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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도의 한국혼 ⑧

6년 학력의 대문호 김달수 上

넝마주이 망태 속에 피워낸 민족문학의 꽃

  • 김충식 동아일보 논설위원 skim@donga.com

6년 학력의 대문호 김달수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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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학력의 대문호 김달수 上

김달수는 한국 문화와 역사를 일본에 소개하는 고대사 연구가이기도 했다. 특히 한일 고대사와 문화교류사 분야에서 눈부신 활약을 보였다. 그의 저서들.

“야, 삼한정벌!”

일본 아이들은 달수를 향해 그렇게 놀렸다. 과거에 “야, 조센진!” 하던 것을 발전시킨 야유였다. 하지만 교과서에 나오고 교실에서 공식으로 가르친 역사이므로 달수는 달리 변명할 수 없었다. 다만 그것이 놀림인 것만은 분명하므로 운동장 끝까지라도 쫓아가 패줬을 뿐이다. 그래서 달수는 ‘람보’와 ‘삼한정벌’이라는 두 개의 별명을 얻게 됐다.

일본사에 대한 반감 때문에 역사 시간에 교사한테 혼난 적도 있다. 교과서에는 천황과 황후가 백성을 굽어보는 삽화가 실려 있었다. 교사가 물었다.

“자, 천황의 뒤쪽에 서 있는 분은? 아는 사람?”

그러자 다들 손을 들었고 달수도 예외가 아니었다. 교사는 달수를 지명했다. 기세 좋게 일어섰으나 갑자기 황후라는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마누라입니다(오카미상데스).”

교실은 경악으로 수라장이 되고 교사는 그를 크게 꾸짖었다. 천황에 대한 우상화, 신성화가 극에 달하던 시절이라 불경죄치고도 대단한 죄를 지은 것이었다.

‘귀화인’을 ‘도래인’으로

이런 쓰라린 경험을 한 김달수는 고대사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집요하게 캐들어갔다. 그 결과 일본 책의 ‘귀화인(歸化人)’이라는 단어를 ‘도래인(渡來人)’으로 바꾸는 등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귀화란 일본을 문화 경제적으로 높은 위치에 놓고 거기 순응해 한반도 사람이 머리 숙이고 들어갔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도래인은 그것을 객관화하고 가치중립화한 단어다.

예를 들면 역사학자 이시모 다쇼우(石母田正)는 저서 ‘일본고대국가론’의 개정판 머리말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구고(舊稿) 중에 정정한 게 있는데, 특히 김달수씨의 제언에 따라 귀화인을 도래인으로 고친 것이 한 예다.’

생활은 여전히 빈궁했다. 어머니는 달수와 성수 형제를 도쿄에 두고, 누이동생 면수만 데리고 군항(軍港) 요코스카(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출신 지역)로 이사해 살았다. 거기서 항만매립 축대공사에 동원된 한국인 인부들을 상대로 밥을 짓고 한국 막걸리를 빚어 팔며 생계를 꾸렸다. 밀주 제조는 법으로 금지돼 있어 어머니는 수시로 경찰서에 잡혀갔다.

달수의 성적은 50명 가운데 3∼4등이었다. 그러나 중학 진학은 기대할 수 없었다. 진학하는 아이는 1할이 안 되는 서너 명뿐이었다. 그 중 1등 한 명을 제외하고는 다들 달수보다 성적이 낮았다. 달수는 서러웠다.

설상가상으로 형 성수가 실업자가 됐다. 마고메의 정지(整地) 공사장에서 날품팔이 노동을 하다 공사 자체가 완공되어 일자리가 없어진 것이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토목인부들 사이에는 처량한 푸념이 떠돌았다.

‘토목공 죽이는 데 칼 같은 건 필요없네. 비만 이삼일 내리면 다 죽어 버리니까.’

하루살이 인생. 비가 내리면 일을 못하니까, 목에 풀칠도 못하고 굶어 죽고 만다는 넋두리. 그 대부분이 한국에서 온 부평초 같은 ‘하루살이’ 인생이었다.

달수는 진학도 못하는 판에 소학교 졸업까지 기다릴 수 없었다. 건전지 공장에 견습공으로 취직했다. 공장이래야 대여섯 명이 일하는 가내공장 같은 데였다. 탄소와 아연 염화암모늄으로 만드는 단순 전지공장이었다.

그래도 하루 1엔을 받는 자랑스러운 ‘공장진(工場人)’이 된 것이다. 어머니는 ‘공장’을 그대로 한국 발음으로 부르고 사람 ‘인’의 일본식 발음 ‘진(人)’을 붙여 그를 ‘공장진’이라고 부르며 좋아했다. 그러나 이 일도 원인 모를 병에 걸려 몸져눕는 바람에 오래 하지 못했다. 병원 갈 형편도 못돼 두어 달 집에서 앓아누워 있었다. 그동안 형이 갖다 준 ‘로빈슨 크루소 표류기’를 읽고 거기에 빠졌다. 몇 번이나 되풀이해 읽으며 무인도에 표착한 로빈슨 크루소와 달수 자신을 번갈아 생각해봤다. 구원의 손길이 없는 맨주먹 생활이, 작품 속 주인공과 자신의 처지가 어쩌면 그리 비슷할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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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식 동아일보 논설위원 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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