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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에 얽힌 국제정치의 진실

마음을 얻는 외교, 그 잔혹한 두 얼굴

  • 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아바타’에 얽힌 국제정치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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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이상주의

“나는 정말로 그것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싶었다. 숲과 사람들 사이의 깊은 관계에 대해. 그녀는 네트워크의 힘에 대해 이야기했다. 에너지는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통해 이동한다고, 모든 에너지는 단지 빌리는 것이라고, 그리고 언젠가는 돌려줘야 한다고.” - 제이크 설리의 독백.

판도라 행성의 동물들은 그 등에 올라타는 사람과 정신적으로 ‘연결’돼야만 땅을 달리고 하늘을 난다. 나비족은 판도라 행성의 숲과 나무에 정서적인 ‘교감’을 느낀다. 그러고 보면 주인공과 어거스틴 박사가 아바타를 입는 과정도 ‘접합’이다. 기지 안에 누워있는 실제 육체와 기지 밖에서 활동하는 아바타의 접합이 무너지면, 아바타는 그만큼의 고깃덩어리로 전락한다.

2시간40분을 관통하며 쏟아지는 접합과 소통에 대한 메타포는 바로 이 영화의 주제어다. 국제정치의 눈으로 보자면, 이해관계와 힘의 논리로만 접근했던 이전의 패러다임을 넘어 문화적 정서적 특성을 중시하는 새로운 국제관계의 틀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이상주의적 관점과 연결지을 수 있을 것이다. 모든 나라가 서로에 대한 신뢰와 미래에 대한 꿈을 공유할 수 있다면 무력이 아닌 대화와 타협으로 평화로운 세계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다.

앞서 말했듯, 영화는 부시 행정부 시절의 대외정책을 노골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영화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미국에서는 그 정치적 메시지에 대한 찬반 논쟁 역시 불이 붙었을 정도다. 캐머런 감독 본인도 그간의 인터뷰에서 그러한 정치적 메시지를 과감히 인정하고 있다. 오히려 정치적 논쟁이 상업적으로 가치가 있음을 예견한 듯 보이기도 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이 상징하는 미국민들의 ‘변화에 대한 욕구’ ‘전쟁 없는 세상에 대한 갈망’이 얼마나 폭발적인 상업적 가치를 품고 있는지 꿰뚫어본 셈이다. 9·11테러 직후 방영을 시작해 인기를 누렸던 폭스TV의 드라마 ‘24’가 핵 테러리스트들과 싸우는 영웅을 그렸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든다.



소통과 합일의 공허함

그러나 거기까지다. 존 레넌의 ‘이매진’과 히피즘을 연상케 하는 영화의 메시지는 쉽게 합일을 이야기하지만, ‘상대의 영혼을 얻어’ 국가와 국가, 종족과 종족을 넘어서는 조화로운 국제관계를 만들어내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이기는 할까. 폭력과 폭력이 맞서는 국제정치의 본질이 과연 소통에 대한 의지와 공공외교의 선한 얼굴만으로 변화할 수 있을까. 이상주의의 화신처럼 보였던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1년이 못 돼 아프가니스탄에 지상군 3만명을 증파하겠다고 나서는 엄혹한 현실은, 감독이 제기하는 합일의 메시지를 마냥 공허하게 만든다. 흡사 창과 화살로 중무장한 공격형 헬기와 공중강습부대를 격파하는 영화의 비현실적인 결말과도 상응하는 공허함이다.

이상주의와 현실주의. 이는 국제정치학이 정립된 이래 끊임없이 대립해온 두 개의 큰 흐름이다. 꿈이 먼저냐 힘이 먼저냐는 이 고전적인 주제는, 21세기 초엽 미국에서 ‘다자주의와 세계공동체 정신’을 모토로 삼은 대통령을 만나 다시 현안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그 꿈이 가진 상업적 가치가 영화 ‘아바타’의 탄생배경이라면, 오바마의 이상주의가 과연 힘으로 점철된 현실 세계를 헤쳐가는 동안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가 이 영화가 남기는 마지막 질문인 셈이다.

신동아 2010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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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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