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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선교사 훈련생’ 76명, 중국 공안에 체포돼 북송

처형, 고문, 투옥… 피로 물든 비밀선교 프로젝트

  • 주성하 동아일보 국제부 기자 zsh75@donga.com

‘북한 선교사 훈련생’ 76명, 중국 공안에 체포돼 북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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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되어 중국 검찰원 조사를 받을 때 검사가 ‘너는 영웅이다. 지금은 중국의 법을 어겼으니 판결을 받아야 하지만 역사는 너를 인정해줄 것이다’고 하더군요.”(중국 감옥에서 보내온 김권능 선교사의 편지 중에서)

‘탈북자를 북한 선교사로’

1998년 최광 선교사는 42세의 늦깎이 대학원생(총신대 선교대학원)이었다. 그가 통독반을 시작한 것은 그해 8월 중국 단기 선교길에 오르면서였다. 여기서 그는 한국 선교사들의 보호를 받는 북한 청년들을 만나게 됐다. 이들과 함께 20일을 보내면서 최 선교사는 탈북자들을 북한 사역을 위한 선교사로 키우는 것이 자기의 사명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신학대학원을 휴학한 그는 그때부터 탈북자들과 함께 살았다. 그가 택한 방식은 독특했다.

그때까지는 탈북자들에게 집을 제공한 뒤 일주일에 한두 번 방문해 먹고살 돈을 쥐어주는 한국 선교사가 많았다. 이들은 탈북자들을 돕는다는 빌미로 소속 교회에서 선교비를 받고 정작 자신들은 호화주택에서 살았다. 탈북자들도 이를 짐작하고 있었지만 달리 갈 데가 마땅치 않고, 공짜로 먹여주기에 선교사들에게 붙어 살았다. 일종의 공생관계였던 셈이다.

최 선교사는 이 벽을 허물었다. 그는 모든 생활과 사역을 100% 공개한다는 생각으로 탈북자들과 한 방에서 살았다. 당시 그와 함께 지낸 탈북자는 9명.



최 선교사는 ‘독재자’로 불릴 만큼 엄격한 규율을 적용했다. 당장 술 담배를 금지했고, 나이에 상관없이 서로 존칭을 쓰게 했으며, 일어나서 잘 때까지 성경공부를 시켰다. 성경공부는 8시간 만에 신약 성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들을 수 있도록 녹음된 속독 성경 테이프를 듣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일과는 이랬다. 오전 6시에 일어나 7시까지 새벽기도, 아침을 먹고 7시 반부터 12시까지 오전 통독, 오후 3시까지 점심식사와 낮잠, 오후 3시부터 4시까지 한 시간 기도,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오후 통독, 저녁 8시부터 식사, 9시부터 10시까지 묵상, 11시 취침.

하루 종일 앉아 테이프에 따라 성경을 읽으면 몸은 파김치가 된다. 외출은 금지됐고 토요일 하루만 체력단련을 목적으로 외부 운동이 허용됐다. 이 일과는 2001년 6월 시안사건이 일어날 때까지 지켜졌다.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던 탈북자들에게 하루 종일 꼬박 성경을 읽으라고 하는 것은 고문이나 다름없었다. 특히 술과 담배를 당장 끊으라고 한 것은 여간 고통이 아니었다. 이 때문에 2기 훈련을 위해 모집한 53명의 탈북자 중 30명이 중도에 떠나기도 했다. 술, 담배를 안 준다고 선생을 때리고 난동을 부리는 일도 빈번했다.

이런 일도 있었다. 시안 사역장에서 오전 통독시간에 이상수라는 학생이 슬그머니 사라졌다. 처음엔 화장실에 갔으려니 생각했지만 한참 지났는데도 돌아오지 않았다. 잠가놓은 출입문 열쇠는 통독반을 운영하는 선생이 갖고 있었고 5층이라 창문으로 나갈 수도 없는데, 말 그대로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갑자기 밖에서 고함소리가 들렸다. 내다보니 이상수가 빨랫줄을 타고 아래로 내려가다가 4층에 매달려 있고 중국 사람들이 “도둑이야!” 하며 소리치고 있었다. 공안에 신고가 들어갔음은 분명한 일. 이 훈련장에서 공부하던 학생들은 짐 하나 챙기지 못한 채 현관문으로 빠져나와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도망쳤다. 이상수도 빨랫줄을 타고 내려가 도망쳤다. 담배의 유혹을 참지 못하고 꽁초를 얻기 위해 밖에 나가려다 발생한 사건이었다.

통독반은 이런 사건의 연속 속에서 성장했다. 통독반의 규모가 커지면서 사역비가 없어 밥을 굶어야 할 때도 많았다. 이럴 때는 금식기도로 버텼다.

1기 10명, 2기 23명, 3기 50여 명

최 선교사는 1998년 8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 1차로 10명의 제자를 키워내 북한 선교사로 내세웠다. 이들의 이름은 주광호, 유기풍, 김권능, 민선주, 방무디, 박요한, 진칼빈, 허익두, 최바울, 전요셉(조선족)이다. 통독반에 들어오면 대개 성경에 나오는 이름으로 개명을 한다. 따라서 이들의 진짜 이름은 남아 있지 않다. 이 중 3명이 북한에서 사형을 당했다. 또 1명은 북한 감옥에, 또 다른 1명은 중국 감옥에 아직도 수감돼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시 설명하겠다.

최 선교사는 설교 훈련까지 시킨 1기 제자들을 모두 선교사로 임명해 탈북자가 많은 옌볜(延邊) 조선족자치주로 파견했다. 제자를 모집해 오라는 것이었다. 이들은 현지에서 탈북자 53명을 모집한 뒤 내륙으로 들어와 사역을 시작했다. 이중 23명만이 마지막까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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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동아일보 국제부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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