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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무진, 21세기 중국 문화 2 - 철학

유교 종주국 복귀 노리는 ‘동아시아 사상 제패’의 속내

  • 김성환 국립군산대 교수·중국철학 asia@kunsan.ac.kr

유교 종주국 복귀 노리는 ‘동아시아 사상 제패’의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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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세계의 강국들이 모두 자국의 문화 전통에서 성장의 핵심동력을 찾는다. 그들의 가장 큰 자산은 자신들의 문화와 정신적 전통을 사랑하는 국민의 높은 문화의식과 자긍심이다. 물론 경제가치와 정치이념 역시 중요하지만, 이를 만들고 이끌어가는 주인공은 사람이다. 인간다운 삶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잘사는 것인지, 어떤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 성찰은 그 사회의 문화수준과 삶의 질을 결정하고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는 원동력이 된다. 대국과 소국의 차이는 이런 성찰이 이뤄지는지 아닌지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하여 대국은 다른 나라에 사상과 문화의 영향력을 발휘하지만, 소국은 다른 나라에서 사상과 문화를 공급받는다는 것이 역사의 가르침이다. 자본주의든 사회주의든, 아니면 신자유주의든 ‘제3의 길’이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닌 이상 그 길을 개척하고 남보다 앞서 구현한 나라들이 있게 마련이다. 이렇게 보면 세상의 모든 나라를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도 있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사상과 문화를 창조하는 국가와 그렇지 못한 국가다. 전자가 ‘대국’이고, 후자는 ‘소국’이다.

고조되는 국학(國學) 열풍

2007년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문화상품은 할리우드도 한류도 아닌 ‘국학(國學)’이다. 중국의 전통문화 열풍은 가히 진풍경이라 할 만하다. 베이징스판(北京師範)대학 신문방송학과의 위단(于丹) 교수가 지난해 11월 TV 강의교재로 출간한 ‘논어’ 해설서 ‘論語心得’이 석 달 만에 250만부(해적판 포함 400만부) 이상 팔리면서 중국 출판 역사의 새 장을 열었다. 3월에 발간한 ‘장자’ 해설서 ‘莊子心得’은 초판을 100만부나 찍기도 했다. 비단 위단만이 아니다. “전통문화 관련 서적은 베스트셀러가 되지 않은 것이 없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대학은 물론 각급 기관에 개설된 전통 사상과 문화 관련 강좌마다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이른바 ‘무착륙(no landing)’ 고공성장을 계속하는 중국 경제처럼, 최근 수년 동안 고조된 중국의 국학 열기도 식을 줄 모른다. 이런 현상을 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우선 중국인이 최근 지속된 경제성장으로부터 자신감을 얻으면서 100여 년 전 서구 열강의 침탈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진 민족의 자부심을 회복하려는 욕구가 바탕에 깔려 있을 것이다. 개혁개방과 경제개발 과정에서 영향력이 약화된 사회주의 이념의 빈자리를 대신할 원리를 전통에서 재발견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동아시아 전반에 여전히 남아 있는 민족주의 분위기도 빼놓을 수 없고, 서구 근대의 한계와 문제점에 대한 반성의 차원에서 전통으로의 회귀를 선택했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대만, 홍콩과 미국의 화교 학자들을 주축으로 펼쳐진 문화보수주의 관점의 ‘현대신유학’, 그리고 ‘유교자본주의’와 ‘아시아적 가치’ 논쟁 등이 중국에 소개되면서 전통 사상과 문화에 대한 지식인과 대중의 관심이 고조된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중국 철학’의 출생

이러한 지적, 문화적 요인 외에 좀더 현실적인 배경도 있다. 빈부격차와 부패확산 등 심각한 사회모순에 직면한 공산당이 시들어가는 인기를 만회하기 위해 민족감정을 고취한다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다. 무엇보다 후진타오(胡錦濤) 체제가 이른바 ‘화해사회(和解社會)’ 건설을 국가의 단기목표로 설정하고 그 이론의 자양분을 전통사상에서 공급받으려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학에 범국가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TV 등의 강력한 대중매체를 통해 국학 열풍을 확산시키며, 이를 애국주의 고취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런 여러 요인이 문화·사회·정치적으로 복잡하게 얽힌 결과물이 지금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국학 열풍이다.

중국인이 말하는 ‘국학’은 당연히 중국의 역사·문학·철학 등에 대한 연구를 가리킨다. 특히 ‘중국철학’이 그 핵심이다. 그렇지만 따지고 보면 근대 국민국가가 탄생하기 이전에는 ‘중국철학’이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단지 유교, 불교, 도교 같은 사상 유파의 개념만 있었을 뿐이다. 국학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도 ‘국학’이라는 말은 있었지만 이는 ‘국가급 교육기관’, 즉 오늘날의 국립대학 정도를 가리켰다. 또는 ‘국가에서 장려하는 학문’을 의미하기도 했다. 자국의 고유한 사상이나 역사, 문화 등을 연구대상으로 삼는다는 현대적 의미의 ‘국학’은 국민국가의 출현 이후에 등장했다. 이처럼 중국철학이나 국학은 모두 근대 이후에 성립된 학문이다. 여기에 우리가 숙고해야 할 동아시아 근대의 모순과 역설이 담겨 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동양철학’이라는 개념은 근대 일본의 발명품이다. 그것은 일본이 서양으로부터 ‘동양(Asia)’을 타자화하는 방법을 배운 뒤, 다시 스스로를 동양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만들어낸 이념적 장치의 하나였다. 일본을 맹주로 서양에 대적하는 동양의 공영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이른바 ‘대(大)아시아주의(Pan-Asianism)’ 이념을 구축하고 확산하는 과정에서 서양과 다른 동양의 정신 전통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동양철학’을 고안해낸 것이다.

중국인은 ‘동양철학’이라는 말 대신 ‘동방철학(東方哲學)’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동방’이라는 말이 사실상 ‘동양’과 같은 의미로 쓰이는 것은 맞다. 그러나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은 중국에서 말하는 ‘동방철학’이 우리가 생각하는 ‘동양철학’과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오만과 편견

중국 베이징대 철학과에 ‘동방철학’을 연구하는 전공분야가 있다. 이를 소개하는 베이징대 웹사이트의 글은 “이 연구(동방철학)의 특징은 중국을 제외한 다른 중요한 동방 국가 또는 지역의 철학을 주요한 연구대상으로 하는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더불어 “동방철학은 중국의 철학연구 가운데 비중이 높지 않고 이 연구에 종사하는 연구자도 적다. 하지만 그 내용은 매우 중요하다”고 친절하게 부언한다. 중국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사이트의 소개에 따르면, 동방철학은 “인도철학, 아랍 이슬람철학 및 유교문화권에 속하는 일본 한국 베트남 등의 철학을 포괄한다.” 동방이 ‘서방’에 대응하는 포괄적 개념임은 분명한데, ‘동방철학’에는 ‘중국철학’이 제외돼 있다. 대체 무슨 연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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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국립군산대 교수·중국철학 asia@kun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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