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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필립 시인의 시드니 통신

대양주·동남아에 한국학 씨앗 심는 ‘한-호 아시아연구소’

일당백 끈기로 노 젓고, 韓流 순풍에 돛 달고

  • 윤필립 在호주 시인 philipsyd@naver.com

대양주·동남아에 한국학 씨앗 심는 ‘한-호 아시아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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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양주·동남아에 한국학 씨앗 심는 ‘한-호 아시아연구소’

뉴사우스웨일스대 캠퍼스에서 만난 서중석 소장, 김현옥 부장, 신기현 교수, 권승호 부소장(왼쪽부터).

-특별히 동남아 국가를 중심으로 한국학을 효율적으로 전파할 방법이 있는가.

서중석 : “장기적인 안목에선 동남아 국가의 차세대 중에서도 한국에 애정을 갖는 이들을 중심으로 한국을 공부하게 만들어야 한다.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많은 학생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각 분야에서 자질이 우수한 학생을 찾아내 그들이 한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갖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한국학은 유능한 현지인에 의해 현지화됨으로써 결국 국제화될 수 있다.”

권승호 : “동남아 국가들 중에서 한국학에 관심을 갖는 나라들을 유심히 관찰해보면, 경제적·정치적으로 한국과 유대관계가 깊다. 현재 한국학과 졸업생의 취업률이 80% 이상을 기록한다는 것도 동남아 학생들이 한국에 관심을 갖는 중요한 요인이다. 이는 한국학을 해외에 전파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한국이 각별히 관심을 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장기적인 지원과 동시에 한국학을 공부한 사람들이 미래에 대한 전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친한파 양성소

1990년대 초반 이후 호주는 동남아 국가들의 유학거점으로 자리매김했다. 우선 호주는 지리적으로 동남아 국가들과 가깝다. 또한 영어권 국가인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중에서 동남아와 대양주를 학문적 차원에서 이어줄 수 있는 제반여건을 갖췄다.



호주 대학이 실시하는 교육의 질은 매우 우수한 편이다. 호주에는 41개의 국립대 혹은 주립대가 있고, 본드대(골드코스트 위치)라는 유일한 사립대가 있다. 이렇듯 총 50개도 안 되는 대학 중 무려 10개 대학이 영국로열학회가 선정한 세계 100대 우수대학에 포함될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중 선두 그룹에 속하는 뉴사우스웨일스대는 유학생 비율이 아주 높다. 대학 정원 4만명 중 약 9000명이 유학생이다. 상경대의 경우 7000여 명의 재학생 가운데 약 2000명이 유학생이다. 물론 유학생 대부분이 아시아계다. 바로 그 안에 한-호 아시아연구소가 달걀의 노른자처럼 자리잡고 있다. 동남아시아와 대양주를 잇는 호주의 대표적인 대학에서 한국학을 가르치고 연구하고 보급하면서 친한파(親韓派) 또는 애한파(愛韓派)를 양성하는 것이다.

아무리 호주가 1973년에 악명 높던 백호주의를 공식적으로 폐지했다지만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그 실마리를 서중석 교수의 에피소드에서 찾아보자.

“호주에서 공부하고 돌아간 동남아 학생 가운데 한국인 교수 밑에서 공부했다는 이유만으로 한국을 사랑하게 된 사람이 적지 않다. 인도네시아 학생 보비 조리스는 대학원 과정에서 나한테 경제학을 배웠다. 그가 귀국할 때 그의 손에는 내가 써준 추천서가 들려 있었다. 몇 년 후 자카르타 출장 중에 보비를 만나서 다음과 같은 얘기를 들었다.

‘선생님이 주신 추천서 덕택에 자카르타 주재 한일은행에 취직했습니다. 한국인 교수에게서 배웠냐고 반가워하며 당장 결정을 내리더군요. 물론 제 성적이나 다른 것도 참고했겠지만 아, 이것이 한국인의 정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일은행에서 한국의 기업문화를 차근차근 배웠습니다. 업무 마치고 술자리에도 동석할 수 있게 됐고, 나중엔 한국에도 다녀왔습니다.

1998년 자카르타에 폭동이 일었을 때 중국계 시민과 원주민계 시민 사이에 갈등이 폭발해 폭력이 난무했습니다. 퇴근도 하지 못하고 걱정하는 지점장님과 임원들을 빨리 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우왕좌왕하는 무리를 헤치고 숨을 곳을 찾았습니다. ‘중국인으로 보이는 부자’를 숨겨주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었지만, 그날 그분들을 안전하게 피신시켜 드린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뿌듯합니다.’

나는 지금도 동남아 출장을 가면, 하루 저녁은 옛 제자들을 불러내어 저녁을 함께 먹는다. 태국 속담에 ‘한번 아잔 (Ajarn·선생님)이면 영원한 아잔’이란 말이 있다. 동남아 친구들과 내가 나누는 신뢰와 사랑이 해를 거듭해도 흐려지지 않듯이, 스승의 나라인 한국을 사랑하는 그들의 마음 역시 변치 않을 것임을 안다.”

이렇듯 서 교수의 동남아 사랑은 제자사랑으로 시작됐다. 처음에는 동남아에 있는 제자들과 함께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동남아 문제 전문가로서 한국을 연구하는 학자들을 만나게 됐으며, 그들에게 한국학 지원이 절실하다는 것을 인지하여 한-호 아시아연구소를 설립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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