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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北 ‘리더십 체인지’ 시나리오

‘히든카드’ 美 망명한 장승길(전 이집트 대사), 장성택도 유력후보(당 중앙위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 글: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미국의 北 ‘리더십 체인지’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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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미국은 중국이 ‘용인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북한에 친미정권이 수립될 경우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미군과 대치해야 할지도 모르는 중국이 이를 좌시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리더십 체인지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중국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그렇다면 중국이 납득할 수 있는 새 지도부는 누구일까. 후진타오 주석을 비롯해 현재 중국을 이끌고 있는 4세대 지도자들은 대부분 이공계 출신의 실용주의적 테크노크라트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비교적 합리적이면서도 개방적이고 그러면서도 북한 체제가 완전히 붕괴되는 것을 막을 만한 지도력까지 갖추고 있는 인물이 파트너로 가장 적합하다. 군 출신보다는 테크노크라트 출신이 더욱 ‘코드’가 맞을 것이다.

노동당 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을 맡고 있는 장성택에 시선이 집중되는 것은 그가 이러한 조건을 두루 만족시키는 거의 유일무이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서울 외교가에서 ‘북한의 완만한 정권교체 시나리오’를 거론할 때마다 그는 항상 후보 1순위다. 지난 7월4일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는 국회 토론회에서 “김정일 체제가 무너질 경우 다음으로는 장성택이 가장 유력하다”고 증언했다.

장성택, 브루투스 될 수 있나

국가정보원 자료에 따르면 1946년 강원도 천내에서 출생한 장성택은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하고 1969년 모스크바에서 유학했다. 대학에서 동급생으로 함께 공부했던 김일성 주석의 큰딸 김경희(현 당 중앙위 경공업부장)와 1972년 결혼한 그는 이후 당 중앙위에서 승진가도를 달리며 제8, 9, 10, 11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을 연임하고 있다.



북한의 최고엘리트 코스를 밟은 수재에 로얄 패밀리의 일원인 그의 위상은 실질적인 권력서열 2위다. 당 전반을 관할하며 북한의 최고통치기구로 자리매김한 조직지도부의 실질적인 부장이라는 것이 북한 전문가들의 평가다. 김정일 위원장이 상징적인 리더라면 실무적인 책임자는 장성택이라는 것. 1998년 평양청년학생축전을 비롯해 주요행사는 모두 맡아 지휘해온 그는, 지난해 10월 경제사찰단의 일원으로 서울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이름이 리더십 체인지 시나리오에 자주 오르는 것에는 또 한가지 이유가 있다. 그의 첫째 형인 장성우 차수(68)가 3군단장을 맡고 있다는 사실이다. 평양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야전전력인 3군단은, 지난 1956년 8월 종파사건 때 김일성에 반기를 들었던 연안파가 그 사령관인 장평산을 포섭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을 만큼 ‘거사용’으로 요긴한 부대다. 한편 둘째 형인 장성길(64) 또한 현역 인민군 중장이다.

장성택의 가장 큰 약점은 군사·공안계통의 경력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당에 철저히 복종해야 하는 북한군의 특성상 현재는 최고 지휘관들도 장성택의 ‘눈치’를 보는 신세지만, 유사시 이들이 과연 그의 편에 설 것인가 하는 부분이 의문으로 남아있다. 인민군 출신 탈북자들에 따르면 장성택은 형제들을 비롯한 비공식채널을 통해 군 관련 동향과 정보를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장성택 대안론’에 회의적인 전문가들은 김정일 위원장의 매제이자 김일성 주석의 맏사위인 그가 과연 대안이 될 수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오히려 김위원장이 몰락하면 함께 몰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 장성택과 장성우 모두 김위원장으로부터 지나칠 만큼 각별한 애정과 신임을 받고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그러나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쉽게 권력을 넘겨받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설득력 있어 보인다. ‘혈연적 정통성’을 중시하는 북한 문화의 특성상 그가 새로운 1인자로 떠오를 경우 거부감이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아내인 김경희는 최근 공개된 인민군 교양자료에서 ‘존경하는 어머니’로 불릴 만큼 주민들에게 익숙한 존재다.

또한 매우 친밀한 것으로 알려진 김정일-김경희 남매의 관계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일성 주석 사망 직후 권력이 빠른 속도로 김정일 위원장에 집중되는 데 대해 김경희가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김경희는 주석궁으로 들어오던 정보가 차단되는 대신 김위원장이 관할하던 당 중앙위의 힘이 급성장하는 것을 두고 “선대 수령과의 단절이 너무 빠르다”고 비판했다. 이 무렵 우리 정보기관에는 ‘김위원장의 능력에 회의를 품은 김주석이 복귀를 시도하다 사망했고, 이에 따라 김경희가 오빠에게 반기를 들었다’는 미확인 정보가 전해지기도 했다.

장성택 대안론이 현실화되는 경우 단기적으로는 장성우를 위시한 군이, 장기적으로는 테크노크라트가 권력중심에 서게 되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장성택은 1990년대 후반부터 이광근 무역상 등 40~50대의 개혁적 테크노크라트들을 파격적으로 중용하며 실질적인 대부 노릇을 하고 있다.

사실 우리에게 가장 낯이 익은 테크노크라트는 1992년 경제대표단 단장으로 서울을 다녀간 김달현 전 정무원 부총리다. 1994년 북핵 위기 당시 미국이 김정일의 대안으로 검토했다는 김 전 부총리는 지난 2001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것이 확인됐다. 1993년 ‘지나친 개혁성향’이라는 이유로 실각해 함흥의 공장으로 좌천된 후 생긴 화병 때문이었던 것으로 우리 관계기관들은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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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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