

    조합원 총회를 이유로 전세기를 띄워 해외를 다녀온 것에 대해 현대증권 안팎에서는 ‘과했다’는 평가가 많다. 현대증권에 근무했던 한 인사는 “2009년이면 주식시장이 바닥을 치고 있을 때라 많은 투자자가 큰 손실을 보고 있었다. 아무리 노조 행사라고는 하지만 투자자가 손실을 입는 시점에 단체로 해외여행을 다녀온 것은 부적절했다. 한마디로 오버다”라고 말했다.

    노조에 입사했다?

    1996년 7월 현대증권에 입사한 민경윤 노조위원장은 3년 6개월 동안 서울 모 지점에 근무한 것을 제외하고 2000년 1월부터 지금까지 줄곧 노조 상근자로 근무해왔다. 14년째 상근자로 근무하는 그를 두고 현대증권 내부에서는 “현대증권에 입사한 것이 아니라 현대증권 노조에 입사했다”는 말이 나온다.

    민 위원장은 2000년 1월~2001년 6월말 현대증권 노조 제7대 집행부 사무국장, 2001년 7월~2004년 말 현대증권 노조 제8대 집행부 부위원장을 지냈다. 2005년 1월~2007년 10월 말 제9대 노조위원장을 지냈고, 2007년 11월~2010년 7월 제10대 위원장으로 연임했다.

    10대 노조위원장 임기는 2010년 10월말까지였다. 그러나 노조는 임기 만료 6개월을 앞둔 2010년 4월에 후보등록을 받고 조기에 선거를 실시했다. 출마 요건도 한층 강화했다. 이전 노조위원장 선거에서는 위원장 후보를 포함해 러닝메이트 2명이 출마하도록 했던 것을 이때부터 위원장 후보 포함 러닝메이트 3명으로 총 4명이 동시에 출마하도록 했다. 조기에 선거를 실시하고 출마요건을 강화한 것을 두고 현대증권 일부에서는 “민 위원장이 3연임을 하기 위해 꼼수를 쓴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현대증권의 한 직원은 “지점에서 영업을 뛰는 사람은 입사동기 만나는 것조차 쉽지 않다. 그런 마당에 다른 직군의 사람과 러닝메이트로 의기투합해 노조 경선에 나간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고 전했다.

    2010년 4~5월에 걸쳐 치러진 11대 노조위원장 선거에는 2명의 경쟁 후보가 출마했다. 선거기간 중 한 후보는 ‘일신상의 이유’를 들어 사퇴했고, 3연임에 도전하는 민 위원장과 정모 후보 등 두 후보의 맞대결 구도로 치러졌다. 민 위원장 등은 당시 현대건설 인수를 둘러싸고 범(汎) 현대가(家)가 인수전에 나서는 상황을 언급하며 ‘현대그룹의 경영권 위기는 조합원의 고용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이에 맞서는 정모 씨 등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노사관계 구축’과 ‘임금, 복지를 향상시키는 실용노조’를 기치로 내걸었다.

    양자 대결로 치러진 11대 노조위원장 선거는 부정선거 시비로 얼룩졌다. 선관위와 양 후보 진영에서 지점 분회 투표일자를 5월 7일 하루로 합의했던 것을 선관위가 5월 6일부터 7일까지 양일간 실시하는 것으로 투표기간을 연장한 것이 논란을 불렀다. 우여곡절 끝에 실시된 투표에서 민 위원장은 67.3% 득표로 3연임에 성공했다. 정모 후보는 30.2% 지지를 받는 데 그쳤다.

    부위원장 후보 3명 확보해야

    선거는 끝났지만 후유증은 계속됐다. 낙선한 측에서 노조임원선거 무효 소송과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소송 등을 잇달아 제기한 것. 그러나 법원은 두 건의 소송을 모두 기각했다.

