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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의 일상을 점유하라” 복합쇼핑몰의 ‘신세계’ 연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 배수강 기자 | bsk@donga.com

“고객의 일상을 점유하라” 복합쇼핑몰의 ‘신세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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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프랑스 파리 유통업체 탐방 중 알디(Aldi) 매장을 방문했을 때는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알디는 ‘유럽판 다이소’로 불리는 하드 디스카운트 기업. 정 부회장이 수행원과 매장 구석구석을 꼼꼼하게 둘러보자 매장 직원이 수상하게 여겨 신분 확인을 요구한 것이다. 정 부회장은 “한국에서 소매업을 하는 사람인데, 알디의 경쟁력을 살펴보러 왔다. 점장을 만나 물어봐도 되겠느냐”고 부탁했다. 알디 매장 점장은 뿌듯해하며 그 자리에서 1시간 동안 정 부회장 일행의 질문 공세에 답했다. 나중에 정 부회장의 ‘정체’를 알게 된 점장은 무척 놀랐다고 한다. 신세계의 한 관계자도 비슷한 사연을 들려줬다.

“정 부회장은 국내 업체는 물론 해외 유통 관련 박람회도 부지런히 찾아 다닌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경영철학 때문이다. 그가 몇 해 전 독일에서 열린 집기·인테리어 박람회에 여러 임직원과 동행한 적이 있는데, 정 부회장의 의전을 챙기려는 임원들이 뒤따르자 단호하게 ‘각자 업무에서 필요한 것을 배워야지 나만 따라다녀서야 되겠냐”며 ‘해산’시키고는 내내 수행원 한 명과 박람회를 돌아봤다. 그때 정 부회장을 다시 봤다. 소탈하고 따뜻한 인간적 매력이 과거 ‘10만 팔로어 대군’을 모은 이유가 아닌가 생각했다.”

상생협력 모델 구축

이를 두고 신세계 안팎에서는 이병철 선대회장의 ‘고객제일주의’ 영향으로 분석하지만, 정 부회장은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간다.

“진정한 소비자 이익은 유무형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토털 솔루션’을 제시할 때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고객과 현장의 소리에 귀 기울여 우리가 먼저 차별화를 단행하고 고객에게 제안할 수 있어야 유통업 본연의 기능을 다하는 것 아닌가.”



요즘 그가 ‘토털 솔루션’의 한 방편으로 삼고 주목하는 분야가 이마트 가정간편식 PL(Private Label, 제조업체가 아닌 유통업체의 상표를 붙여 판매하는 상품) ‘피콕(PEACOCK)’이다. 신제품 품평회가 있을 때면 개발 상품을 모두 직접 시식하며 R·D팀과 의견을 나눈다.

정용진호의 미래가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모바일·온라인 시장과 달리 오프라인 시장은 불황이 계속되고, 해외 직구(직접 구매)와 해외 쇼핑이 일반화한 상황에서 그야말로 유통의 ‘신세계’를 열어야 한다.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의 잇단 출점으로 ‘골목상권 침해’ 논란의 중심에 선 만큼 상생협력 모델도 구축해야 한다.

지자체가 나서 대형마트 영업일을 규제했지만, 그렇다고 전통시장이 웃은 것도 아니다. 전통시장 매출액은 2009년 22조 원, 2010년 21조4000억 원, 2013년 19조9000억 원으로 뒷걸음질쳤고, 대형마트 또한 의무휴업 전인 2011년 2.9% 성장에서 2014년 -3.4%로 위축되는 등 실적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신세계의 이 분야 담당부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고객의 일상을 점유하라” 복합쇼핑몰의 ‘신세계’ 연다
“대형마트의 휴일 영업을 제한한다고 손님들이 전통시장으로 몰리는 게 아니다.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중소기업과 1차산업 관계자들도 영업제한조치에 불만을 토로한다. 정 부회장은 양측을 모두 만족시키는 새로운 전략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이에 따라 회의와 토론, 해외사례 연구를 통해 ‘신상생 플랜’을 만들었다.” 고심 끝에 내놓은 ‘신상생 플랜’은 △전통시장 주변 점포에서의 신선식품 판매 중지 △전통시장의 우수 상품 입점 △국산 농축산물 육성 전략 등이다.

신세계는 지난해 9월 ‘신세계그룹-전국상인연합회 상생선포식’을 열고 전통시장 내 점포에서 신선식품 92개 품목(40억 원)을 철수시켰다. ‘전통시장 우수상품 페어’를 열어 경쟁력 있는 전통시장 상품을 신규 브랜드로 개발해 스타상품화하는 ‘상생 모델’도 찾아냈다. 상생 모델의 대표 상품은 서울 광장시장의 ‘순희네 빈대떡’이다. 순희네 빈대떡이 이마트에 입점해 대박을 터뜨리자 4월 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전통시장 우수상품 페어’에는 전국의 전통시장에서 제2의 순희네 빈대떡을 열망하는 맛의 달인들이 모여들었다. 신세계푸드 R·D센터와 이마트 바이어들도 TF팀을 구축해 브랜드화 상품 개발을 돕고 있다.

3월부터 국산 농축산물을 육성하는 ‘국산의 힘’ 프로젝트는 새로운 도전이다. 판로나 매입량 확대에 그치지 않고, 경쟁력 있는 품질에 도달하도록 마케팅, 디자인, 브랜딩을 집중 지원해 농가 경쟁력을 높여주는 프로젝트다. 생산자들에게는 농축산 선진국 연수 기회를 주고 신세계의 경제적 지원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정 부회장은 이러한 상생 전략을 바탕으로 “느리지만 함께 가겠다”고 말한다.

“소걸음(牛步)으로 만리(萬里)를 간다고 하지 않나. 그러한 우직한 발걸음들이 모인다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결국은 우리 목표에 도달할 것으로 본다. 늦더라도 철저하게 고객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고객의 니즈를 충족하는 상품과 매장 동선(動線)을 개발하고, SNS를 활용해 고객과 소통하면서 우리의 비전을 하나하나 실천에 옮겨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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