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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허브공항, 프랑스 드골공항의 경쟁력

  • 이정훈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oon@donga.com

세계적 허브공항, 프랑스 드골공항의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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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을 동북아 최대의 중심공항으로 만들려면, 인천공항과 주변 도시의 교통 연계성이 좋아야 한다. 인천공항은 국제선 전용이고 국내선 전용은 김포공항이다. 때문에 부산을 최종 목적지로 한 승객은 인천공항에서 김포공항으로 이동한 다음 다시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부산으로 날아가야 한다. 부산의 김해공항도 부산 시내에서는 멀리 떨어져 있으므로 그는 김해공항에서 다시 버스나 택시를 타야 한다. 여행 과정이 길고 복잡하면 사람은 지치고, 교통은 복잡해진다.

프랑스로 시선을 옮겨보자. 프랑스 역시 드골2공항은 국제선 위주, 오를리공항은 국내선 중심으로 운영한다(그러나 미국과 아프리카 등지로 이어지는 국제선은 오를리공항에서 도착·출발한다). 드골2공항과 오를리공항도 인천공항과 김포공항만큼 멀리 떨어져 있다.

프랑스 제2의 도시인 마르세유는 파리에서 900㎞쯤 떨어져 있다. 때문에 마르세유를 최종 목적지로 하는 승객은 드골2공항에 내려 오를리공항으로 이동한 후, 그곳에서 국내선 비행기로 갈아타고 마르세유공항으로 날아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다시 버스나 택스를 타고 최종 목적지로 이동해야 한다. 프랑스는 승객의 이러한 고단함을 드골2공항에 TGV 열차를 끌어들임으로써 크게 덜어 주었다.

드골2공항의 쉐라톤호텔 지하에는 거대한 기차역이 있다. 이 역에는 마르세유를 비롯한 프랑스 각 도시로 이어지는 국내선 TGV와 벨기에의 수도인 브뤼셀로 가는 국제선 TGV가 들어온다. 오를리공항을 이륙한 비행기가 마르세유공항에 도착하는 데는 1시간30분이 걸린다. 그러나 드골2공항에서부터의 이동과 대기시간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3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드골2공항역에서 출발한 TGV는 3시간 남짓한 시간 안에 마르세유 도심에 있는 역에 도착한다. 이러니 마르세유 행 승객은 오를리공항으로 가지 않고 드골2공항에서 시간마다 출발하는 TGV를 타게 되는 것이다.

드골2공항에 철도를 연결한 것은 드골2공항과 오를리공항 사이의 교통량을 현저히 줄인 것 외에 다양한 효과를 가져왔다. 1970년 7월7일 한국은 경부고속도 개통을 계기로 주력 교통체제를 철도에서 고속도로로 바꾸었다. 이러한 정책 변화 덕분에 한국은 세계 5위의 자동차 대국으로 발전했지만, 열차 산업은 퇴보를 거듭했다. 반면 프랑스와 일본은 자동차 산업과 함께 열차 산업을 발전시켜, 시속 300㎞의 고속열차를 개발해 냈다. 철도는, 더군다나 요즘 열차는 대부분 전철(電鐵)이기 때문에 자동차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공해 배출량이 적다. 버스나 트럭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인원과 물자를 수송한다는 장점도 있다. ‘열차 르네상스’ 시대가 열린 것이다.



집약적인 공간 이용

한국은 전국이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고 난 후에야 열차의 가치를 재평가했다. 그리하여 프랑스의 TGV 기술을 들여와 2002년 완공을 목표로 경부고속철도를 짓게 되었다. 한 전문가는 “경부고속철도가 완공되면 수원이나 안양쯤에서 인천공항까지 지선을 깔아, 부산을 최종 목적지로 한 승객은 인천공항역에서 고속철도를 타고 바로 부산 시내로 가게 하라”고 권유했다. 그는 또 이렇게 조언했다.

