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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스토리

1500만원 스타트업의 만화 같은 ‘100억 대박’

성인만화 ‘레진코믹스’ 성공기

  • 김지은 객원기자 | likepoolggot@empal.com

1500만원 스타트업의 만화 같은 ‘100억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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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70% 작가에게 분배

만화가만 탓할 수는 없다. 공들여 취재해 스토리를 잘 짤 여건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화시장의 몰락은 1990년대부터 예견됐다. 만화가들은 트래픽을 유인하는 미끼로 만화를 활용한 포털에도 감지덕지하는 수밖에 없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포털에 만화를 넘겼고, 연재를 진행하는 동안에만 지급되는 고료로 생계를 이어가야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재의 단순화, 장르의 획일화가 빚어졌다. 또 다른 문제는 무료 배포 웹툰의 가장 큰 소비자층이 청소년이라는 점이다.

“포털이 웹툰을 서비스한 지 10년이 넘었어요. ‘만화를 누가 돈 주고 보나’라고 생각할 만하죠. 요즘에는 인터넷에서도 영화든 음악이든 문화 콘텐츠를 즐기려면 돈을 내야 합니다. 만화만 그렇지가 않았어요. 청소년이 웹툰의 주요 소비자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던 겁니다.”

웹툰 서비스의 목적이 트래픽 확장인 만큼 무거운 주제를 다룬 작품은 환영받기 어려웠다. 그 결과 만화시장은 유머 코드 일색으로 획일화했다. 만화가가 운신할 폭은 좁아졌다. 과거에는 출판 매출에 따라 고료를 지급받은 반면 웹툰 시대에는 계속 작품을 그려 웹에 올리지 않으면 생계를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 취재·준비 과정이 긴 작품을 집필하기가 어려워졌다.

만화 스타트업에 성공하려면 ‘돈 내고 보고 싶은’ 콘텐츠가 필요했다. 포털이 제공하는 무료 웹툰과는 차원이 다른 양질의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해 구매력 있는 성인이 지갑을 열게끔 하면 승산이 있다고 봤다.



결제를 하고 콘텐츠를 이용할 때 불편함이 없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특히 중요했다. 다음 회를 읽어야 하는데, 결제 시간 탓에 흐름이 막히면 맥이 빠진다. 돈을 쉽게 지불해 만화를 보는 플랫폼 개발이 필요했다.

“‘돈이 돼야 한다’는 것은 만화 스타트업으로 수익을 내겠다는 단순한 의미가 아니었습니다. 만화가들이 좋은 작품을 그려내려면 안정적 수익구조가 필요합니다. ‘돈이 돼야 한다’는 것에는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겠다는 뜻이 포함돼 있습니다. 레진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매출 103억 원 중 63억 원을 작가들에게 배분했습니다. 구글과 애플 등에 지급하는 결제 수수료를 제외한 전체 매출의 70%를 작가들에게 나눠준 셈이죠. 또한 건강검진 서비스 등 다양한 방식으로 프리랜서인 작가들을 지원합니다.”

쉽고 편하게 지갑 열어야

창업 멤버들조차 레진엔터테인먼트의 초고속 성장을 예상하지 못했으나 이들은 막힘없이 ‘다음’ ‘그다음’을 준비한다. 그들만의 비결이 있다.

상당수 스타트업은 ‘다른 회사에서 따라 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라는 딜레마에 직면한다. 웹툰 유료 결제 서비스를 통한 만화 생태계 복원을 얘기할 때도 많은 사람이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레진엔터테인먼트의 대답은 하나다.

“우리에겐 다른 곳에는 없는 콘텐츠가 있다.”

콘텐츠와 관련한 자신감을 뒷받침한 것은 기술력이다. IT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베테랑이던 창업 멤버들은 확보한 콘텐츠를 사용자가 가장 쉽고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차용했다.

“결제 방식은 게임머니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왔습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방식을 이용하면 독자들이 한 회를 읽을 때마다 신용카드로 결제 절차를 밟아야 해 외면당할 게 뻔하더라고요. 콘텐츠뿐만 아니라 결제 방식도 싸구려가 아니어야 성공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용자가 돈을 내고 만화를 볼 때 막힘이 없도록 하는 게 기술력이죠.”

레진코믹스의 기술력은 다양한 호환성에서도 엿보인다. 웹툰이라고 해서 모바일에서 사용이 불편하거나 특정 브라우저에서 서비스되지 않으면 곤란하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었다. 언제 어디서, 어떤 매개체를 이용하더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성공한다는 이들의 예상은 멋지게 적중했다.

“안드로이드 버전으로 가장 먼저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고정관념 탓에 웹사이트 개발을 먼저 했다면 개발 기간이 장기화해 성공 가능성이 낮았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는 안드로이드폰을 사용하는 사람이 전체의 90%를 차지할 만큼 비율이 높았고, 사용자들이 카카오게임과 같은 구글플레이 결제 시스템에 익숙한 상황이라 접근이 쉬우리라 판단했습니다. 구글플레이는 즉시 환불이 가능해 앱스토어보다 고객 친화적입니다. 성인 콘텐츠가 포함돼 있는 만큼 검열에 제한이 적은 것도 구글의 장점이었습니다. 기술적으로도 안드로이드용을 개발한 후에 아이폰용을 출시하는 쪽이 쉬웠고요. 개발자들의 실력이 뛰어나 예상보다 빠르게 안드로이드와 아이폰, 웹사이트를 모두 오픈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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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객원기자 | likepoolggot@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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