    소송이 마무리된 뒤 지난해 1월 노조는 중앙집행위원회와 전국대의원대회를 열고 낙선한 경쟁 후보와 함께했던 러닝메이트와 선거운동원 등 7명에 대해 조합원 제명을 결의했다. 선거에 출마해 민 위원장과 경쟁했던 정 씨는 선거 직후 노조를 자진사퇴해 제명 대상에서 빠졌다. 그러나 정 씨와 함께 러닝메이트로 출마한 이들과 선거관리위원, 선거운동원으로 활동한 이들은 모두 제명됐다. 노조가 밝힌 이들의 제명 사유는 ‘노조 임원 선거 과정에 회사의 개입과 이에 동조한 사실’ 등이 이유였다. 정 씨는 “노조 측의 고발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경선에 나선 상대 후보 진영 인사들을 제명한 것을 두고 현대증권 일부에서는 ‘경선으로 3연임에 성공한 민 위원장이 잠재적 경쟁 상대 진영을 초토화함으로써 다시는 경선에 나서지 못하게 싹을 자르려 한 것’이란 얘기가 나왔다.

    경쟁자들을 제명한 덕분인지 몰라도 민 위원장은 지난 7월 치러진 제12대 노조위원장 선거에 단독 출마해 순조롭게 4연임에 성공했다. 임기는 2016년 6월 말까지다. 만약 그가 임기를 채우면 16년간 노조 상근자로 근무하고 그 가운데 12년을 노조위원장으로 재임하는 진기록을 세우게 된다.

    그가 노조위원장에 4연임하는 동안 노조위원장 출마요건은 매번 조금씩 달라졌다. 그가 위원장이 되기 전에는 위원장을 포함해 부위원장 후보 1명이 러닝메이트로 출마했다. 그가 처음 위원장 후보로 출마한 9대 선거 때에는 러닝메이트 수를 2명으로 늘려 위원장 후보를 포함, 총 3명이 함께 출마하도록 출마 요건을 강화했고, 연임에 나선 10대 선거 때부터는 3명 동시 출마를 의무조항으로 규정했다. 즉 부위원장 후보를 최소 2명 이상 확보해야 위원장 출마가 가능하도록 요건을 강화한 것. 경선으로 치러진 11대 선거 때부터는 러닝메이트 수를 1명 늘려 위원장 후보를 포함 모두 4명이 러닝메이트로 출마하게 하는 등 요건이 한층 까다로워졌다.

    “러닝메이트 요건을 강화하면 누구에게 유리하겠어요? 기득권이라는 게 있지 않겠어요? 노조 상근자로 몇 년 동안 조합원을 만나고 다니면서 밥 먹고 차 마시던 사람과, 지점에 처박혀서 영업 현장을 뛰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출마해 전국 조합원을 상대로 한 노조 선거에서 맞붙어 승리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하겠어요?”

    현대증권 전직 조합원의 얘기다. 노조 규약에는 위원장이 연임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지만 민 씨가 노조위원장을 맡기 전까지 현대증권 노조위원장은 단임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고 한다. 4연임에 성공한 민 위원장이 5연임에도 성공할지 주목된다.

    노조 상근자 최혜우 조항

    현대증권의 참 이상한 노사갈등

    2010년 10월 여의도 현대증권 앞에서 현대증권 노조원들이 ‘현대건설 인수 참여 반대 및 무능 경영진 규탄’ 집회를 갖고 있다.

    13년 넘게 노조에서 상근자로 활동하면서 민 위원장은 노조 상근자에 대한 최혜우 조항을 적용받아 대리에서부터 부장대우까지 입사 동기 평균보다 빠르게 승진했다. 현대증권 단체협약 제23조 제6항에는 ‘(노동조합) 전임기간 중에 전임시의 동등자가 승진했을 경우 사용자는 전임 간부에 대해 전임 시 동등자에 준해 대우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노조 상근자의 동기 중 승진자가 나오면 상근자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함께 승진시키는 것이다.

    현대증권은 승진연한제를 운영하고 있다. 4급이 6년, 대리는 4년이다. 과장, 차장, 부장대우는 최소 2년에서 평균 4년의 최소 승진연한 규정을 두고 있다. 1996년 입사한 민 위원장은 2000년 1월부터 노조 상근자로 근무하며 대리, 과장, 차장을 거쳐 부장대우까지 승진했다.