“한국에 도입되는 고속전철은 프랑스의 TGV와 같은 형이다. TGV는 TGV 전용노선뿐만 아니라 일반 전철선로도 달릴 수 있다. TGV 전용노선은 굴곡과 경사가 거의 없어 시속 300㎞로 달릴 수 있으나, 굴곡과 경사가 있는 일반 전철선로에서는 100㎞ 내외로 달리는 차이점만 있다. 부산으로 가는 승객을 태운 TGV는 300㎞로 달리나, 호남으로 가는 TGV는 일반 철도선이 연결된 천안 이남에서는 시속 100㎞ 정도로 달리면 된다.”

장차 통일 한국시대가 열린다면 인천공항은 한반도 전역은 물론이고 중국 만저우(滿洲)의 대도시까지 잇는 철도의 연결점이 되어야 한다.

한국에서 철도는 아직도 국영 사업이다. 그러나 철도는 무조건 정부가 건설해야 한다고 믿는 것은 구시대적 사고다. 일본만 해도 일본 철도청이 건설한 국철(JR)과 민간기업이 건설한 다수의 사철(私鐵)이 여객과 물자를 실어 나르고 있다. 한 프랑스인 전문가의 말이다.

“인천공항이 있는 영종도를 육지와 연결하는 다리는 영종대교 하나 뿐이다. 아직은 교통량이 많지 않아 문제가 없지만, 교통량이 폭주할 경우 이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대형 버스나 트럭이 영종대교나 신공항 하이웨이에서 전복됐다고 가정해 보자. 그 즉시 엄청난 교통 체증이 일어나 비행기를 놓치는 승객이 속출할 것이다. 이들 중에는 외국 업체와 중요한 계약을 앞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들이 신공항 하이웨이(주)나 한국 정부를 상대로 피해 보상을 요구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한국은 하루빨리 영종도를 잇는 또다른 교통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프랑스나 일본처럼 국내외 민간기업으로 하여금 제2의 연륙교나 사철을 놓게 하는 것이 한 방안일 수 있다.”

드골2공항과 인천공항은 땅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서도 큰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는 전국토가 평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런데도 이들은 땅을 콤팩트하게 이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지하 시설이다. 파리 시내에 건설된 지하 시설의 연면적은 지상 연면적보다 4배 이상 넓다고 한다. 개선문이 있는 샹젤리제 거리는 지하 7층 구조다. 지하 7층에는 드골2공항과 파리 시내를 잇는 RER 전철선이, 6층에는 ‘메트로(metro)’로 불리는 파리 지하철 1호선이 달리고 있다. 지하 5층에서부터 1층까지는 주차장이다.

이러한 지하 활용은 드골2공항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드골2공항의 다섯 개 터미널은 ∞ 모양으로 연이어 있다. 때문에 엉뚱한 터미널로 잘못 들어섰더라도 올바른 터미널을 찾아 이동하는 거리가 짧아진다. 또 드골2공항은 터미널 지하 2~5층에 대형 주차장을 마련해 토지 이용을 극대화하고 승객의 이동거리를 줄였다.

인천공항 터미널은 일직선인데, 그나마 새로 짓는 터미널은 이 터미널과 멀리 떨어져 있다. 터미널을 잘못 찾아온 승객의 동선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인천공항은 주차장을 터미널 밖 지상에 대규모로 설치해 놓았다. 노상 주차장과 터미널 사이 거리가 너무 멀다보니 적잖은 수의 승용차가 터미널 램프로 올라와 승객과 짐을 내린 후 주차장으로 간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비가 오거나 날씨가 추우면 더욱 심해진다.

인천공항은 아직은 공간에 여유가 있어 주차난과 교통난이 심각하지 않다. 그러나 월드컵이 열리는 2002년과 이용객이 두세 배로 늘어나는 2010년쯤엔 비효율적인 토지 이용으로 인해 심각한 주차난과 교통난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인천공항은 드골2공항의 지하주차장 건설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인천과 김포공항은 공통적으로 지붕이 높고 내부 치장이 화려하다. 인천공항은 터미널 안에 거대한 인조 소나무까지 심어 놓았다. 드골2공항의 천장은 결코 높지 않다. 내부를 도색(塗色)하지 않고 시멘트 질감을 그대로 드러내놓고 있다. 오색 천으로 치장하지도 않았다. 승객이 빨리 내리고 탈 수 있는 ‘공항 고유의 기능’에만 충실한 것이 드골2공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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