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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김정일 심장수술 사후조치 南에 당부?

국정원, 김정남과 독일 의료진 동행 입국 확인

  •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北, 김정일 심장수술 사후조치 南에 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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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대한 의료장비나 물품 지원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서울대병원이나 연세대세브란스병원 등은 인도주의사업 차원에서 MRI(자기공명촬영장치) 같은 대형 검사설비를 꾸준히 기증해왔다. 최근 수년 사이 인공심폐기나 필립스 혈관조영촬영장치(angiography·혈관이 정상적으로 기능하는지 촬영하는 특수 X선 장치로 심근경색이나 협심증 진단치료에 필수적임) 등 심혈관 계통의 고급 장비도 제공한 바 있다. 나눔인터내셔널과 같은 NGO들도 수년간 관련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북한 고위당국자가 남측 인사에게 의료물품을 구해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드물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1990년대 후반 이른바 ‘흑금성 사건’ 때는 북한 국가보위부 부부장이 남측 공작원에게 치질치료용 인공항문을 구해달라고 부탁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신동아’ 2002년 12월호 ‘공작원 흑금성! 北 보위부 침투, 김정일 만나다’ 기사 참조). 2003년에는 국내 심장 질환의 권위자 K교수가 북한을 직접 방문해 고위인사에게 인공심박조율기 이식수술을 하고 온 일도 있었다.

북측이 요청한 사후조치 관련 물품은 무엇인지 정확히 확인할 수 없었지만, 전문가들은 그 범위가 그리 넓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앞서도 말했듯 ‘최고위층에 대한’ 의술 수준은 서방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당뇨나 혈압 조절 같은 기본적인 관리는 북한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 다만 수술 이후에도 혈관에 이상이 없는지 지켜보려면 꾸준히 혈관조영촬영을 해야 할 텐데, 그에 필요한 소모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 같았다고 대북 의료지원 관계자들은 전했다. 중재적 시술에 사용되는 혈관 스텐트나 풍선도 소모품이기는 마찬가지. 시술 후에도 혈관이 계속 말썽을 부릴 경우 새로 이식을 검토해야 할 인공혈관도 ‘후보군’에 해당한다. 다음은 한 북한 출신 의료계 인사의 말이다.

“김 위원장 본인이나 담당 주치의가 그 물품이 필요하니 남측에서 구해오라고 지시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오히려 수술 사실을 아는 측근들이 ‘충성경쟁’을 벌이느라 갖가지 경로로 심혈관 질환 관련물품을 모으고 있다고 보는 게 정확할 것이다. 명분은 어떤 상황이 와도 대응할 수 있도록 사전에 의료적인 준비를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것일 테고, 속내는 ‘장군님의 건강을 위해 내가 이렇게 애썼다’는 표시를 내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평양 대남(對南) 라인의 누군가가 과잉충성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김정남의 다음 행보



‘슈칸겐다이’의 보도 후에는 영국 일간지 ‘텔레그라프’와 미국의 ‘워싱턴타임스’가 외교관들의 말을 인용해 건강이상설을 이어 나갔다. 논란이 증폭되자 국정원은 앞서 설명한 대로 6월11일 간담회를 열고 진화를 시도했다. 이때 국정원 고위 관계자들의 발언은 ‘문자적으로만 보면’ 사실에 부합한다. 수술을 받은 것이 김 위원장이라는 ‘증거’는 없으며, 현재 그의 건강에 이상이 있는 상태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 누구도 “수술을 받지 않았다”고 부인하지 않았고, 실제로 정부 내부에서 오간 관련 보고는 모두 김 위원장의 심장수술을 기정사실로 전제한 것이었다고 전해진다.

거꾸로 일각에서는 6월 중순 이후 공식매체를 통해 공개되고 있는 그의 활동 모습이 조작됐거나 대역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이기동 책임연구위원의 말이다.

“이라크전쟁이 한창일 때도 김 위원장은 장기간 현지지도를 수행하지 않았고, 이를 두고 미군의 폭격이 두려워 피신했을 것이라며 그를 ‘겁쟁이’로 풍자한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평양에서 보면 이는 최고사령관이자 ‘혁명의 수뇌부’에 대한 크나큰 모독이다. 매체를 통한 조작이 자연스러운 일이라면 그때는 왜 그런 조작을 하지 않았겠는가.”

5월 하순부터 6월 중순 사이에 정부 안팎에서 오고간 일련의 첩보와 당국자들의 움직임을 종합해 보면 결론은 대략 이렇다. 5월 초순 김정일 위원장에게서 협심증이나 경미한 심근경색 증상이 확인돼 이에 대한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이 내려졌지만, 발작 등 심각한 상황이 벌어진 것은 아니었다. 김 위원장 본인이나 가족들은 꽤 부담을 안고 수술 날짜를 잡았지만, 5월12일 북한에 입국한 독일 의료진은 중재적 시술을 깔끔하게 해냈다. 이후 20일 남짓 휴식을 취한 그는 현재 활동에 지장을 받지 않을 정도로 회복됐다.

김 위원장이 당뇨와 혈압 등의 지병으로 심혈관 계통에 이상이 있으나, 생명을 위협할 만큼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이를 둘러싸고 지난 한 달 평양 내부에서 벌어진 일련의 소동과 정보 당국의 부산한 대응은 북한 권력체계의 허약함과 ‘포스트 김정일’ 체제의 불안정성을 다시 한번 입증한 해프닝으로 남을 듯하다. 아버지의 수술 소식에 급거 귀국했던 김정남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신동아 2007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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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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