    2600여 명이 근무하는 현대증권의 노조 가입자는 약 2000명. 조합원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현대증권은 업계에서 최상의 근로조건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2년 콜센터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했고, 정규직 채용 원칙을 적용한 덕에 최근 3년간 정규직 비율은 94.4%에 달한다. 급여도 최근 2년 동안 9.3% 인상돼 모든 직급이 경쟁사 대비 3~8% 상회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복리후생제도 역시 업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다. 주택자금과 생활안정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고, 학자금, 의료비 혜택 등을 제공받는다. 그밖에도 피복비, 명절 귀성비, 치과·한방 치료비 등 다양한 혜택이 있다. 증권업계 한 인사는 “현대증권은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 비중이 적은 대신 타 증권사에 비해 직원에게 많은 복리후생 혜택을 제공한다”며 “증권업계에 나도는 우스갯소리 가운데 ‘신도 다니고 싶어 하는 직장이 현대증권’이란 얘기가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소송 부른 ‘노조위원장 통신’

    노조위원장이 4연임으로 장기집권하면서 사측은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새로운 최고경영자가 임명될 때마다 노조 주도로 불신임 투표와 설문조사를 벌인 탓에 리더십이 크게 손상된다고 보기 때문. 한 임원은 “민 씨가 노조위원장을 맡는 동안 CEO만 5명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현대증권 한 고위 간부는 “2007년 이후 최고경영자가 임명될 때 노조에서 불신임 투표와 설문조사를 진행한 횟수가 4회에 달한다”며 “2007년 가두시위 당시 모욕행위로 노조위원장이 150만 원의 벌금형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노조가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업계 최고 대우를 받는 것으로도 모자라 경영진의 고유 권한인 경영적 판단과 인사권에까지 개입하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대증권 임원급 이상 간부들에게 노조위원장 민 씨는 공포의 대상이다. 한 고위급 인사는 “민 씨에게 찍히면 두고두고 시달림을 당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민 씨는 지난해 9월 ‘노조위원장 통신’이란 이름으로 “김OO 전무의 PB본부체제…10월로 붕괴됩니다. 영업직원들에게 엿을 먹인 PB본부가 살아남을 것이라고 생각하세요!!! 제가 분명히 치를 떨 것이라고 했습니다…반드시 보여드리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또한 “10월부터 본사는 뜨거운 열기로 가득할 것입니다…PB 추진부의 몰락, 준법감시본부와 감사본부의 공멸…기획실의 공중분해…IB와 PI의 추락…제대로 보시게 될 것입니다…제가 지금 화가 많이 나 있는 상태입니다…건드리면 가만히 안 둡니다. 화가 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고…용서할 마음이 전혀 없다는 뜻이죠…”라는 글을 올려 사측으로부터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발됐다.

    또 다른 간부급 임원은 “사외이사에 임명된 후보자에게 협박성 내용증명우편을 발송하고, 현대건설 인수와 현대저축은행 증자, 싱가포르 현지법인 설립 등 경영진이 내린 경영상 결단에 대해서까지 지속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명백한 경영권 간섭행위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강력한 노조에 힘입어 직원에 대한 복리후생은 동종업계에 비해 대폭 강화됐지만, 현대증권의 명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빛이 바래고 있다. 한때 한국 증권계를 대표했던 현대증권은 올해 매출액 톱10에 랭크되는 데 만족하는 평범한 증권사로 전락했다. 더욱이 증권사의 두뇌라 할 수 있는 리서치센터 평가에서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정규직 비율이 95%에 육박하고, 전세기를 빌려 해외로 조합원 총회를 떠날 만큼 조합원에게는 천국이 됐지만, 정작 현대증권을 살찌울 투자자들은 끊이지 않는 노사 갈등에 염증을 느낀다.

