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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파키스탄, 원심분리기와 탄도미사일 기술 맞교환 내막

  • 글: 김재명 분쟁지역 전문기자 kimsphoto@yahoo.com

북한·파키스탄, 원심분리기와 탄도미사일 기술 맞교환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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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이 핵개발 핵심기술 중 하나인 원심분리기 도면과 부품을 북한에 건네주고 미사일 기술과 맞바꾼 속사정은 곧 국익과 관련된다.

북한은 미사일 개발기술에 관한 한 ‘선진국’으로 통한다. 북한은 사(射)거리가 1700∼2200㎞로 추정되는 대포동1호(1998년 8월 시험발사) 외에도 사거리 500∼600㎞인 스커드C, 사거리 1000∼1500㎞인 노동1호를 보유하고 있다. 1993년 5월말 시험 발사된 노동1호는 시험 발사 후 1년 반 만에 실전 배치됐다. 현재 북한이 보유한 미사일은 단거리인 스커드B, C와 중거리인 노동미사일 등을 중심으로 1000여기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압둘 칸 박사는 1990년대 초 핵무기 개발뿐 아니라 중거리 미사일 개발 프로젝트도 함께 진행했다. 중장거리 미사일 개발은 현 핵보유 국가 가운데 가장 늦게 ‘핵클럽’에 가입한 파키스탄으로선 당면한 국가적 과제였다. 핵실험에 성공했다 해도 이를 운반할 중장거리 미사일이 없다면, 말 그대로 ‘핵 효과(nuclear effect)’를 기대하기 어렵다. 라이벌 국가인 인도의 주요도시들을 사정권 아래 두기 위해선 적어도 사거리 1000km 이상의 미사일을 지닌 북한의 선진기술 도입이 절실했다. 인도와의 군비경쟁에 마음이 급해진 파키스탄 군부는 압둘 칸을 내세워 북한과 교환거래를 추진했다. 파키스탄 군부 대표단도 은밀하게 북한을 방문해 친선을 다졌다.

압둘 칸이 처음 북한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1991년. 그후 적어도 13번은 북한에 다녀온 것으로 알려진다. 북한과 파키스탄의 거래는 1994년 12월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가 북한을 방문하면서 본격화됐다. 미-북한 사이의 ‘제네바 기본합의(Geneva Agreed Framework ·북한이 핵개발을 동결하는 조건으로 미국은 해마다 50만t의 중유를 공급하고 이와 더불어 한국, 일본, 미국 3개국이 북한에 두 개의 경수로를 지어주기로 한 합의)’가 있은 지 2개월 뒤였다.

그후 압둘 칸이 이끄는 대표단이 평양을 다시 방문했고 1997년 12월엔 제항기르 카라마트 당시 육군참모총장이 북한을 방문했다. 파키스탄이 사거리 1500km인 가우리(Ghauri)1호의 실험발사에 성공한 것은 그로부터 4개월 뒤인 1998년 4월이다. 미 정보당국은 가우리 1호의 경우 압둘 칸이 북한에서 10∼12개의 부품 견본을 얻어와 조립한 것으로 추정한다. 그로부터 한 달 뒤 파키스탄은 핵실험에 성공, 온 나라가 축제의 열기에 휩싸였다(1998년 5월15일 인도가 먼저 핵실험에 성공했고 파키스탄은 이에 질세라 5월28일 핵실험에 성공했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잇따른 핵실험은 ‘세계평화’란 명분 아래 핵무기를 독과점하려는 기존 핵클럽 국가들, 특히 미국의 분노를 샀다. 미국은 즉시 파키스탄에 대해 경제제재를 가했다.

북한-파키스탄 커넥션은 그 뒤로도 계속됐다. 2001년 여름과 2002년 7월 평양공항에서 미사일 부품이 파키스탄 화물기에 실리는 장면이 미 첩보위성에 잡히기도 했다. 이는 페르베즈 무샤라프 장군을 정점으로 한 파키스탄 군사정권이 9·11 테러 뒤 미국이 대아프간 정책 필요상 파키스탄에게 유화정책을 펴기 시작한 뒤로도 북한과 거래했음을 보여준다.

인도 위협하는 파키스탄 미사일

미사일 기술과의 맞교환으로 압둘 칸은 북한에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기술 가운데 핵심인 원심분리기 부품과 설계도를 건네줬다. 그리고 북한 핵과학자들의 기술자문역을 맡아왔다. 원심분리기는 핵폭탄에 쓰일 우라늄을 농축하는 핵심적인 장치다. 북한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이 2002년 10월 평양을 방문한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차관보에게 털어놓은 ‘핵폭탄 제조계획’이란 영변 원자로의 플루토늄 재처리 방식이 아닌, 압둘 칸에게서 얻은 원심분리기술을 이용한 농축우라늄 핵폭탄을 가리킨다.

압둘 칸의 북한 커넥션은 가우리1호가 성공한 지 꼭 1년 만인 1999년 4월 사거리 2000∼2700km인 가우리2호 미사일 시험발사로 다시 빛을 보았다. 파키스탄은 가우리2호의 시험발사 당시 “우리가 독자적으로 개발했다”고 발표했지만 미사일 전문가들은 북한 미사일 노동1호의 복제품 또는 개량형으로 본다. 가우리2호가 발사된 다음날 파키스탄은 또 다른 미사일 ‘샤힌(Shaheen)’을 발사했는데 이것 또한 북한 미사일 기술을 따른 것이었다. 가우리1, 2호가 발사될 때 북한 미사일 기술자들이 파키스탄에 머물렀다고 전해진다.

파키스탄은 1999년 9월 대륙간 탄도 미사일인 가우리3호 엔진 시험가동도 성공리에 마쳤다. 최대 사거리가 3000km인 가우리3호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캘커타를 비롯한 인도의 주요도시들은 파키스탄의 미사일 사정권 안에 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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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재명 분쟁지역 전문기자 kimsphoto@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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