    현대증권 한 임원은 “누가 CEO로 오더라도 최고경영자는 경영에 대한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의욕적으로 일하려는 최고경영자를 겨냥해 신임 투표를 남발해 리더십에 상처를 입히면 결국 회사 전체가 피해를 본다”며 “현대증권이 바로서야 함께 일하는 직원에게도 미래가 있는 것 아니겠나. 노조가 경영진을 흔들어대면 그 반사이익은 결국 경쟁사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interview]

    민경윤
    현대증권 노조위원장

    “언제든 물러날 각오로 일한다”

    현대증권의 참 이상한 노사갈등

    민경윤 현대증권 노조위원장

    민경윤 현대증권 노조위원장은 4연임에 성공한 최장수 노조위원장답게 모든 사안에 대해 차분하면서도 자신 있는 어조로 인터뷰에 응했다. “부가가치세를 내고 있다”는 말로 조합비를 투명하게 운용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처음 노조위원장이 됐을 때 조합비로 2억 원을 인계받았는데, 지금은 수십억 원이 됐다”며 “현대증권 노조원이 주축이 된 신용협동조합 기금 300억 원을 운용하는 대표도 맡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9월 11일 1시간 동안 전화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 노조위원장에 4연임했는데,

    “부끄럽다. 언제든 물러날 각오로 일하고 있다.”

    ▼ 노조 규약에는 위원장 연임 제한 규정이 없나.

    “연임할 수 있다고 돼 있다.”

    ▼ 노조 상근자로 14년 일하고, 위원장을 4번 연거푸 맡게 된 이유가 뭐라고 보나.

    “위원장 한 번 하고 그만두려고 했는데, 그때마다 (현대)그룹 비자금 문제가 터졌다. 내가 위원장 때 시작된 일이니 (조합원들이) 마무리하라고 해서 계속하게 됐다.”

    “회사가 강제로 승진시켜”

    ▼ 노조 상근자로 근무한 덕에 최혜우 조항 혜택을 받아 승진했다고 들었다.

    “사실과 다르다. 과장에서 차장 승진 때는 사측에서 나를 승진에서 누락시켰다. 그래서 부당노동행위로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 제소해 구제받은 적이 있다. 차장에서 부장대우로 승진할 때는 오히려 내가 사측에 ‘(1차로) 승진하지 않겠다’고 통보하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명단에 포함되지 않으면 승진 명령을 낼 수 없다면서 회사가 강제로 승진시켰다.”

    ▼ 경선으로 치러진 2010년 11대 선거 이후 경쟁 후보 진영 인사들을 노조에서 대거 제명한 이유는.

    “처음부터 제명한 건 아니다. 선거 끝나고 한참 뒤에 유모 씨가 노조 선거에 사측의 개입이 있었다는 양심선언을 했다. 녹취록과 증거가 다 있다. 그 얘길 듣고 노조에서 ‘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고, 절차에 따라 제명한 것이다. 또 제명된 이들 가운데 진심으로 반성하고 (노조와) 함께하려는 사람은 다시 (조합원으로) 받아들였다.”

    ▼ 당시 7명이 제명된 것으로 아는데, 누가 조합원으로 복귀했나.

    “(제명된 조합원이) 7명이 아니라 8명이었다. 양심선언한 유 씨가 진심으로 반성하고 다시 조합에 함께하고 싶다고 해서 받아들였다. 그가 양심선언한 후 사측과 관련된 조합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현재 서울 남부지검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다. 과거에도 노조에 침투했다가 다시 회사로 돌아간 사람이 여럿 있다.”

    ▼ 노조위원장 선거가 진행될 때마다 출마 요건이 강화됐다. 현 위원장에게 유리하게 바뀐 것 아닌가.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여성 30% 할당 권고를 지키려 여성 러닝메이트 후보를 찾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었다. 3명이든 4명이든 러닝메이트를 구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 경선으로 치러진 2010년 11대 노조 선거는 4월에 선고공고를 하고 5월에 선출했다. 임기 종료를 6개월가량 앞두고 노조 선거를 앞당겨 치른 이유는.

    “그해 7월 1일 노조 전임자 임금 폐지 시행이 예정돼 있었다. 그때 상근자 5명 가운데 3명이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선거를 앞당겼다.”

    “부가가치세 낸다”

    ▼ 노조 상근자 임금 지급은 어떻게 하나.

    “전임자 5명에게 임금을 지급하기로 사측과 합의했다. 원래 7명인데 6명으로 줄였다. 그리고 (7월 1일) 이후에는 5명만 사측으로부터 임금을 지급받고 1명은 노조에서 월급을 준다.”

    ▼ 전세기를 띄워 1000명이 넘는 노조원이 백두산과 상하이를 다녀왔던데.

    “백두산에는 전세기를 띄우지 않고 4개 조로 나눠 여러 경로를 거쳐 옌지에서 집결했다. 상하이 갈 때는 전세기를 띄운 게 맞다.”

    ▼ 그 많은 조합원이 백두산과 상하이를 다녀오려면 큰돈이 들었을 텐데.

    “노조원들이 매달 월급에서 갹출해 비용을 모았고, 노조도 경비를 절약해 보탰다. 나는 부가가치세를 꼬박꼬박 내는 노조위원장이다.”

    ▼ 부가가치세를 낸다는 게 무슨 뜻인가.

    “세금계산서를 발행한다는 얘기다. 그만큼 자금을 투명하게 집행한다.”

    ▼ 노조가 관리하는 조합비가 얼마나 되나.

    “처음 노조위원장이 됐을 때 2억 원 정도 인수했다. 지금은 수십억 원이 됐다.”

    현대증권 노조 조합비는 매달 1억 원, 연간 12억 원 정도 걷힌다.

    ▼ 노조가 재테크를 잘한 건가.

    “우리 노조는 현대증권 주식을 꾸준히 산다. 5000원, 6000원 할 때 산 주식을 3만 원이 넘었을 때 많이 팔았다.”

    ▼ 백두산과 상하이 행사에 민주노총 등 외부 인사가 많이 참석했던데.

    “조합에서 초청한 인사들이다.”

    ▼ 그들의 여행경비는 어떻게 했나.

    “초청한 분들께 경비를 따로 받지는 않았다. 그래도 그분들이 빈손으로 오지는 않았다. 행사 때 제비뽑기 같은 경품 행사에 쓰라고 찬조금을 주셨다. 또 상하이 행사에 참석한 사측 인사들에게 (노조가) 호텔과 차량, 식사를 제공했다.”

    “나도 곧 해고하려 들 것”

    ▼ 최고경영자가 바뀔 때마다 신임 투표를 했던데.

    “김중웅 회장이 왔을 때 조합원 의견을 물은 일이 있다. 결재권 없는 회장으로 부임해 월급의 반을 현금으로 받아가셨다. 최경수 사장 때는 떠나기 한두 달 전에 (신임 투표를) 실시했다. 금융투자협회장에 출마하겠다면서, 당선되면 (현대증권을) 떠나고 낙선하면 남는다고 해서 조합원 의견을 물은 것이다. 두 번 모두 퇴진운동을 벌인 게 아니라 조합원 의견을 물은 것이다. 윤경은 현 사장이 왔을 때도 찬반투표를 통해 조합원들에게 신임도를 물은 것이다.”

    ▼ 노조가 황두연 ISMG 대표의 경영 개입과 비자금 조성 의혹을 제기하며 검찰에 고발하면서 노사 갈등이 증폭됐다는 시각이 있다.

    “사측이 노조 파괴 공작을 하고 있다. 부위원장 2명은 이미 징계위에 회부돼 있다. 위원장인 나도 곧 해고하려 들 것이다.”

    ▼ 황 대표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한 근거자료를 갖고 있다면 공개할 용의가 있나.

    “검찰이 현재 수사 중이다. 지금 뭐라 얘기할 수 없다. 다만 황두연 씨와 윤경은 사장은 경성고 동기 동창이고, 두 사람이 솔로몬저축은행 때부터 거래해온 내역을 알고 있다.”

    ▼ 노조위원장으로 재임하면서 사측을 상대로 27건이 넘는 고발을 했다고 들었다.

    “그보다 많을 것이다. 겉으로 내가 드러나지 않게 다른 고발도 많이 한다.”

    ▼ 사측과 관련한 고발 건 가운데 24건이 기각됐다고 하던데.

    “기각된 게 아니다. 사측의 요청으로 (고발을) 취하해준 건이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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